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지진 현장, 이제는 전염병과의 사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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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대지진 현장, 이제는 전염병과의 사투 시작
  • 2023.04.13 18:41
  • by 고두환 (재)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
▲ 피스윈즈가 튀르키예 타니슈마 지역에서 운영 중인 진료소. ⓒ피스윈즈코리아
▲ 피스윈즈가 튀르키예 타니슈마 지역에서 운영 중인 진료소. ⓒ피스윈즈코리아

진도 7.8 규모로 발생한 튀르키예 대지진은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갔다. 특히 하타이 주는 지진 직격탄을 맞아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중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시골 마을들은 물자 배분과 각종 지원에서 소외되는 곳이 많다.

피스윈즈는 재건 지역의 의료 사각지대를 채우고자 타니슈마 마을에서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타니슈마 마을은 1천 가구, 5천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시리아 난민도 60가구, 70명 정도가 함께 살고 있다. 이곳은 이번 강진으로 마을 재산 80%가 소실되고, 오래된 건물들이 무너지면서 석면이 미세먼지화되어 떠다니고 있다.

피스윈즈 진료소는 이런 환경에서 생기는 다양한 의료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석면폐증이다. 석면폐증은 폐섬유화가 진행되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잠복기가 길어 10년 이상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의료진에게 가장 힘든 점은 석면이 기승을 부리는 현장 곳곳에서 하루 종일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일이다.
 

▲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타니슈마 지역은 건물 잔해로 인해 주민들의 석면폐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피스윈즈코리아
▲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타니슈마 지역은 건물 잔해로 인해 주민들의 석면폐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피스윈즈코리아

또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역시 심각한 문제다. 튀르키예 의료보험 시스템은 훌륭한 편이나, 대지진 이후 약품 보급 등이 원활하지 않다. 마을 주민 30여 명은 만성질환으로 쇼크나 마비를 겪을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의료보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 복구에 있어 외상만이 지원 대상은 아니다. 건물 잔해로 인해 발생하는 내장기관 손상, 정기적 돌봄이 어려워져 발생하는 만성질환 악화 등은 향후 수십 년간 재건 지역에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예방할 수 있게 교육하고, 대지진 이후 현재까지 수집한 의료 데이터를 튀르키예 정부에 잘 전달하는 것이 피스윈즈가 진료소를 운영하는 목표다.

피스윈즈는 이런 의료 문제들 외에 예측하지 못한 이슈들에도 대응하고 있다. 최근 주민들은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증상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이다 보니 긁은 자리에 상처가 나기도 하고, 예민해진 사람들이 곳곳에서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는 응애(mites)로 인한 피부 질환, 피부 기생충으로 인해 발생하는 '옴' 등의 전염성 피부병 때문이다. 해당 질환은 한 명의 환자가 20명씩 감염시킬 만큼 전염성이 강하다.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무덥고 건조해지는데,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전염병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 베개와 이불의 세탁이다.
 

▲ 피스윈즈가 자연드림씨앗재단의 성금으로 타니슈마 지역에 설치한 세탁소. ⓒ피스윈즈코리아
▲ 피스윈즈가 자연드림씨앗재단의 성금으로 타니슈마 지역에 설치한 세탁소. ⓒ피스윈즈코리아

마시고 씻을 물도 부족한 타니슈마에서 이불 빨래라니, 언감생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염병 문제는 악화될 것이다. 그래서 피스윈즈는 아이쿱생협(자연드림씨앗재단) 성금으로 타니슈마 마을에 세탁소를 설치했다. 학교 독서실로 사용하던 공간에 세탁기 10대와 기타 시설을 들였다. 튀르키예 생협 매장에서 세탁 관련 기초 물자를 조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현지 상황을 보니 6개월간 세탁소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피스윈즈는 아이 4명을 홀로 키우는 어머니, 대가족을 돌보지만 대지진으로 소득을 사라진 가정의 어머니, 이렇게 2명을 6개월간 고용하기로 했다.

다른 재건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이 발견된다. 하타이 주 이스켄데룬 시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사카랴 주마르테시 샘트파자르(Sakarya Cumartesi Semtpazari)' 캠프는 184동 텐트, 1,200명(영유아 240명 포함)이 피난 중이다.
 

▲ 영유아 속옷 배분 현장. ⓒ피스윈즈코리아
▲ 영유아 속옷 배분 현장. ⓒ피스윈즈코리아

운영이 잘 되는지 점검 차 방문한 이곳에서 뜻밖의 이슈를 접했다. 영유아들이 대지진으로 갈라진 도로를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해줄 신발과 영유아 속옷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유아 신발 1켤레 13,500원, 영유아 속옷(3개 세트) 3,500원. 5백만 원이면 이 캠프에 머무는 영유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과 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최근 현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염성 피부병이다. 위생과 직결된 문제이자,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이슈다. 영유아 신발과 속옷은 아무래도 순위가 뒤로 밀리다 보니 제대로 공급되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피스윈즈는 재건 지역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건 지역의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프로젝트: https://peacewindskorea.org/turkeyearthquake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904-202569 재단법인피스윈즈코리아
간편후원: https://url.kr/dsy3aj
문의: 02-2088-8044 / pwk@peacewinds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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