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가 사는법-협동조합 소비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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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가 사는법-협동조합 소비자의 탄생
협동조합 소비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2018.06.21 19:01
  • by 김동규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모든 역사에는 첫날이 있고, 모든 여행에는 첫걸음이 있다. 나는 언제부터 협동조합 소비자로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일까? 지금이야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만들어진 많은 협동조합이 있어, 협동조합이 우리 주변에 많이 찾아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2012년 이전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선 협동조합을 발견하기가 쉽지않았다. 아니 발견 이전에 내 주변에서 협동조합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쉽게 만나볼 수 없었다. 나의 첫걸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았지만, 협동조합 소비자로 전환한 첫날의 기억은 없었다.

그래서 1년에 한권씩 쓰는 다이어리를 모두 꺼내놓고 뒤져보았다. 2018년부터 시작해서 2017년 그리고 더 뒤로 뒤로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다 2012년 11월 다이어리에 붙여놓은 영수증을 발견하였다. 이제는 잉크빛도 희미해진 한살림 출자금 영수증이었다. 이때가 시작이었다. 유레카! 깨달음의 순간....그러면 이때부터 나는 협동조합의 열렬한 소비자가 되었을까?

아이티와 아프리카에서 의료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일하는 폴 파머(Paul Farmer)는 그의 책 “세상은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To Repair the World)”에서 모든 깨달음이 바로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변화는 3단계로 일어난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Epiphany-Metanoia-Praxis, 깨달음-회개-실천으로 연결되는 순서이다. 옳다고 생각해도 주저의 순간이 있다. 생명살림이라는 한 살림의 철학에 공감해도 역시 실천에는 망설여진다. 그것은 우리 삶의 관성 때문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데 따른 불편함, 그리고 불안함. 그런 심리적 요인과 더불어 또 하나 습관대로 움직이려는 몸의 관성이 있다. 협동조합 소비자는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비행위에는 경로 의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우리의 소비는 관성이 있다. 어제 소비한 곳에서 오늘도 소비하게 되고, 오늘 소비한 곳에서 내일 또 소비하게 된다. 이 관성은 왠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협동조합 기업이 1만3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여전히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협동조합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내 시선이 미치는 곳, 나의 하루의 동선을 따라가봐도 협동조합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자본주의 기업은 사람들의 동선에 시선이 미치는 곳, 흔히 말하는 역세권에 입점을 한다. 그래서 보지 않으려 해도 보이고, 가지 않으려 해도 지나치게 된다. 이것이 자본주의 기업의 강점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충지를 차지한 것과 더불어 자본주의 기업은 끊임없이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유혹한다. 당신의 소비가 당신을 멋지게 만들어준다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때 온라인마케팅 관련 회사를 창업한 적이 있었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발생해야 하고, 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남겨야 한다. 또한 비용도 절감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인건비도 줄여야 하고, 임대료는 작아야 하고 등등. 사업을 하다보면 어느새 노동자 편이 아니라 사업주 편에서 현상을 바라보게 된다. 드라마 미생이 말하듯, ‘서있는 위치가 다르면 관점이 달라진다.’ 그렇게 자본주의로 시작한 먼 길을 돌고 돌아 뒤늦게 협동조합을 발견했다. 내가 협동조합으로 기업하기 이전에도 협동조합으로 사회를 바꾸고 삶을 바꾸는 노력을 해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이제는 협동조합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사회혁신이자 소셜벤처가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신문에서 외국계 은행들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하거나 수익을 전부 배당으로 본국에 보낸다는 기사를 읽었다. 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돈을 벌면서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것이다. 예전에는 한번 분노하고 끝이었지만, 이제는 협동조합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소비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나의 모든 계좌를 신용협동조합으로 옮겨볼까? 신협을 좀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이런 흐름을 막을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전혀 행동하지 않는 것 보다는 작은 흐름이지만 다른 흐름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소비를 하면서 협동조합 경제를 키우는 방법이 있을까?

협동조합이라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우리는 사업가(물품 또는 서비스의 생산자)이면서 또한 소비자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다. 생산자는 소비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업가로서 우리가 생산하는 것은 작고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삶의 전 방면에 걸쳐있다. 한 사람의 소비로 세상을 바꿀수는 없겠지만, 나 한 사람이 달라지면, 그 한사람만큼 세상은 달라진다.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는 말과 함께 ‘협동조합으로 소비하라’고 외치고 있다.

한때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라는 책의 매력에 빠졌다. 회사하면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 것만 생각했지, 실제 내가 기업을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를 처방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협동조합 기업하는데 매진했다. 그러나 기업을 하면 할수록 기업의 생존을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내 기업의 물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해 줄 소비자라는걸 알게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는 말과 함께 ‘협동조합으로 소비하라’고 외치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는 사람은 기존 생협, 신협, 그리고 같은 협동조합들의 소비자로 재탄생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개별법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협동조합기본법 태생의 협동조합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소비자로서 이용해야한다. 그래야 우리 안의 협동조합 생태계가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다.

기업은 소비없이 성장할 수 없다. 기업은 소비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지속가능성이 달라진다. 그래서 상상해본다. 한때는 한해에 거의 1,000개까지 설립되었고, 지금도 매해 300개 이상 늘어나는 협동조합기업들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 소비자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필요를 협동조합에서 해결하고, 자신의 소비총액 중 10%는 무조건 협동조합에서 쓰겠다고 맘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협동조합에 참여한 당신, 사업이 잘되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먼저 협동조합으로 기업하기 전에 먼저 "협동조합으로 소비하라".이것은 협동조합으로 기업하고 있는, 그리고 이제 협동조합으로 창업하려는 모든 이에게 주는 나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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