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협동조합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주제로 3일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2023 협동조합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엄형식 국제협동조합연맹(ICA) 학술국장은 "UN 총회 결의안에 대한 응답으로 제출되는 UN사무총장 명의 보고서가 올해에는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기업가적 생태계'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하고, 협동조합에 대한 국제사회 흐름을 "사회연대경제의 주요구성 주체로서 협동조합의 역할과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2012년이 UN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되면서 사회연대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됐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실현수단이자 주체로서 사회연대경제와 협동조합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새롭고 혁신적인 실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라고 정리했다.  
 

포럼 첫 세션 '협동조합의 사회적 가치 그리고 지원방안'에서 장종익 한신대학교 교수는 "협동조합 재무제표를 이용한 경제적 성과 측정만으로는 협동조합의 성과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며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이 수익성이 좋게 나타나는 등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협동조합 재무제표를 활용한 성과 측정의 한계를 밝혔다.  

장 교수는 "협동조합이 창출하는 사회적성과는 보상받을 수 없는 외부 효과와 공공재적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적절한 지원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협동조합 약점을 보완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협동조합은 경쟁하고 각자도생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성장하기 어렵다"라며 사회문제 해결에 대응해 협동조합이 충분히 출현‧운영되고 있는지 알기 위해 UN, OECD, ILO 등 국제기구가 협동조합에 관한 통계를 작성하는 점을 짚었다. 조합원 및 직원이 연 소득 30% 범위 내에서 협동조합에 출자하면 출자금액의 125%를 소득공제하는 캐나다 퀘백 주의 협동조합투자계획정책도 공유했다.    
 

최유진 강남대학교 부교수는 전국 지도에 협동조합의 위치를 표시해 분포도를 가시화했으며 이로써 지방소멸지역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의존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역 협동조합 사례로 소멸위험 지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춘천시를 꼽으며 매출은 연간 약 473억 원(전국 13위), 일자리 창출은 연간 약 776명(전국 28위)으로 춘천시 협동조합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했다. 주요 업종은 ▲교육 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등이다. 최 교수는 "협동조합의 본질은 지역성에 있고, 지역 내 협동조합은 사업 수단으로 작용하며, 소멸위기지역에서 협동조합의 경제적 가치는 커진다"라고 요약했다. 
 

김대영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안성의료사협) 전무는 "우리나라 보건 의료는 '행위별수가제(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하여 진료비를 산정하는 제도)'여서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고 예방보다 치료 위주"라며 안성의료사협이 설립된 배경을 설명했다. 안성의료사협은 약물 오남용 및 과잉 검사, 과잉 처치를 지양하기 위해 항생제‧주사제의 처방률을 분기별로 검토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정부 시범사업인 왕진사업(1994년 시행), 만성질환관리사업(1995년 시행)을 비롯한 여러 사업을 정부보다 일찍 시행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을 통해 '1인당 평균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의료사협의 조합원은 비조합원보다 277,195원 적게 나타났다. 

토론에서 서진선 한남대학교 교수는 회계적 관점에서 협동조합 정책에 대해 "협동조합을 위한 회계기준과 시스템을 갖추고, 감사 등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두 번째 세션 발제자인 이은희 하이크리닝협동조합 이사장은 장종익 한신대학교 교수에게 "협동조합 관련 연구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냐?"고 질문했고 이에 장 교수는 "우리나라는 없다. 북유럽 쪽에선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두 번째 세션으로 '사회문제해결 주체로서의 협동조합'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대구‧경북 지역 19개 세탁소가 모인 하이크리닝협동조합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한다. 여름철에는 세탁소 수익이 적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린넨 사업장을 운영했다. 장기 미회수 옷을 수거해 쪽방촌 주민에게 기부하고, 지역 노인돌봄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정기적으로 대형침구류를 무료 세탁한다. 

한석주 한국사회적농업협회 회장은 노인을 돌보는 사회적농업으로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 있는 '여민동락(與民同樂)공동체'를, 정신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적농업으로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있는 '협동조합 행복농장'을 소개하고, "청년도 농촌에 오면 약자"라며 충북 제천군 덕산면에서 직접 운영하는 청년 대상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청년농촌정착플랫폼'을 홍보했다.

발달장애지원이종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의 협동조합들은 문화‧예술, 고용, 돌봄,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지만 연합회 공동 최종 목표는 사회주택 운영이다. 임신화 연합회장은 "공공에서 장애 관련 논의의 장에 우리를 많이 불러 자문을 구하곤 하는데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역에 굉장히 밀착돼 있어 실핏줄과 같은 역할'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내년 1월 정책 개발에 대한 의견도 정리해 전달할 예정"이라며 지역 내 협동조합연합회의 역할을 자부했다. 

서인형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이사장은 "예술인은 대출이 어렵다. 금융기관에서는 실업자로 간주한다"며 예술인 조합원을 대상으로 만든 대출상품 '예술인상호부조대출'의 운영방식을 설명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손실준비금으로 대출기금을 북서울신협에 납입하면 북서울신협은 스마트협동조합 조합원에게 신용대출을 실행한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근로복지공단 예술인고용보험 사무대행 기관으로 인가됐으며, 영상‧음향 장비 대여, 프로필 촬영, 후원금 모금 등 예술 활동도 지원한다.

두 번째 토론에서 이성빈 경기도사회적경제원 혁신담당관은 "지난 10월 경기도가 발표한 사회적경제 4대 비전에는 임팩트 펀드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투자 운용사로부터 들었을 때에는 '협동조합이 투자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유지분구조를 봤을 때 투자손실회수 등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며 "협동조합이 투자받기 위해서는 자회사나 합자법인 설립 등을 고민해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