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생산 감축 없이는 플라스틱 오염도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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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생산 감축 없이는 플라스틱 오염도 끝나지 않는다"
한국환경회의,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3차 INC 앞두고 1회용품 규제 정책 철회한 환경부 규탄
  • 2023.11.10 00:43
  • by 정화령 기자

지난 9일, 한국환경회의(녹색연합, 서울환경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3차 정부 간 협상 회의(INC)를 한 주 앞두고 플라스틱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 정부를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환경회의
ⓒ한국환경회의

2022년 3월 플라스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며, 175개국이 최초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협약을 위한 정부 간 협상 회의에서 나온 요구는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극적인 감축 ▲재사용 시스템 촉진 ▲화학 물질 사용 금지 ▲미세플라스틱 규제 등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구의 벗, BFFP 등 국제단체에서는 생산부터 폐기까지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를 다루는 협약이 실현되도록 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최근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실행 철회,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제도 철회 등을 발표했다. 

이에 문도운 세계소각대안연맹(GAIA) 활동가는 "국제사회는 이미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온실가스의 배출, 미세플라스틱의 문제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할 마법 같은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 단계에만 집중하며 플라스틱에 대한 대안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업을 키우려고 하는 정부의 접근방식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위기의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지난 정부 간 협상 회의에 한국 석유화학 협회와 한국 플라스틱산업 협동조합을 포함한 산업계 이해관계자들을 정부대표단의 일원으로 동행하도록 했다"라며,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시민사회와의 대화 창구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김보연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국제사업팀 팀장은 "플라스틱은 석유화학산업의 생산물로써, 원료 획득, 정제, 폴리머 등 제조 과정에서 다양한 유해 물질이 사용되며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 또한, 플라스틱 제품은 다양한 화학 물질을 포함하며, 이로 인해 사용자는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하며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폐기 단계에서도 위험이 존재한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비율은 매우 낮고, 재활용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이전에 사용된 유해 물질이 재활용 제품에 다시 유입될 수 있다. 더불어 플라스틱을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은 연소 시 독성 물질이 발생하여 인근 주민과 노동자의 건강에 위협이 된다"고 발언하며 결국 화학적 재활용은 비효율적이면서 위험하고, 탄소배출량이 많아 기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우정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최근 한국 정부의 1회용품 규제 완화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철회를 근거로 협약에 역행하는 국내 정책 기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리고 "이미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을 원하고 있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내에서 보증금제 전국 시행과 일회용품 규제 강화부터 시작해 갈 것"을 촉구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정부는 국내 산업계를 보호하며 플라스틱 감축과 규제는 없이, 오로지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화학적 재활용 확대와 재생 원료 생산 확대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이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생산 감량 목표와 비율의 명확한 설정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위한 규제 강화 및 일회용품 규제 시행 ▲시민사회와 대화의 장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기자회견문 낭독 후 플라스틱을 옷에 두른 사람과 플라스틱이 몸에 잔뜩 박힌 동물이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3차 INC는 2023년 11월 13일부터 19일까지 케냐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에 캐나다에서 4차가, 하반기에 마지막 5차가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기자회견문]

플라스틱 생산 감축 없이는 플라스틱 오염도 끝나지 않는다

-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3차 INC를 앞두고도 진전없는 한국 정부를 규탄한다! -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성안하기 위해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3)가 케냐 나이로비에서 11월 13일부터 7일간 개최된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환경오염과 인체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에 공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동의 이해를 토대로 2022년 3월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은 90% 이상이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 화석연료에 기댈 수밖에 없는 플라스틱 생산이 기후위기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이에 따라 폐기물 발생량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재활용만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 결과에서 확인되었다. 플라스틱은 자연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켰고 심지어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금처럼 플라스틱을 생산한다면 결국 우리 모두 자멸의 길로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핵심은 생산을 포함한 플라스틱의 전 생애 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더 나아가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하는 것에 있다. 세계 4위의 석유화학 생산국인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실현 가능성 있는 협약 제정'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환경부가 발표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대응 방향은 재활용과 재생 원료 확대, 제품의 순환설계 강화였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생산부터 줄여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는 전혀 듣지 않고,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만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한민국이 스스로를 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난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우호국 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 HAC)'에 가입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정을 위한 마지막 회의인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를 유치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실제 행보는 어떠한가. 불과 이틀 전,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했다. 나라 밖으로는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과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대체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협약의 목표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한국이 '국제 환경 질서를 선도하는 중추 국가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 얼마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인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끝내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가장 먼저 원료 추출과 생산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에 걸쳐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생산 감량의 목표와 비율을 명확하게 명시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플라스틱 생산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꼭두각시처럼 산업계의 입장만 되풀이하지 말고 시민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소비한다면 우리가 살아갈 이 땅이 종국에 플라스틱으로 덮이고야 말 것이라는 국민의 우려와 시민사회의 외침을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끝까지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한국 정부에 과감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한다!

 

2023.11.9

한국환경회의・노동환경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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