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연합협동조합 이사장의 자살 그리고 남은 숙제들
상태바
피자연합협동조합 이사장의 자살 그리고 남은 숙제들
피자연합 이사장의 자살 사건으로 본 자영업협동조합의 빛과 그림자 (2)
  • 2017.05.11 11:00
  • by 정원각
피자연합 조합원이 운영하는 영등포 신길점 전경. 이들은 협동조합으로서 내부 힘을 키워가야 하고 밖으로부터 경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피자연합협동조합(이하 ‘피자연합’) 이사장이 자살을 했는데 피자연합은 협동조합으로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협동조합 관련 단체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피자연합,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 전문가 등을 만나보았다.

지난 4월 17일, 5월 2일 두 번에 걸쳐 피자연합 조합원이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운영하는 피자점에 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신길점을 운영하는 조합원 정종열 씨와 둘이 대화를 나누었다. 두 번째에는 정종열 그리고 경기도 이천에서 피자점을 운영하는 조합원이자 감사인 진소라 씨를 함께 만났다. 피자연합 이천점은 미스터피자 본사가 직선거리 약 50미터 앞에 직영점을 내고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은 곳이다.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피자연합 조합원과 출자금 규모 그리고 현재의 정확한 상태 등은 알 수 없었다. 이유는 이사장이 사망한 후에 고인의 부모들이 바로 모든 유품을 폐기해서 조합의 통장과 관련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망 전에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2016년 11월 29일 출범 당시에는 조합원이 6명이었으나 이후 몇 명이 더 가입하여 현재 약 12 명이다. 1인당 출자금은 5백만 원으로 약 5천만 원 정도가 조성되었고, 홈페이지와 조합 디자인, 홍보물 제작 등에 대부분 사용했다. 조합원은 피자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대부분이고 조합원들에게 피자 소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직원 그리고 피자 원부재료를 공급하는 물류회사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피자점은 서울(2곳), 인천, 이천, 세종(4월 23일 오픈), 대구, 광주, 부산(2곳) 등 전국 9곳에 분산되어 있으며, 최근에도 피자연합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한편 조합의 1분기 부가세 신고를 정정 기간인 5월 10일 안에 해야 하는데 대표가 사망했고 통장, 관련 서류 등이 사라진 상태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 조합의 대표를 바꾸고 바뀐 대표 이름으로 법인 등기, 사업자 등록도 변경하고 통장을 살려야 한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절차로 진행하면 부가세 신고 법적 기한을 지키기 어려운데 ‘이사장 사망으로 인한 긴급 상황이기 때문에 이사장을 변경한다’는 내용의 회의록을 작성하여 전체 조합원의 서명을 받아 공증을 하면 빨리 변경해 주겠다는 강남구청 담당 공무원의 자문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우선 급한 불은 먼저 끄고 피자연합 내부를 협동조합으로써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 두 조합원의 생각이었다.

영등포 신길점 내부 전경

한편 피자연합이 조합원들에게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한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고 이종윤 이사장과 감사 두 사람만이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고 두 사람이 주축이었으며 외부 일은 이사장이 담당했다고 한다. 이는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만들어진 다수의 자영업자 협동조합의 상황과 비슷하다. 많은 자영업자 협동조합들이 협동조합이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하는 것인지에 대한 학습과 정체성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참고로 자영업자 협동조합은 사업자협동조합 중의 하나로 자영업자들이 사업에 필요한 것들을 공동으로 구매하거나 공동 브랜드, 홍보 등을 목적으로 만든 협동조합들을 말한다.

서울협동조합지원센터 뉴스레터에 의하면 서울의 경우 전체 사업자협동조합 중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실제 사업을 하는 경우는 약 50%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절반이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협동조합을 만들면 정부가 지원하는 줄 알고 했는데 지원을 하지 않아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라이프인이 만난 피자연합 조합원들은 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만든 것이 아니고 스스로 자조, 자립을 하려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오히려 정부 지원을 받도록 부추기는 지원기관, 컨설턴트도 일부 있다고 했다. 두 조합원은 피자연합의 대표를 새로 등록하고 전체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으로 열심히 하는 것을 결의하고 교육을 받도록 제안해보겠다고 했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자영업협동조합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피자연합 이사장의 자살 사건은 많은 숙제를 던지고 있다.

피자연합 이사장 자살 사건에 대해 협동조합 관련 단체들은 어떻게 보고 대응하고 있을까? 한신대 장종익 교수,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이하 ‘협의회’) 이미연 사무총장,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김대훈 정책위원장,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이하 ‘HBM연구소’) 송인창 이사장 등을 만났다.

송인창 이사장과 김대훈 정책위원장이 피자연합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7년 3월 3일 기재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중소기업청 등과 민간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함께 만난 ‘프렌차이즈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다. 두 사람은 이종윤 이사장과 명함을 주고받고 간단히 인사를 하고 협력하자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약 10일 후 사망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고 한다. 김대훈 정책위원장은 "사망 소식은 큰 충격으로 연대회의에 보고하고 정책위원회에서는 피자연합을 만나 내용을 파악하고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협의회의 이미연 사무총장도 "사건을 접한 후에 내부 논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업자협동조합에 큰 관심을 갖고 연구와 지원을 하던 한신대 장종익 교수도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서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피자연합 사건이 터졌을 때 협의회나 연대회의 등이 즉각 대응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둘째, 전체 협동조합 중에 70% 이상이 사업자협동조합이므로 이 사건은 상징적이고 매우 중요하다. 시장에서 자본 기업이 협동조합과 경쟁 또는 충돌했을 때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협동조합들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여 피자연합이 성공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피자연합에 대한 협력과 지원은 한두 단체 또는 개인이 하지 않고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넷째, 가장 중요한 것은 피자연합협동조합 조합원 당사자들의 판단과 의지다. 협동조합 성격상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움직여야 외부의 협력과 지원도 의미가 있다.

이제 공은 피자연합협동조합 조합원들에게로 넘어갔다. 이번 이사장 사망 사건이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바닥부터 벽돌을 다시 쌓는다는 생각으로 조합원들을 교육하고 내부 결의를 다져서 성공하는 협동조합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사그러들 것인지... 아울러 협동조합으로 일어설 때 필요한 법과 제도 그리고 효과적으로 협력할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이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