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스마트폰 글씨가 읽기 어려운가요? 유니버셜 디자인 '디올폰트'가 불편을 덜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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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스마트폰 글씨가 읽기 어려운가요? 유니버셜 디자인 '디올폰트'가 불편을 덜어드립니다."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 인터뷰
  • 2022.10.19 15:43
  • by 이인경 객원기자

이인경 前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장이 라이프인 객원기자로 참여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사회적경제조직을 돋보기로 자세히 살펴보며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디올연구소
ⓒ디올연구소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중 이용 시설 등의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바이러스 방지 필름이 붙여진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질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이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필름은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었을까? 점자를 이용해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조치였다. 과학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코로나19의 종식이 예견되고 놀라운 기술의 혜택으로 많은 이들이 편리한 생활을 누리지만, 동시에 사람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 10월 13일은 세계 눈의 날(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이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눈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이다. 눈은 인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 기관 중 하나다. 눈 건강이 악화되면 심리적 위축감으로 활동이 줄어들고, 나아가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영위하기 어려워진다. 또 눈은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알게 해주는 지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노안 치료를 방치할 경우 치매 발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으며 당뇨병, 뇌졸중 등 신체노화에 따라 앓게 되는 질환 등으로 눈 건강이 악화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등록장애인 수는 약 264만 5,000명이다. 이중 시각장애인은 25만여 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9.5%를 차지한다. 시각장애에 대한 의학적 정의는 일반적으로 '시력'과 '시야'로 결정된다. 구체적으로는 시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거나 물체가 보이지 않는 시력장애, 시야의 범위가 50% 이상 축소되거나 터널시력이 된 시야장애, 광각장애, 색맹·색각 등의 색각장애, 조절장애 등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각장애인으로 사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토로할 만큼 일상 곳곳에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다. 그런데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접근성의 제약을 받는 문제는 비단 장애인만이 겪는 현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인 약 59%가 40대 이상의 연령층이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 중 하나가 노안이다. 최근 들어 노안을 사회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1 인터넷이용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가구별 인터넷 접속율이 99.9%, 개인별 인터넷 이용률은 93%에 이른다. 연령대별로 인터넷 사용 용도의 차이가 있으나 인구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일상생활의 필요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이용은 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기술의 이용은 생활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모든 사람에게 이로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30대 이하 연령층에서도 노안을 가진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용 큰글자도서 개발을 위한 적정문자 연구'(육근해, 한국문헌정보학회지 제43권 제2호, 2009)에 따르면 노인들이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독서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노안으로 인하여 돋보기를 사용하고 책을 읽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그들을 위한 기술과 자료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정부가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특히 젊은층에서 전자책 사용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대체로 노안자가 되면 다초첨 렌즈 또는 돋보기를 사용하고, 저시력자를 위한 큰글자 도서, 광학기기 등이 제공된다. 하지만 이러한 보조기기의 사용만으로는 모든 불편을 해소하기 어렵다.

눈 건강이 취약한 이들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불편 없이 스마트폰의 글씨를 잘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가 유니버셜 디자인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인경
▲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가 유니버셜 디자인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인경

사회적기업 디올연구소의 디올(dAll) 폰트는 작은 글자에 최적화된 디자인 제품이다.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디올 폰트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기반으로 폰트를 개발하여 노안자, 저시력자도 작은 글씨 읽을 때 느끼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디올 폰트는 다양한 사용자의 인지적·신체적 특성, 저시력자 혹은 노안이 시작된 연령층, 노안의 정도, 작업 환경, 생활 습관 등 가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용자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고안됐다.

'디올(dAll)'이란 이름은 유니버셜 디자인, 즉 모두를 위한 디자인(All for designe)이라는 개념에서 가져왔으며 디올연구소의 비전을 담고 있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신체, 연령 등 개인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이 없이 '모두가 동등하게' 접근성을 보장받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기술과 과학을 이용해 모두를 이롭게 하는 접근법을 제안한다. 특히 고객이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원칙을 넘어서서 사람들의 삶에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자 하는 가치를 담고자 한다. 제품과 서비스 자체에 사회적 가치를 담는 혁신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유니버셜 디자인의 가치이다.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는 "디자인이란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불편을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혁신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디올연구소의 디올 폰트는 저시력자나 노안자들이 웹사이트나 인쇄물 등의 표준 폰트를 읽기 어려운 원인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이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판독성을 높인 서체다. 디올 폰트를 사용한 사례로는 삼성카드의 약관을 들 수 있다. 6포인트의 초소형 서체를 사용할 때 뭉치거나 얇아 보이지 않는 두께를 적용하고 작은 폰트로도 판독이 가능하도록 하여 가독성을 높이도록 디자인했다. 상품 표시 정보, 금융약관, 각종 계약서 등은 정보의 정확한 전달이 안전과 직결된다. 그러나 현행 표준 서체와 디자인은 정보 접근성 면에서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생명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약품, 일반 식가공품의 제품 표시 정보 등을 시각장애인은 물론 노안자들도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 디올 폰트를 적용한 디자인 사례(가장 왼쪽 제품 디자인이 디올 폰트를 적용한 사례). 작은 폰트에서 판독력이 뛰어난 기능성을 갖추었다. ⓒ디올연구소
▲ 디올 폰트를 적용한 디자인 사례(가장 왼쪽 제품 디자인이 디올 폰트를 적용한 사례). 작은 폰트에서 판독력이 뛰어난 기능성을 갖추었다. ⓒ디올연구소

이 대표는 "디올 폰트는 공공기관의 각종 서식이나 금융기관의 약관, 다양한 제품의 사용설명서 등을 볼 때 느끼는 작은 글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또 그는 "디자인 결과물을 놓고 본다면 판독성, 가독성, 심미성 중 개개의 글자를 식별하고 인지할 수 있는 판독성을 중시해서 제작한 기능적 서체라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디올연구소는 현충원 현판에 사용된 안중근 의사의 손글씨체를 KCC안중군서체, KCC임권택체, KCC토닥토닥체 등의 공공폰트로 개발한 사례로도 유명하다. 디올 폰트의 디자인 기술은 노안자나 저시력자도 상표나 상품설명서, 전자책에서 작은 글씨를 보기 편하도록 만든다. 이 대표는 디올연구소의 폰트 제작 기술이 인쇄 시 종이 절약, 프린트 잉크 절약의 효과도 거둘 수 있어 친환경적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겪는 불편을 발견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해소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고 말한다. 기술이 야기하는 다양한 불편 때문에 사람들이 소외될 수 있는 점을 극복하고 새롭게 발생하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유니버셜 디자인을 기반으로 소셜디자인 통합 브랜드를 구축 중이다. 디올 폰트는 디올연구소의 첫 번째 로드맵이 구현된 결과물인 것이다. 이 대표는 인구 중 다수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겪는 어려움을 보편적으로 해소하는 데 디올 폰트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디올연구소 벽면에는 이 대표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면서 설계했던 로드맵이 게시돼 있다.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사회적 디자인 개발을 목표로 디올 폰트, 디올 서비스 디자인, 노인과 장애인 창업을 위한 기술 기반 사업 아이템 연구 등 다양한 과제들이 빼곡하다. 이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치매환자를 돕는 액티비티 개발센터를 목표로 연구하고 관련 기업들과의 네트워킹도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치매 어르신을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 서비스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부친이 치매를 앓고 요양원에 입소하면서 겪은 충격들이 사회적기업가로 나서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사회적기업은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는 이 대표는 그 자신도 어린 시절 지체장애를 갖게 됐다. 하지만 청년이 될 때까지 신체장애가 자신의 삶에 큰 문제거리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모의 각별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다가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면허시험장을 찾았을 때 최초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되는 현실과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장애인이 직업을 갖지 못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 경험은 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그의  다짐이 기억 속에서 흐릿해질 즈음, 활력이 넘치던 부친이 치매 판정을 받은 후 신체적으로나 인지적으로 취약해지면서 아픈 경험들을 하게 되자 IT 분야의 디자이너이자 기획자로서 잘나가던 사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사업을 찾아 나섰다. 그 길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자신이 추구하고 실현해 보고자 하는 가치를 발견해서 사회연대은행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고, 본격적으로 사회적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펼쳐 나가고 있다. 사회적기업 5년의 지난 여정을 통해 그가 강조하는 것은 "가치에 공감한다면 참여하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디올 불편연구소를 비영리단체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또한 "치매 노인 놀이 치료를 위한 장난감을 어린이 장난감으로 대용하는 사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환자의 특성과 다양성에 맞게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발되도록 하는 데에는 그분들이 취약한 존재로만 살아가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디올연구소가 해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유니버셜 디자인의 관점은 혁신을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다"며 "노안자나 저시력자 또는 시력약자에게만 특별히 제공되는 보조공학기나 큰글자 책 등으로 일상생활의 불편을 모두 덜어줄 수 없다. 모두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디올 폰트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디올연구소는 사회적기업이 된 지 만 5년이 됐다. 올해부터는 완전한 재정 자립을 위해 사회적 일자리 지원 신청도 중단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는 혁신을 디자인하는 기획자로 새로운 기회를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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