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자 하는 자들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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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김신범, 포도밭 출판)>을 읽고...알권리 보장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제안
  • 2017.12.26 14:47
  • by 양영희 시민기자
<화학물질, 비밀은위험하다>의 저자 김신범 실장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의 안전이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화학물질 취급단계에서의 비밀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밀은 우리 주변과 집안 곳곳에 있었다. 기업이 말하지 않았고 마트도 밝히지 않은 그리고 정부도 관리하지 않은 것들의 공통점은 바로 우리 삶의 곳곳에 ‘우리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발암물질, 위험한 화학물질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수은이 함유된 참치, 환경호르몬 가득한 pvc플라스틱(생식기 기형, 발달장애, 각종 암의 원인인 프탈레이트계 환경호르몬)제품들과 장난감, 옷, 캔통조림 음료나 음식...베이비파우더 속 석면,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달걀, 생리대, 삼성백혈병, 용가리과자, 학교 석면, 암 마을, 메탄올실명, 요가매트 유해물질.......’

우리국민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설마’하는 생각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경험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기업은 안전과 생명에 꼭 필요한 검사조차 하지 않았고 청부과학자들을 동원한 동물실험결과를 조작했다. 하지 않은 검사내용을 사실인 듯 ‘아이에게도 안전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호객행위를 했다. 거기엔 대형 마트도 동행했다. 그리고 참사가 나자 자신들 탓이 아니라고 혹은 몰랐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런 일과 관련된 정부의 법은 허술하고 관리도 엉망이며 기업에 대한 처벌 규정도 관대하다. 게다가 죽은 사람이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스스로 제품이나 작업환경과의 관계를 증명해보이라고 한다. 1차 피해보다 혹독한 시련을 주는 것이다. 피해자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으며 긴 시간 투쟁하고 겨우 원인관계를 입증해도 기업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이다. 안전한 규정과 재발방지를 막는 법 개정 싸움을 하는 것도 지나난 여정이 필요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온다. 우리가 얻은 결론은 우리가 스스로를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곳곳에 놓인 위험물질로부터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하는 현실...화학물질 취급하는 공장과 그곳의 노동자들이 안전해야 소비자도 안전해

1999년 원진레이온 직업병 피해자들이 만든 ‘노동환경 건강연구소’의 창립멤버가 되면서 화학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 곁에 있으며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난 저자는 지금까지 한길을 걸어온 이야기를 에세이 쓰듯 그려냈다. 그의 삶의 여정은 우리의 노동환경과 생활환경 정의에 대한 역사와도 같았다. 그가 만난 수많은 산재피해자와 환경문제 그리고 그에 대응해 싸워온 그의 이야기에 감동받으며 또 미안해하며 책을 읽었다.
 
‘아버지, 좀 도와달라는 자식들의 호소가 세상에 널려있다.’는 얘기, 험한 환경을 견디며 노동하다 암에 걸린 노동자들은 그 암을 입증하기 위해 노동보다 더 험난한 절차를 밟게 하는 현실을, 그는 고발한다. 2010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새로 발생되는 암 환자는 20만 명을 넘어섰는데, 그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환자는 20명 정도라고 한다.

"소비자를 위한 감시가 없었으니 노동자를 위한 감시가 없다. 노동자를 위한 감시가 작동하지 않으니 소비자를 위한 감시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양쪽 모두 보호될 일이었다. 모든 제품은 공장에서 생산된다. 소비자가 안전한 제품을 원하면 공장이 안전해 질 것이고 공장의 노동자들이 안전을 요구하고 감시하면 소비자들이 안전해질 것이다. 소비자보호와 노동자 보호는 따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모두가 위험해지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먼저 그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공장과 마을이 너무 가깝다. 이는 화학물질의 피해가 생겼을 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저자는 발암물질에 대해 정보를 숨기는 사람들, 발암물질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키는 사람들을 지적한다. 그래서 발암물질이 아니라 발암물질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기업은 영세기업에게 위험을 전가하고, 잘사는 나라는 못사는 나라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사례를 얘기한다. 그래서 빈곤과 권력의 구조가 국가 간 발암물질 범위와 관리기준에 영향을 주어, 빈곤과 불평등은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암에 걸리는 이유가 되고 있음을 밝혀주기도 한다.

한해가 저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새해엔 금연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암에 영향을 주는 주요요인을 흡연이나 식습관과 같은 개인적 원인으로 돌리며 환경적 요인을 아주 낮게 평가하는 세계의 전문가들은 암을 발생시키는 환경적, 직업적 원인에 대해 눈을 감았다’란 대목을 보면 기분이 어떨까 싶다. 현대인들에게 건강은 아주 중요한 항목이다. 그런데 작업환경이나 생활환경 문제를 덮으며 모든 걸 개인이 알아서 챙겨야 한다고 말하는 분위기는 아주 묘하게 조작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정수기를 사고 공기청정기를 챙기며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으로만 지켜지는 안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알권리와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그리고 안전사회로 한 걸음 더

우리는 먼저 주민으로 그리고 노동자이며 소비자로 위험물질에 대한 알권리를 주장해야 하고 지켜봐야 함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정부는 안전의 입증 책임을 기업에게 주도록 요구하고, 타타대우사용차 사례처럼 ‘안전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며 사람과 환경에 해를 주지 않는 공정을 하려는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오도록 요청하고 감시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늘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하나씩 어떤 감시를 하고 있는 중이며, 그렇게 서로 등을 기대 서로를 보호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서 희망을 보기도 한다.

결국 화학물질로부터 안전도 민주주의 실현이 답인 것이다. 안전한 사회는 혼자서는 만들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떠넘긴 위험은 어디선가의 고통으로 남게 된다. 크리스마스다. 이 순간에도 고통과 싸우고 있을 수많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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