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이름만 '환경부' 행보는 '환경 파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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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이름만 '환경부' 행보는 '환경 파괴부'
환경부 1회용품 규제 철회 규탄 전국 공동행동, 서울에선 기자회견 열어
환경단체, 기후단체, 청년, 소상공인 등 입 모아 환경부 정책 후퇴 비판
청년참여연대 "다회용컵 불편하지 않아. 진정 불편한 것은 환경부의 안일한 정책"
카페 얼스어스 "대한민국 환경부는 환경이 아니라 왜 산업을 대변하고 있나"
  • 2023.11.22 01:21
  • by 이새벽 기자

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책 계도기간 1년('22.11.24 ~ '23.11.24) 종료를 약 2주 앞두고 지난 7일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한다며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투 등 1회용품 사용에 대해 규제 대신 권고하며 국민 자발적 참여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 환경단체는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을 21일 전국 18개 지역에서 기자회견 및 1인 시위형태로 진행했다. 환경부가 사실상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하고 포기한 것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 '환경부 1회용품 사용규제 철회 규탄 기자회견'이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라이프인  
▲ '환경부 1회용품 사용규제 철회 규탄 기자회견'이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라이프인  

서울에서는 ▲환경운동연합 ▲소비자기후행동 ▲생명다양성재단 ▲청년참여연대 ▲제로웨이스트카페 얼스어스(Earth Us) ▲서울환경연합 ▲녹색연합 등이 연합해 '환경부 1회용품 사용규제 철회 규탄 기자회견'을 광화문 광장에서 열었다.  

기자회견 사회자로 나선 김양희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국민들의 자율적인 실천과 의지에 맡기는 정책을 하겠다'라는 것은 '정책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희 사무처장은 "환경부는 작년까지만 해도 직접 국민여론조사를 벌이고, 올해 9월까지만 해도 전국을 돌며 일회용품 감축에 대해 지역 간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계도기간 종료 2주를 앞두고 갑자기 철회하고 그 변명은 소상공인 부담에 대한 얘기다. 그 얘기는 2019년부터 나왔는데 계도기간 중에도 해결하지 못하고 손 놓고 있다가 결국 포기하는 모양새다"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 

환경부가 작년 10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자원순환 분야 정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1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97.7%, 1회용품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자가 87.3%에 달했다. 환경부가 1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국민의 의지를 직접 확인한 대목이었다.  
 

▲ 녹색연합이 환경부를 비판하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보이고 있다. ⓒ라이프인
▲ 녹색연합이 환경부를 비판하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보이고 있다. ⓒ라이프인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환경부는 오히려 국민들이 실천하는 것마저도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훈 활동처장은 독일, 네덜란드 등 외국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언급하면서 환경부의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에 대해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비싸서 소상공인에게 엄청난 부담인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종이 빨대 가격이 커피 한잔 가격에서 1%도 되지 않는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종이 빨대 때문이 아니다"라며 "작년 11월 24일부터 시행한 일회용품 사용 규제 원안(原案)대로 시행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수진 소비자기후행동 서울 대표는 "환경부의 이런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라며 "세종시와 제주도에서 1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70%까지 시범 운영됐는데, 지난 9월 환경부가 갑작스레 발표를 번복하여 해당 제도 실시율이 30%까지 줄었다"라고 밝혔다. 

이수진 대표는 "환경부는 여론조사로 국민의 의지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역행하는 정책과 법을 내며 번복하고 있다"며 "환경부는 원안대로 플라스틱 1회용컵 보증금제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상괭이, 참돌고래, 남방큰돌고래, 긴수염고래, 붉은바다거북 등 멸종위기 해양동물 5종 몸에서 플라스틱이 나온 사실을 공유하면서 "불편을 감수하고 일회용품을 거부하고 생활 속에서 쓰레기 줄이려 노력하는 시민들이 있다. 그런데 환경부의 갑작스러운 규제 철회는 날벼락과 같다. 환경부는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 아닌 죽이는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성민규 연구원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승인, 제주 제2공항 승인, 일회용품 보증금제 전국 시행 취소 등 올해 환경부의 이력은 완전한 배신의 이력"이라며 "이름만 환경부지 환경 파괴부"라며 "반환경적인 행보를 멈추고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시민들을 배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 이연주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라이프인
▲ 이연주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라이프인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8월 청년들과 함께 컵 줍기 소모임을 진행했다. 약 40분 남짓 광화문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주운 컵 쓰레기는 100여 개 가량이었다. 

이연주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작년부터 도입된 일회용품 규제 정책은 우리의 숨통이 트이게 했다. 카페, 음식점, 편의점 등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려는 전국적 노력은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제 와서 일회용품 사용이 마치 불가피한 일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주 사무국장은 "환경부는 왜 후퇴의 길을 고집하는가? 왜 길거리 컵 쓰레기를 줍는 청년들을 외면하는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완화하면 편리함만 추구하는 대다수의 카페에는 컵 쓰레기가 넘쳐날 것"이라며 "쓰레기를 줄이는 구조를 생각하지 못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부추기는 것은 환경부의 게으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소비자로서 이야기한다. 다회용컵, 장바구니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진정 불편한 것은 시민을 쓰레기 산으로 몰아넣는 환경부의 안일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 길현희 얼스어스(Earth Us) 대표. ⓒ라이프인
▲ 길현희 얼스어스(Earth Us) 대표. ⓒ라이프인

1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카페 '얼스어스(Earth Us)'의 길현희 대표는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포장 주문을 거절할 때마다 손님들의 불쾌한 표정을 마주했으나 카페를 운영하면서 꿋꿋이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길현희 대표는 "산업이 무너지지 않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예측 가능해야 하며 일관적이어야 한다. 정부가 마음을 바꾼다면 정부의 말만 믿고 산업에 투자하던 다른 산업 역시 무너지고야 만다"고 말한 뒤 "대한민국 환경부는 환경이 아니라 왜 산업을 대변하고 있는 건가? 정말 답답한 마음이다"라고 심경을 내비쳤다. 
 
"국민이 잘 적응하고 있는 1회용컵 규제를 무기한 연장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다른 가치가 환경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환경 문제는 그리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며 "친환경은 언제나 응당 지켜야 하는 숭고한 가치"라고 전했다.
 

▲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서울 지역 기자회견 퍼포먼스. ⓒ라이프인
▲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서울 지역 기자회견 퍼포먼스. ⓒ라이프인

각 단체 발언 이후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환경부 가면을 쓴 사신이 1회용품 쓰레기로 죽은 동물과 인류의 영정 사진 앞에서도 여전히 1회용품을 투척하고 있다.

고은솔 서울환경연합 활동가와 진예원 녹색연합 활동가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환경부에 요구한 내용은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이다. 

이하 기자회견문 전문.

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하라.  

- 1회용품 규제 철회하며 의무와 책임 포기하는 환경부를 규탄한다! -

지난 11월 7일 환경부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에 관한 1회용품 규제를 철회했다. ‘1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으로 종이컵은 사용 규제 품목에서 완전히 제외됐고,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으며, 비닐봉투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작년 11월 24일부터 시행했어야 할 규제가 1년간의 계도기간도 모자라 급기야 포기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 시행을 백지화한데 이어, 이번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로 1회용품 감축에 대한 의무를 완전히 저버렸다.

이번 1회용품 규제 철회와 지난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유보에서 환경부는 계속해서 소상공인의 부담 경감만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인해 정부 정책과 규제 시행에 발맞춰 준비해 온 소상공인은 외려 혼란에 빠지게 됐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만을 기다려 온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은 정부를 믿었다가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에서는 1회용컵 보증금제 동참 업체들이 무더기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제도 안착이 요원해졌다. 이처럼 일관되지 못한 규제 정책에 대해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과 소비자, 소상공인 모두가 정부의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쳤지만 아쉽게도 충분한 준비에 이르지 못했다는 환경부의 발표는 준비할 의지가 없었다는 무책임한 선언과 같다. 또한 1회용품 감축을 규제 대신 권고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결국 국민들에게 1회용품 사용의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는 명백히 담당부처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 하는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고, 플라스틱 오염을 멈추기 위한 국제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산과 소비를 감축한다는 우호국연합에 가입했음에도 국내에서는 플라스틱 사용 저감과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있어 지속적으로 국제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고 국내적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이번 규제 철회 결정을 철회하고 약속된 1회용품 규제를 제대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하라
하나. 환경부는 1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시행하라

 

2023년 11월 21일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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