멋지게 망하는 것을 꿈꾸는 "러블리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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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망하는 것을 꿈꾸는 "러블리페이퍼"
[인터뷰] 업싸이클링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 2020.05.25 17:00
  • by 신동민 객원기자

차가 쌩쌩 오가는 도로 위에서 아슬아슬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폐지 수거하시는 어르신들을 가끔 마주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감정이 마음 한구석에 들지만 어찌할 수 없어 그냥 애써 외면하는 현실이다. 책임감을 조금 더 느끼는 이들은 오르막길에서 손수레를 끌어주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폐종이를 기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천의 한 작은 사회적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서 이들을 돕고 있었다. 러블리페이퍼의 기우진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Q1. 러블리페이퍼는 어떤 일을 하나요?
어르신들이 수거해오는 폐지를 고물상보다 6배 비싸게 매입합니다. kg당 50원 하는 폐지를 kg당 600원에 매입하여 가공하여 업사이클 페이퍼 캔버스를 만듭니다. 그리고 여러 작가의 재능기부로 캔버스에 다양한 캘리그라피, 그림 등을 그려 고객들에게 팝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수익금으로 다시 폐지 수거 어르신들을 돕는 데 사용 합니다.

▲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 ⓒ 러블리페이퍼
▲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 ⓒ 러블리페이퍼

Q2.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는 대안학교 교사였습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교사였던지라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직접 어르신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통계자료 등을 모았습니다. 그러다가 시작한 것이 '굿페이퍼'란 봉사단체였습니다. 가정, 학교 등에서 나오는 폐지를 수거하여 팔아 수익금으로 어르신들을 돕는 단체였습니다. 그러다가 업사이클링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로부터 폐지를 매입하여 본래 가치보다 높게 재활용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폐지를 재활용한 캔버스가 탄생했습니다.

Q3. 회사가 지속 가능할 정도의 수익이 있나요?
온라인 등으로 개인들에게 작품을 팔아서 남긴 수익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서 들어오는 수익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4명의 직원과 7명의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6명의 어르신으로부터 폐지를 매입합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그럭저럭 끌어왔습니다. 그리고 약 100여 명의 자원 재생활동가 어르신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기도 하고 안전을 위해 마스크, 조끼 등을 지원합니다.

▲ 페이퍼캔버스를 만들고 있는 러블리페이퍼의 직원들 ⓒ러블리페이퍼
▲ 페이퍼캔버스를 만들고 있는 러블리페이퍼의 직원들 ⓒ러블리페이퍼

Q4. 대표님이 사용하시는 단어 ‘자원 재생활동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폐지를 수거하시는 어르신들은 분명 자원의 재생을 돕고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활동을 우리 사회가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호칭을 사용합니다. 외국에도 우리나라처럼 폐지를 수거하시는 노인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른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봅니다. 연민의 시선이 아닌 자원과 환경을 위한 자원봉사자로 혹은 공익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우리 사회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합니다.

Q5. 러블리페이퍼가 돕는 자원 재생활동가 어르신은 소규모인데 확대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네. 러블리페이퍼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모든 활동가 어르신을 도울 수는 없어요. 하지만 러블리페이퍼와 같은 단체가 없다면 이 문제를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요. 비즈니스를 하면서 문제를 수면에 띄우고 더 많은 지지자를 모으고 그래서 법을 바꾸고 인식을 바꿔서 문제를 해결하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 생각해요. 결국은 정책으로 풀어야 합니다. 
별도로 러블리페이퍼의 거점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할 개인이나 단체를 찾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연락은 오는데 아직 적절한 곳은 만나지 못했 습니다. 

Q6. 자원 재생활동가 어르신들을 위해서 어떤 정책이 만들어져야 할까요?
폐지를 수거하는 활동에 대해서 자원을 재활용하여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으로 해석해야 해요. 문제는 수거한 폐지를 판 저렴한 수익금은 있지만, 활동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활동에 대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인천을 포함한 몇 군데 지자체에서 이분들을 위한 조례가 만들어져서 작게나마 보호장구, 의료비 등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풀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 재능기부로 페이퍼캔버스에 그려진 작품 ⓒ러블리페이퍼
▲ 재능기부로 페이퍼캔버스에 그려진 작품 ⓒ러블리페이퍼

Q7. 앞으로의 계획은?
러블리페이퍼의 목표는 망하는 것입니다. 운영이 안 돼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러블리페이퍼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가를 키우기 위한 대안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건물은 없지만 사회 현장에서 산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를 꿈꿉니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시점에 시작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누구나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선뜻 돕기는 쉽지 않다. 이들을 위한 봉사단체를 시작으로 사회적기업까지 그리고 법안 발의, 조례안 발의까지 그가 꾸준히 걸어온 길을 통해 우리사회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보았다. 길거리의 자원들을 모아서 자원이 재활용되도록 돕는 어르신들 스스로도 활동에 대한 의미를 재부여하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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