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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의 한 복판에서 피어난 ‘겨울꽃’박래전 열사 추모 30주기 맞아 ‘추모관’ 문 열어
  • 강찬호 기자, 사진 공정경 기자
  • 승인 2018.06.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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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전 열사의 친형인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가운데)가 추모관 전시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래전 열사 추모관이 지난 6월4일(월) 개관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0길 26, 인권재단 사람 2층에 위치한 작은 공간이다.

박래전 열사는 87년 6월 항쟁이 있었던 이듬해 88년 6월4일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광주는 살아있다’ ‘청년학도여! 역사가 부른다! 군사파쇼 타도하자!’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이틀 뒤인 6월6일 사망했다. 분신 당시 25살 청년이었다.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1982년 숭실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고 그 당시 학생들이 그러했듯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고뇌하는 청년, 현실 사회를 외면할 수 없는 청년의 삶을 살았다. 학생운동 내 정파 분열에 가슴 아파했고, 광주의 아픔을 잊지 못했다. 그의 죽음에 앞서 서울대 조성만 열사가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죽음을 불사하며 민주화를 외쳤고, 살아있는 광주를 증거했다. 지난해 5·18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의 희생된 넋들을 위로하면서, 동시에 박래전, 조성만 열사 등의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했다.

숭실대 동문들과 시민들로 구성된 ‘박래전 열사 30주기 추모준비위원회’는 올해로 30주기가 되는 해를 맞아 추모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5월30일(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을 초청해 박래전 열사 추모 30주기가 갖는 의미와 오늘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박래전 열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겨울꽃’을 두 차례(5.30, 6.4) 상영했다. 숭실대 중앙 노래패 ‘두메’의 추모공연(6.2)도 진행됐다. 숭실대 교내 추모식(6.4), 열사의 묘역이 있는 마석모란공원 추모식(6.6)도 진행됐다.

추모관 개관행사에 참석한 시민사회 인사들이 추모관을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특히 숭실대 동문으로 철학과 출신 김재범 감독이 1년여 시간을 들여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겨울꽃’은 박래전 열사를 기억하는 동문들과 가족 그리고 지인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제작되었다. 살아생전 박래전 열사에 대한 기억이자 기록이었다. 영화에 등장한 박래전은 당시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어느 학생들과도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인물이었다. 가족들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걱정했다. 문학도로서 순수했고, 시대의 고뇌를 외면할 수 없어 짊어지고 살았다. 그의 유서는 그러한 그의 아픔과 고뇌를 담고 있다. 영화 ‘1987’이 87년 6월 항쟁을 대중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면, 영화 ‘겨울꽃’은 그 시대를 살아갔던 청년들의 모습과 고뇌를 생생하게 다큐멘타리로 증언하고 있다.

박래전 열사 추모관에는 분신 당시 입었던 청바지와 구두, 양말 등이 복원돼 전시돼 있다. 김겸 예술품 복원 전문가에 의해 복원작업이 이뤄졌다.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 복원도 같은 사람의 손을 통해 복원됐다. ‘겨울꽃’은 박래전 열사 생전의 필명 ‘동화(冬化)’에서 따온 제목이며, 그가 쓴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은 박래전 열사의 친형이다. 그는 이날 추모관 개관행사 안내를 진행했고, 영화 ‘겨울꽃’ 상영회 후에 감독과 대화시간에 동생에 대한 기억을 들려주었다. 박래군 소장은 “이제 서야 30년 만에 형 노릇을 하게 됐다.”며, 지난 시간을 위안했다.

冬化

당신들이 제게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아는 까닭에
저는 당신들의 코끝이나 간지르는
가을꽃일 수 없습니다

제게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아는 까닭에
저는 풍성한 가을에도 뜨거운 여름에도
따사로운 봄에도 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떠나지 못하는 건
그래도 꽃을 피워야하는 건
내 발의 사슬 때문이지요

겨울꽃이 되어버린 지금
피기도 전에 시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진정한 향기를 위해
내 이름은 冬化라 합니다

새 찬 눈보라만이 몰아치는
당신들의 나라에서
몸을 비틀며 피어나는 꽃입니다

강찬호 기자, 사진 공정경 기자  okd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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