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고척동152-22번지, 재개발 마을에서 열리는 마읆상회 골목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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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고척동152-22번지, 재개발 마을에서 열리는 마읆상회 골목전시회
도‘s스토리연구소' 강희정 대표 인터뷰
  • 2022.04.13 13:42
  • by 이인경 객원기자

이인경 前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장이 라이프인 객원기자로 참여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사회적경제조직을 돋보기로 자세히 살펴보며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고척4지구 초입 목련꽃. ⓒ이인경
▲ 고척4지구 초입 목련꽃. ⓒ이인경

누구나 기억될 만한 삶을 살고자 한다. 개개인이 기억하는 것을 합한 것이 삶이라면, 의미있는 삶이란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재개발, 낡은 집들이 사라지고 경제적 보상과 쾌적함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내지만, 비워진 공간과 기억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 다시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상처가 되기도 한다.  

서울시 구로구 고척 4지구. 이곳은 고층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벽돌집과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약 4만 2.200㎡의 고척동 148번지 일대는 2016년 조합설립인가를 거쳐 2018년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최고 25층, 10개 동 총 983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구로구청 자료에 따르면 이 지구는 권리자 수 299명, 136개 동의 주택과 건물이 재개발 대상이다. 

 

▲ '마읆상회 골목전시'가 열리는 고척동 152-22번지(찬민이네) 옥상에서 바라본 마을전경. ⓒ이인경
▲ '마읆상회 골목전시'가 열리는 고척동 152-22번지(찬민이네) 옥상에서 바라본 마을전경. ⓒ이인경

이주가 시작되어 연립주택마다 버리고 간 물건이 쌓여있고, 철거 계고장이 곳곳에 붙어 있다. 그간 언론 보도의 관심은 부동산 가격 호재에 대한 것이었다. 다른 곳보다 아파트 시세가 저평가 되었는데 고척4지구 재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며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것이 주된 보도였다. 마을과 고향을 떠나는 이들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고척동 152-22번지, 연립주택 4층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30년 전 이 집을 짓고 3대가 살아 온 김공남 할머니와 손주 찬민 군이 전시를 위해 공간과 마음을 내주었다. 찬민군 가족은 이주를 잠시 미루고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함께하는 '마읆상회 골목전시'에 참여하기로 했다. 마을을 떠나는 이들에 대한 기억을 남겨 새로 조성될 마을의 이웃과  연결하려는 취지로 열리는 특별한 전시회장에 미리 방문했다.

 

'허물어진 자리, 지워져도 끝내 남는 것들' 이라는 주제의 전시와 공연은 구로구에 소재한 마을기록 전문 사회적기업 ㈜도's스토리연구소가 주최 주관하고 ㈜스페이스 함께,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愛), 공연예술 창작터 수다, 詩창작연구소, 詩소가 협력하여 오는 16일까지 개최한다.

전시에 참가하는 찬민 군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다. 입시 준비로 바쁜데도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의 구석구석과 자기 방 창밖 풍경들, 골목길, 그리고 물방울까지 다양한 기억을 그림으로 그렸다. 자기 방에 꾸며지는 전시를 위해 추억하고 싶은 이야기도 썼다. 집주인 김공남 할머니의 생애를 담은 공연은 16일에 진행된다. 

 

▲ 찬민 군의 그림. ⓒ이인경
▲ 찬민 군의 그림. ⓒ이인경

'마읆사회 골목전시'는 마을과 마음을 주제로 50명의 어르신과 주민의 일생을 기록하고, 구술기록을 바탕으로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愛) 소속 시인들이 시를 지어 만든 ‘문패시화’가 전시된다. 

또 손찬희 작가가 '가리봉동 호남 곱창'을 주제로 그린 시 그림책 원화도 만날 수 있다. 산업화의 상징인 가리봉동 공장 지역의 변화, 노동자의 애환을 함께 했던 가리봉 시장 곱창골목, 그곳에  이제는 홀로 남은 '호남곱창' 어머니의 삶을 기록한 시화 전시는 개인의 기억을 넘어 우리 사회가 변화해 온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도's스토리는 마을과 마음을 주제로 지난 10여 년간 구로구 일대 거주하는 주민의 삶을 기록해왔다. 2016년부터 청소년 마을기록 학교 '우리동네 보물찾기'아카이빙 사업을 추진해 왔고, 이번 전시에서 청소년들이자신들이 살아가는 마을을 기록한 결과물도 함께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강희정 도's스토리연구소 대표는 "2019년 50여 분의 어르신들을 소개받아 그분들의 생애 기억과 경험을 듣고 기록하며 개인의 기억이 역사적 사건과 맞닿아 오늘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라며 "개인의 기억이 공공기록물로 더 많이 남겨지도록 하는 일은 갈등과 오해로 점철된 사회를 이해와 통합으로 만들어가는 회복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 사회적기업 도's스토리연구소 강희정 대표(오른쪽)와 김수미 이사(왼쪽). ⓒ이인경
▲ 사회적기업 도's스토리연구소 강희정 대표(오른쪽)와 김수미 이사(왼쪽). ⓒ이인경

강 대표도 찬민이네 집 옥상에서 건너편으로 보이는 여인숙 앞 빨간 벽돌 연립주택에서 살다가 인근 지역으로 이사했다. 도시인은 수없이 이사를 하지만 대체로는 살던 지역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마을의 기록은 사회적 기억이자 역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살았던 마을이 재개발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기록전문가로서 지역의사회적경제기업가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사라지는 마을 주민의 기억과 기록을 새로 만들어지는 마을주민에게 전달해 주고 싶다는 취지에 공감한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 대표들이 전시회를 통해 협업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를 계기로 '비움 저장소'라는 협업사업 모델을 브랜딩할 계획이다.

▲ 찬민이네 집 건너편 여인숙. ⓒ이인경
▲ 찬민이네 집 건너편 여인숙. ⓒ이인경

개인의 기억들은 각자 오랫동안 간직해 온 물건들을 매개로 저장되어 있기도 하다. 애착을 가진 물건들이 단지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저장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스페이스 함께는 공간컨설팅을 하고, 도's스토리연구소는 기록을 만들었다. 정리된 구술기록으로 예술가들이 시를 지어 '문패시화'를 제작했다. 한 편의 시로 그려진 생의 이야기를 받으신 어르신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표현하며 가족과 특별한 대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기록이 예술로 재창조되는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의 회복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이러한 일들이 도's스토리연구소의 역할이며 "개인 경험과 기억의 기록은 세대 간 대화의 단절, 사회와 개인의 이해와 연결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s스토리연구소와 지역사회적경제 조직이 만든 '비움 저장소'가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시도되는 실험을 넘어서 마을과 이웃, 개인과 사회를 이어주는 좋은 모델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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