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지속 가능성? 로컬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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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지속 가능성? 로컬에게 물어봐!
2019아시아미래포럼, 지속가능한 도시 대안으로 로컬 제시
  • 2019.10.25 15:09
  • by 김정란 기자
▲ 아시아미래포럼 세션3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공동체 경제'에서 기조발제 중인 사스키아 사센 교수.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는 옹산이라는 가상의 도시가 나온다. 간장게장 전문 식당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한 이 지역 사람들은 특이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막 뭐라고 하면서도 김치는 준다"는 주인공 동백(공효진 분)의 말처럼, 갈등 속에서도 끈끈함을 유지하는 옹산의 이상한 매력에 시청자들도 호기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도심이 아닌 곳, 골목이 살아있는 작은 마을의 매력을 드라마 시청자들만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24일 용산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2019 아시아미래포럼 세션3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공동체 경제'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은 역설적이게도 도시의 지속가능성의 대안을 로컬, 즉 지역 활성화에서 찾았다. 세션3에서는 사스키아 사센 교수가 기조발제를, 정건화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변창흠 한국토지공사 사장, 모종린 연세대학교 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고,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서철모 화성시장,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대표가 토론에 참여했다.

사센의 경고 "축출의 금융, 다음 타자 누가 될지 모른다"

이날 세션은 전날 건강 문제로 기조강연이 취소됐던 사스키아 사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사회학 석좌교수가 참석해 '축출의 경제, 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발제했다.

사센 교수는 현재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대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축출(explusion)'의 논리를 지적했다. 거대 금융자본들이 대도시의 건물, 토지 등을 잠식하면서 원래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주민들을 축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국가별 개인의 가처분 소득 대비 대출 비율(Ratio of household credit to personal disposable income, 2000-2005) 자료를 소개했다. 그래프에 따르면 헝가리의 경우 2000년 11.2%였던 것이 2005년 39.3%까지 올라가는 등 대출의 상승폭이 너무 컸다. 그는 "이 그래프를 보고 나는 이 대출을 해준 주체를 알고 싶었다. 이 대출은 주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해외 은행이 해준 것이다. 이 대출이 국내 은행의 것이라면 재순환을 도모할 수 있지만, 역량이 큰 해외 은행은 계속해서 (대출받은 이들을) 축출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라면 그러면 안 되지만, 이들은 평균적인 가구까지도 축출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대출로 서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대형 금융 자본들을 비판했다.

특히 "런던에 온 관광객들은 '런던은 이런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어 좋겠다'고 감탄하지만, 그들이 감탄하는 대부분은 런던 사람들이 아닌 카타르 왕족의 소유"라며, "이전에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을 대규모 금융기업들이 벌이고 있다. 이 사례들이 세계적인 대도시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은 다음 도시, 또 다음 도시를 찾을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 아시아미래포럼 세션3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공동체 경제'에 참여한 정건화 교수, 서은숙 구청장, 서철모 시장, 김수현 교수, 사스키아 사센 교수, 문석진 구청장, 변창흠 한국토지공사 사장, 양동수 대표, 모종린 교수.

미래의 답은 로컬의 성장, 인재 양성은 숙제

사센 교수의 어두운 전망에 대안은 없을까? 이 세션에 참가한 문석진 구청장, 서은숙 구청장, 서철모 시장 등은 각자 자신의 지역구에서 자생적으로, 혹은 일부 공공의 지원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고, 모종린 교수도 골목상권을 도시의 미래가 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모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최근 골목상권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의 60~70%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보니, 자신이 살고 있지 않은 골목상권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간 학계에서는 골목상권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이지 않았다. 우려가 많지만, 골목상권이 한국적 맥락에서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안에서 문화, 창조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미래에 바람직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은 결국 인재 육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을 활용하려면 많이 알아야하는데 지난 50년간 중앙집권적으로 집중하다보니 로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즉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을 제안했다.

서철모 화성시장도 어촌계장이 주도해 주민 주도로 연 2000만원 소득의 '백미리 어촌마을'이 1인당 소득 6000만원의 체험형 어촌마을로 탈바꿈한 예를 들어 "인재 육성이 로컬화의 성공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로컬의 발전의 핵심은 어떻게 인재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인가에 있다는데 공감대를 같이 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노점상 정리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노점상과 청년 사업가들을 연계시켜 도시재생과 청년 사업을 연계시킨 신촌 박스퀘어의 사례를 설명했고,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은 부산 전포카페거리의 예를 들며 "골목길 걷고 싶어야하는데 주차장 등 생활편의시설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충돌하고,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 임대료가 상승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 경제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가 고민이다. 자생적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 더 많은 고민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건화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발전패러다임의 변화와 공동체 경제를 제목으로 한 발제에서 "도시화 비율이 80%가 넘는 한국에서 도시의 재구축이라는 근본적 수준의 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기후 위기 상황 속 위험 사회의 대안은 로컬의 강화 뿐이다. 문맹률은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생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없는)'생태적 문맹'이 심화하는 것은 큰 문제다. 핀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 주도하에 지역 차원에서 논의한 순환경제의 원리와 가치를 국민경제 차원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속에 공공의 자리가 있을까요?

이 자리에는 한국토지공사의 변창흠 사장과 사회혁신기업 더함 양동수 대표가 참여해 지속가능한 도시에서 공공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변 사장은 "대규모 개발인 뉴타운에 대한 우려 속에서 그 대안으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사업 시행의 속도 등에 대해서는 한계점을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그간 공모 선정에 집중하고 사업 실행보다는 주민 조직 역량 강화 등에 중점을 두다보니 실행에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 있었다. 민간 영역에 공공이 들어가는 것이 제약이 있다보니 자꾸 골목길 재생, 커뮤니티 센터 등에 중점을 두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공공기업이 선투자하거나 위협요인을 제거하는 역할 등 역할을 확대하는 등의 모델을 만들어야한다고 본다며 공공디벨로퍼의 역할을 강화해주고, 이를 통해 재생사업을 같이 끌어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양동수 대표는 "로컬로 가야한다는 부분은 많이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큰 것 뿐 아니라)크고 작은 여러 척의 선단을 만드는 것이 한국의 과제이기 때문에 특색있는 다양한 로컬 활성화가 숙제"라며 "이를 위한 핵심적 요소는 커뮤니티로 생활권역 조성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커뮤니티적 관점에서 조금씩이라도 시민자산화와 공동체자산화가 중요한 이슈고, 실질적으로 주민이 주인이 되는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최근의 로컬을 살리겠다는 노력도 오래 못갈 것" 이라고 지적했다.

사센 교수는 한국에서 일어난 자생적인 로컬 활성화 사례가 인상적이며, 대규모 금융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도심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센 교수는 "대규모 금융 자본의 힘이 워낙 강력한 것이어서 완전한 로컬화는 불가능하겠지만, 로컬 기업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토론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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