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 국가의 몫이냐, 시민의 몫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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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안전, 국가의 몫이냐, 시민의 몫이냐?
[라이프인.생명안전넷공동기획_안전칼럼]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
  • 2017.12.08 14:00
  • by 라이프인

포항지진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정부 수립 이후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심각한 인명·재산 피해를 낸 지진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경주지진에 이어 1년 여 만에 다시 찾아온 지진에 포항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새로운 위험재난이 하나 더 늘었다. 지진은 때론 재앙적 참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경주·포항지진은 단지 새로운 위험 하나 보태기가 아니라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해 지진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태세를 갖출 것을 맛보기로 우리에게 경고한 것이다.

시민들을 위협하는 것은 지진뿐만이 아니다. 2011년 참사의 정체가 드러난 뒤 아직도 피해규모와 질환의 실체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피해보상도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2014년 나라를 부끄럽게 만들고 국민 모두를 분노에 빠트린 세월호 참사, 2015년 우리 사회를 공포에 빠트린 메르스 창궐 등 거의 해마다 대형 재난과 참사,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사회는 멀고 위험은 연인처럼 너무나 가까이에 있다. 재난과 참사를 겪을 때마다 시민들은 목 놓아 외친다. “이게 나라냐!” “정부는 어디에 있느냐!” 우리는 대형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고장 난 레코드판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더 이상 이런 사건사고가 없도록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해 듣지만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 정부는 시민들의 망각을 가장 좋아한다. 시민들이 언제 그런 참사가 있었는지를 까맣게 잊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부추기고 좋아한다. 세월호 아이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메르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희생이 값진 것이 되도록 할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생명권과 안전권은 천부인권,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천부인권이다. 그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안전이다. 안전은 생명의 보디가드이다. 생명은 국가가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나 탄생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는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세금을 제때 꼬박꼬박 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 국가는 사라지고 만다. 만약 국가가 시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시민은 행동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국가가 제 구실을 하도록 큰 목소리로 부르대야 한다.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가가 시민의 생명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사회에서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발적 조직을 만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 면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인 ‘생명안전 시민넷’이 23일 닻을 올리고 출범한 것은 그 시기와 당위 면에서 모두 눈길을 끌고 박수를 받을 만하다. 지금까지 생명과 안전과 관련한 민간단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내로라하는 많은 시민운동가와 전문가, 그리고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새로운 생명안전단체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생명안전을 특화한 새로운 시민단체라는 점에서 시민들이 큰 기대를 걸만 하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 덧씌워진 위험사회, 아니 위험증폭사회를 안전사회로 바꾸는데 주춧돌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생명안전 시민넷' 출범, 국가와 시민의 역할이 모두 중요함을 일깨우는 계기

생명안전 시민넷의 출범은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시민들은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소극적인 노력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함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생명안전 시민넷의 출항에 발맞춰 새 단체와 시민, 그리고 정부가 생명안전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첫째, 생명안전 분야는 너무나 광범위하다. 따라서 정부든, 시민단체든 모든 것에 입질을 해 ‘배 놔라 감 놔라’ 하면 안 된다. 한약방의 감초처럼 되면 안 된다. 각인 효과가 떨어진다. 시민들은 많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미식가나 음식 맛을 좀 아는 사람들은 절대로 메뉴가 수십 가지가 되는 식당을 잘 찾지 않는다. 요리사가 한두 명 밖에 되지 않는데 수십 가지의 음식을 만들어 판다면 십중팔구 맛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명한 판단이다. 수십 가지 요리보다는 두세 가지 메뉴로 승부를 보는 식당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해마다 세 가지 정도의 생명안전 관련 의제를 정해 놓고 그 의제에 집중하면 맛있는 열매를 그 해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전문성이 중요하다. 이는 앞서 말한 두세 가지 메뉴와도 관련이 깊다. 생명안전과 관련해 정부와 기업이 하고 있는 일을 감시·견제하거나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면 이들이 확보한 전문성 못지않은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네트워킹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성과 함께 통찰력, 도덕성, 융합력을 지닌 일당백의 자발적 시민들이 함께한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이다.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민들이 단체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집행부와 상근활동가가 노력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새로운 생명안전 위협을 찾아내야

셋째, 생명안전 시민넷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 내지는 중요한데도 숨겨져 있었던 것들을 찾아내 그 성과물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하고 시민들이 주목하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참여와 후원이 이어지고 국회, 정부, 전문가, 기업들이 허투루 보지 않는 단체로 이른 시일 안에 자리매김한다면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사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교한 운영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또는 조직에 열정을 바치게 돼있다. 조직 내부의 원활한 소통과 함께 같은 목적을 지닌 다른 단체와도 평소 끈끈하게 교류하고 힘을 합치는 것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큰 힘을 지닌 단체도 여러 분야에서 많이 있다. 이런 단체는 제 나름의 성공 비결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시민들의 뇌리에 별로 각인되지 못한 단체가 있는가 하면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활동에 시민들이 큰 박수를 보내는 단체도 있다. 시민단체의 역량은 자발성을 지닌 회원과 열정을 지닌 집행부에 의해 좌우된다. 시민단체의 성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생명과 안전은 국가의 몫임이 분명하지만 또한 시민들의 몫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참여가 세상을 바꾼다.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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