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을 잇고 공간을 만들면 '마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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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잇고 공간을 만들면 '마을'이 된다
최순옥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 인터뷰
  • 2020.05.23 16:52
  • by 정화령 기자

마을이라는 단어는 친숙하지만 대도시에 그 개념을 대입하기는 쉽지 않다. 흔히 촌락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익숙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을 말하며 거기에는 정서적·문화적 일치감이 녹아있다.
하지만 서울에도 마을은 존재한다. 근거리 물리적 생활권에 사회적 관계를 더해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좋은 관계를 맺는 지역사회'를 만들자는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 관계망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웃 간 친숙하고 서로 돌보는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2012년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여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위탁 운영하고 있고, 합의제 행정기구인 민주주의위원회 산하에 지역공동체담당관을 두고 지역기획과 마을 협력, 자치 및 공동체공간 조성 등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 2기 마을공동체 기본계획 홍보영상 중.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 서울시 2기 마을공동체 기본계획 홍보영상 중.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이렇게 대도시 안에서도 시민이 관계망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어떤 지원을 펼치는지, 서울시의 최순옥 지역공동체담당관과 인터뷰를 통해 마을공동체의 현황과 정책 방향에 대해 상세히 들어보았다.


■ 위기에 더 의지가 되는 공동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 서울시에서는 꽃으로 마음을 나누는 행사를 진행했다. 최 담당관은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어 사람 간 연결이 의도적으로 차단되고 고립감에 힘들어하며 공동체에 대해 새로운 각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주변에서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살피는 관계가 절실해짐을 느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국의 마을공동체 활동을 알아보던 중 전남에서 튤립 축제가 취소되어 그 꽃을 화분에 옮겨 음식들과 함께 대구로 전달하는 사례를 접했다. 여기에서 공동체적인 나눔에 힌트를 얻어 수출길이 막혀 어려움에 부닥친 농가를 돕는 행사를 기획했다. 단순히 꽃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에게도, 이웃에게도 선물하자는 의도로 각 자치구의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를 통해 선별진료소, 보건소,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에 봄꽃을 나눌 수 있었다.

▲서울시 봄꽃 나눔 행사 웹자보
▲ 서울시 봄꽃 나눔 행사 웹자보

그리고 마스크가 부족하던 시기에 면 마스크 나눔 활동도 지역공동체에서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하자는 마음이 실천으로 이어졌고, 마스크 대란이 일찍 잠잠해지는데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한 동 단위에서는 방역 활동에 주력했다. 직능단체와 주민자치회 등이 협력해 사각지대 방역을 꾸준히 해왔다. "시민참여 방식이 빛을 발하고 공동체의 힘이 드러난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본다. 공동체 활동은 자기만족에서 비롯되는데, 어려운 시기에 남을 돕기 위해 함께 일하는 행위에는 그 사람의 삶의 가치관이 반영된다. 이런 활동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중요한 문화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그간 접한 활동들에 대해 정리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역에서 판로가 막힌 급식 식자재를 나누는 활동도 구상 중이다. 지역의 마을공동체에서 생산한 품목들을 구매하여 돕는 시스템으로, 핵심은 개인의 소비에서 그치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나눔 방식이 정착되면 이 위기가 지나간 후에도 소비를 통해 일상적인 마을 간 교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 마을주민의 새로운 도전, 주민자치회
 
2017년 시작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은 마을공동체 중심으로 사업을 위탁받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에 동에서 활동하는 조직들과는 뚜렷하게 다르다. 70년대부터 전국에 새마을조직을 비롯해 바르게 살기 운동본부, 적십자회 등 당시 국가 이념에 부합하는 관변조직들이 전국에 구성됐다. 그 단체들은 이전까지 1세대 시민참여 자원봉사 모델로 행정과 함께 많은 일을 해 온 것이 사실이나, 폐쇄성으로 인해 동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여러 사람의 참여가 어려웠다. 2000년 초반 전후로 지방자치를 위해 지방정부와 의회를 견제할 시민세력으로 각 동에 주민자치위원회를 설치했으나, 이전 단체들과 인적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비슷한 성격을 띠는 한계가 있었다.

주민자치회 구성 개요.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교육자료
▲ 주민자치회 구성 개요.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교육자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생각과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동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로'로 서울시에서 그 구성과 운영을 지원하게 되었다. 최 담당관은 "이제는 시민들이 자유로운 요구를 자발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로 변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치기구인 주민자치회를 만들어 주민의 참여 확대를 이끌어 낸 것이다. 기초 교육을 수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하여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라고 특징을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기존에 오래된 단체들의 문제제기나 갈등이 없진 않지만, 단체의 참여 통로도 별도로 만들어 놓았다며 힘들어도 함께 가야 할 길임을 강조했다. 지금 서울형 주민자치를 통해 동 단위로 필요한 혁신교육지구, 시민참여예산, 청년 및 사회적경제 정책들을 연결하여 실행하고 있다. 그리고 꼭 주민자치회에 멤버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하위 분과와 주민총회 등이 있어서 시민들이 공적 의제를 논의할 기회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마을공동체 + 사회적경제'는 이미 곳곳에

최순옥 서울시 마을공동체담당관. ⓒ라이프인
▲ 최순옥 서울시 마을공동체담당관. ⓒ라이프인

마을에서 바라보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까지 화폐로만 측정하던 생산물의 가치에 새로운 가치와 관계망을 더해서 만들어진 마을기업과 같이, 마을공동체가 사회적경제와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스스로 힘을 모아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공동체 기반 경제모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미 네트워크가 조직된 소비시장에서 좋은 모델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돌봄은 소수 몇 사람이 모여서는 해결하기 어려우니 조직 간 연계하여 어느 정도 규모를 확보해야 성공한다. 마을공동체와 의식 있는 시민들이 모여 필요한 소비를 해소하는 생협이나 의료사협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마을에서 공동구매를 했던 생협 초기의 사업방식을 전형적인 공동체 기반 모델로 생각한다며, 조직의 이념을 계속 유지하는 게 성공의 비결임을 강조했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정책은 이제 8년 차에 접어든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문제의식 안에서 탄생하여 현장의 시민단체나 협동조합 등과 호흡을 맞춰왔다. 초기에는 서울시의 직접적인 역할이 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각 자치구에 중간지원조직들이 생기고 서울시는 후방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현재는 민·관이 협력하는 대표적인 정책 과제로 볼 수 있으며 앞으로는 자치 활동이 더 활성화되도록 지역의 거점 공간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그 방향대로 시민들이 각자 마을에서 공공공간을 이용하며 지역사회의 연결망을 더 강화하는 주체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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