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x공정무역] 보라카이 대신 안티케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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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x공정무역] 보라카이 대신 안티케에 갔다
  • 2018.12.12 12:06
  • by 노진호(공감만세 여행사업부 팀장)

여행과 무역이 공정해 지면 어떤일들이 일어날까?

여행이 공정해 지면 우리가 쓰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 숲을 지켜내는 여행,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는 여행,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 쓰고 버리는 소비가 아닌 관계의 여행을 할 수 있다. 

무역 공정해 지면 기존 관행무역 으로부터 소외당하고 불이익을 받고있는 생산자와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통해 거래하고, 일상적적인 소비로 빈곤해결 뿐 아니라 환경, 인권, 난민, 불평등, 지속가능한 발전 등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공정한 여행과 무역이 만나면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f(공정여행x 공정무역)은 어떤 점들을 연결하는 선을 그래 낼 수 있을까? 여행사, 여행자, 현지인을 매개변수로 필리핀 파나이섬 안티케주가 접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떤 방정식을 구했는지 살펴보자.

 

필리핀의 관광지 보라카이 섬에 가려면 파나이 섬 칼리보 공항으로 입국해야 한다. 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가면 수많은 여행사가 보라카이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을 맞이한다. 그 무리 속에 한 사람이 ’Antique Fair Trade Center‘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어색하게 서있다. 우리를 기다리는 안티케 공정무역센터(AFTC) 조합원이었다. 대부분 관광객이 보라카이 섬으로 향할 때, 우리는 정반대 방향인 안티케 주 벨리손 군으로 향했다.

칼리보에서 차로 약 4시간을 달리면 안티케 공정무역센터(AFTC)에 도착할 수 있다. 허허벌판에 우뚝 솟은 빨간 지붕의 마스코바도 공장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곳에 있는 마스코바도 공장은 2010년 12월에 건립됐다. 2010년 10월, 아이쿱생협의 조합원과 생산자, 직원 7,100여 명이 모금에 참여해 약 1억 8천만 원을 지원했다. 한국의 생협이 공정무역 생산지에 공장 건립을 지원한 첫 번째 사례였다.

 

 

 

하얗게 정제된 설탕을 먹었던 부유층과 달리 빈민층이 주로 먹어 가난한 사람들의 설탕이라 불리던 짙은 갈색의 '마스코바도'. '마스코바도'는 스페인어로 ’근육‘을 의미한다. 사탕수수를 잘라 으깨 추출한 즙을 3~4시간 가열해 걸쭉하게 만든 시럽을 결정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생산 과정 하나하나가 고된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 지역의 마스코바도는 그리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시설과 기술이 떨어져 국제 수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주로 필리핀 내수로 사용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탈리아, 영국, 한국 등의 공정무역 단체들이 현지에 공장을 짓고 이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안티케 공정무역센터(AFTC)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이로운 공정무역을 추구한다. 시장에서 50㎏당 1200페소(약 2만 5000원)에 판매되는 마스코바도가 2000페소(약 4만 2000원)의 가격으로 판매돼 현지 농민은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고, 한국 조합원은 믿고 먹을 수 있는 마스코바도를 제공받는다.

벨리손 군에 마스코바도 공장이 설립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한 것이다. 땅이 없는 사람은 공장에 취직하여 일을 하고, 월급을 받기 시작했다.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농민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를 할 수 있게 됐고, 공장 근처에 함께 구입한 땅은 지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공정여행이 결합했다. 사탕수수는 지력이 많이 소모되는 작물 중 하나이다. 따라서 지력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동안 수입원이 중단되기 때문에 대체 소득원이 필요했고, 공정여행이 그 역할을 맡았다. 아이쿱생협이 협력하여 안티케 공정무역센터(AFTC)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정여행가 양성과정’을 진행했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아이쿱생협의 조합원과 생산자, 제천간디학교 학생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공정무역센터가 지속가능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행 코디네이터가 된 조합원들은 마을투어를 개발하고, 수공예품을 만드는 체험과 전통문화축제를 준비한다. 일반적으로 일컫는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시골 마을에서 공정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관계가 싹튼다. 소비자와 생산자, 생산자와 생산자, 공정무역 활동가와 공정여행 활동가의 교류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공정여행을 시작하고 첫 여행지였던 빨간 지붕의 설탕 공장, 아직도 그때 설렜던 느낌이 남아 있다. 어제 안티케 공정무역센터(AFTC) 조합원 자녀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들이 보낸 선물은 잘 받았냐며, 언제 다시 오냐며.

 

노진호
공정한 세상을 바라며 공정여행을 시작했다. '어디로' 여행할 지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할 지 고민하며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세계일주를, 그리고 언젠가, 우주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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