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왜?…사회문제 해결하는 '비영리'에 투자하기
상태바
어떻게? 왜?…사회문제 해결하는 '비영리'에 투자하기
23일 '서울숲 임팩트 밋업(Impact Meet-up)-비영리스타트업과 필란트로피 펀드' 개최
이의헌 사단법인 점프 대표 "'비영리 투자'가 사회 문제 해결에 효과적"
최근형 루트임팩트 애널리스트 "비현실적인 간접비 기준이 비영리조직 재정 악순환의 시작"
  • 2023.10.26 10:56
  • by 노윤정 기자
▲ 사회적 투자 구조의 한 예. AVPA(African Venture Philanthropy Alliance) 누리집 갈무리.
▲ 사회적 투자 구조의 한 예. AVPA(African Venture Philanthropy Alliance) 누리집 갈무리.

사회가 당면한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새로운 사회 문제 역시 빠르게 생겨나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표면적 현상이 아니라 문제를 만들어 내는 구조적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최근 소셜 섹터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영리 스타트업'은 비영리조직으로서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사명을 가지는 동시에, 기술 혁신이나 혁신적인 의사결정 방식 등 스타트업의 특성을 함께 보유한 조직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할 수 있으나, 미국 등에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가진 비영리조직을 대상으로 자금을 기부하고 해당 조직의 역량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해당 조직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투자 형식의 기부, 즉 벤처 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 (왼쪽부터)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 최근형 루트임팩트 애널리스트, 이의헌 사단법인 점프 대표. ⓒ라이프인
▲ (왼쪽부터)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 최근형 루트임팩트 애널리스트, 이의헌 사단법인 점프 대표. ⓒ라이프인

23일 오후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서울숲점에서 열린 '서울숲 임팩트 밋업(Impact Meet-up)'에서는 참가자들이 '비영리스타트업과 필란트로피 펀드'를 주제로 하여, 비영리 영역 투자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을 나누고 비영리 투자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논했다.

본격적인 세미나에 앞서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모더레이터)은 '임팩트 투자'와 관련하여 "임팩트 투자의 목적은 더 많은 임팩트를 만드는 것이고, 임팩트는 사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뒤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어떤 조직은 성장하지 않고 사업을 유지하기만 해도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조직들을 위한 금융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코로나19, 기후위기 등을 겪으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 영역의 역할이 주목받고, 해당 영역을 키우기 위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이의헌 사단법인 점프 대표. ⓒ라이프인
▲ 이의헌 사단법인 점프 대표. ⓒ라이프인

따라서 이날 행사에서는 '비영리'와 해당 영역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열쇳말로 하여 강연이 이어졌다. 첫 번째 연사인 이의헌 사단법인 점프 대표는 '임팩트 투자'와 '비영리 투자'를 대조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투자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대표는 점프의 사례를 들며 "우리는 기술도 없고, 혁신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상정한 사회 문제를 잘 해결해 내고 있다. 많은 비영리조직이 우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기술, 혁신은 없어도 사람, 진정성을 갖고 있고, 사실 이런 요소들이 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정말로 영리가 비영리에 비해서 사회 문제를 잘 해결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선 그는 정부의 투자 방식이 정말 사회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지 반문하며 "정부는 완전 독점 시장으로서 비교 대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사업을 평가할 때 '잘했다'는 평가만이 나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 정책은 목표치가 뚜렷하기 때문에 기존 방법과 새로운 방법 중 어떤 방식이 더 유효한지 민간 비영리조직 사업과의 비교, 정책 실험을 도입함으로써 상기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고, 사회성과보상채권(SIB), SK그룹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그램 등 정책 실험을 할 수 있는 수단 또한 이미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정부가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더 도움이 되는 정책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은 비영리조직들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대표는 임팩트 투자를 실행하는 민간의 펀드 중 공공 자금이 투입된 펀드를 언급하면서, 투자한 회사 중 실제 수익을 내는 회사는 일부라는 점, 상장 시 주가 최고점을 찍으면 투자자들은 이익을 본 후 주식을 매도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점 등을 들어 "과연 임팩트 투자가 정말 임팩트를 추구하는지, 정말로 높은 사회적 가치를 내는 데 세금이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비영리 영역에 유입되는 자금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는 공공 자금이 투입된 사업을 평가할 때 정책 비교를 시행하기를, 기업과 재단에는 재무적 이윤보다 사회적 이윤과 사람에게 투자하기를, 학계에는 벤처 투자와 비영리 투자 시의 사회적 이윤에 대해 연구하기를, 비영리 영역 종사자들에게는 비영리 영역이 창출하는 사회적 이윤을 측정하고 증명할 것을 제안했다.

▲ 최근형 루트임팩트 애널리스트. ⓒ라이프인
▲ 최근형 루트임팩트 애널리스트. ⓒ라이프인

루트임팩트의 최근형 애널리스트는 '비영리에 투자하기-루트임팩트의 벤처 필란트로피 실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루트임팩트는 지난해부터 임팩트 펀드를 운영하며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이 있는 기부자와 임팩트 지향 조직들을 연결하고 있다.

"왜 비영리는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기 어려울까." 최 애널리스트는 루트임팩트가 가졌던 의문을 공유했다. 그는 임팩트 생태계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과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비영리조직들은 얼마나 많이 생겨났을까. 영리회사만큼 잘 떠오르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지원조직들을 통해 접한 이야기를 취합하여, 비영리 분야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인력에 투자하기 어려운 조건 ▲재원 마련의 어려움 등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꼽았다.

조직과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가장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재 육성과 자금 조달이 어려우니 조직 역량을 개발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를 '비영리조직의 재정 악순환'(The Nonprofit Starvation Cycle)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했다. 후원자들은 비영리조직의 간접비를 비현실적일 만큼 낮게 상정하고, 비영리조직은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실제 필요한 인프라에는 투자하지 못하게 된다. 그럼 결국 비영리조직은 조직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게 되고, 후원자들은 낮은 간접비로도 사업이 운영된다는 판단을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루트임팩트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으로 비영리조직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적 성과를 창출하기를 기대하며 '투자'하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지난해 7월 임팩트 필란트로피 제1호 기금이 조성됐고, 루트임팩트는 해당 기금 프로젝트를 통해 3년간 총 10개 조직을 선정한 후 각 조직을 최장 3년 동안 지원할 예정이다.

임팩트 필란트로피 제1호 기금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처에 제약 없이 기금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 최 애널리스트는 "비현실적인 간접비에 대한 기준이 악순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제한을 아예 제거하는 실험을 한다. 이러한 방식의 투자가 장기적으로 해당 조직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향후에 더 많은 임팩트를 창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이 외에도 임팩트 필란트로피는 ▲조직에 필요한 역랑이 무엇일지 함께 찾고 역량 강화를 위해 파트너를 연결 ▲루트임팩트가 보유한 다양한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보장 ▲임팩트를 조직의 성과 관리 영역에서 다룰 수 있도록 임팩트 관리 솔루션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이처럼 루트임팩트의 임팩트 필란트로피는 비영리조직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험적인 방식을 시도하는 기금이다. 이것을 최 애널리스트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영리조직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우리가 후원자로서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교류하면서 나아가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후 최 애널리스트는 패널 토의 시간을 통해 간접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해 "누군가를 돕는다는 행위는 나의 돈을 누군가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실현한 것이 시초였을 것이다. 비영리조직에 기부할 때도 그런 인식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또한 비영리조직은 좋은 일을 하는 곳이고 사명만 있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비영리조직의 간접비는 낮아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것이 아닐까"라며 "비영리조직이 '진짜 비용'을 집계하고 그것들을 후원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