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참사 현장 이야기를 듣다 "보건문제 비화 가능성有, 긴급 구호하며 느낀 어려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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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진 참사 현장 이야기를 듣다 "보건문제 비화 가능성有, 긴급 구호하며 느낀 어려움은…"
(재)피스윈즈코리아 긴급구호팀, 24일 온라인으로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현장 브리핑' 진행
  • 2023.02.25 16:19
  • by 노윤정 기자
▲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안타키아 지역의 타니쉬마 마을. ⓒ피스윈즈코리아
▲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안타키아 지역의 타니쉬마 마을. ⓒ피스윈즈코리아

지난 6일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하며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이 거주하던 주택과 기간 시설은 붕괴되고 전기, 물, 통신 등 생활 기반을 형성하는 서비스들이 끊긴 상태이며, 인명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일 규모 6.3의 지진이 또 다시 발생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여전히 시민들은 재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이 24일(현지시간) 발표한 누적 사망자 수는 44,218명, 시리아에서 현재까지 파악한 사망자 수는 5,914명으로, 공식 집계된 양국 사망자 수만 5만명이 넘었다. 이재민 수는 헤아릴 수도 없다.

▲ 이장우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총괄 디렉터와 고두환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이장우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총괄 디렉터와 고두환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재)피스윈즈코리아 긴급구호팀(이하 피스윈즈)은 24일 오후 온라인에서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현장 브리핑'을 진행하며 현장의 피해 상황 등에 대해 전했다. 피스윈즈는 지진 발생 직후부터 안타키아 지역을 중심으로 튀르키예 재난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장우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총괄 디렉터는 현장에서 진행한 현지 조사사업의 내용을 일부 공유했다. 현재 긴급구호팀은 물자를 조달하며 현지 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진료 가능한 자격을 획득하여 의료 지원도 시작했다. 또한 'GEA'라는 현지 팀과 협력하여 구조 작업도 함께하고 있다. 조사사업의 경우, 현지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협력 하에 가가호호 방문하며 조사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총괄 디렉터는 튀르키예 강진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하며 느낀 어려움으로 "보통 국제 NPO가 현지에 들어가면 독자적으로 자유롭게 활동하거나 현지 NPO들과 협력해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튀르키예 정부가 국제 NPO 단체의 직접 활동을 제한하여 초기에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기도 했다. 그리고 구호 전문 현지 NPO를 찾기도 힘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위생' 문제가 향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며 "식량 부분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떻게 위생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재민 캠프에서는 안전하게 음용할 수 있는 물, 몸을 씻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없어서 전염병 확산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피스윈즈코리아 긴급구호팀이 타니쉬마 마을에서 물자를 배분하고 있다. ⓒ피스윈즈코리아
▲ 피스윈즈코리아 긴급구호팀이 타니쉬마 마을에서 물자를 배분하고 있다. ⓒ피스윈즈코리아

고두환 피스윈즈 상임이사 역시 같은 우려를 전했다. 고 상임이사는 "이곳은 벌써부터 낮이면 날씨가 꽤 따뜻해진다. 여름이 되면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벌써 악취, 전염병 이슈가 생기고 있는데,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위생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외각 지역에는 대가족 중심인 가구가 많다 보니, 캠프에서도 다인원이 모여 있어 전염병 발생 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고 상임이사는 "튀르키예는 유럽 국가들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유엔(UN, 국제연합)에서도 여러 경로로 물자를 보급하고 있어서 물자 공급 상황은 염려하는 것보다 나은 상태다. 문제는 피해자가 단시간에 어마어마하게 발생한 재난이다 보니, 누구부터 어떤 식으로 무엇을 지원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행히 정부의 관리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전하며 "군경이 협조해서 현장 분위기가 어지러워지면 사람들을 통제했다가 분위기가 완화되면 푸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여러 비판도 있지만 현장에서 보기에 AFAD가 재난 현장에서 대응하는 속도는 다른 현장에 비해 우수한 점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물자 보급에 대한 걱정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에서 위생 문제와 더불어 가장 큰 고민거리로 다가오는 것은 공공 서비스 체계의 마비다. 특히 안타키아 지역은 여진 이후 대부분의 건물이 붕괴되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고 교육을 이어갈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다. 고 상임이사는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들어(피스윈즈는 몰도바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중이지만 학제를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재민 숫자, 사망자 숫자, 도시 붕괴 등의 이유로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보다 학제 운영이 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고 상임이사는 도시 재건 문제와 관련하여 "무너진 건물을 밀고 도시를 다시 짓고자 하면 현대 기술력으로 빠르게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건물 잔해 아래에 여전히 실종자들이 묻혀 있다. 기술과 자본의 문제를 떠나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 안타키아 지역의 임시 피난소 모습. ⓒ피스윈즈코리아
▲ 안타키아 지역의 임시 피난소 모습. ⓒ피스윈즈코리아

이어 이 총괄 디렉터와 고 상임이사는 긴급구호 방식에 대한 고민도 나누었다. 이 총괄 디렉터는 "한국에서도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하신 분들이 많다. 그런데 한국에서 물품을 보내는 물류비, 현장에서 물품을 받기 위한 통관비, 그 과정에 들이는 시간 등을 생각하면 현지에서 물건을 사서 배분하는 쪽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으며 "다른 긴급구호 단체들과 연계하고 관계를 잘 맺는 것이 중요한데 보통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는 긴급구호 활동에 관심이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어떻게 역량을 키울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상임이사는 "물품 지원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죽은 사람 수만큼 실종자가 존재하며, 이재민 가구 수가 수백만으로 추산되는 현장에서 특정 국가에서 물품을 받아 옮기고 배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부연했으며 "재난 현장은 어쨌든 위험하다. 그래서 평소에 전문 인력, 기존 인력의 전문성을 어떻게 기르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NPO 활동에 '증빙'을 요구한다. 현지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활동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신경 쓰다 보면 활동에도 제약이 생기고 자기 몸 안위를 챙기기도 어렵다. '불신'과 '증빙'에 기반해 활동하도록 하는 건 우리나라만큼 먹고 살 만해진 나라에서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라며 구조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피스윈즈는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호 활동에 힘을 보태고 싶다면 튀르키예 긴급구호 후원계좌나 프로젝트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후원이 가능하다.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프로젝트: https://peacewindskorea.org/turkeyearthquake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904-202569 재단법인피스윈즈코리아
간편후원: https://url.kr/dsy3aj
문의: 02-2088-8044 / pwk@peacewinds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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