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주체들, '호적' 만들어달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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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주체들, '호적' 만들어달라 '한목소리'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 국회에서 전국대회 열고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
  • 2018.02.07 18:04
  • by 이진백 기자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본법이 없는 가운데 광역단체나 지자체는 자체 조례를 통해 대처하고 있다. "태어났는데 '호적'이 없다" "자동차, 운전사, 도로는 있는데 도로교통법이 없다"며,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기본법이 없는 상황을 빗대어 목청을 높이고 있다. 마을기업 주체들은 자신들 처지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2월 7일(수)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의 사회적경제조직의 대표자 및 활동가 500여 명을 비롯해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지자체장,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와 사회적경제의 나아갈 길에 대한 선언문'을 낭독하고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지난 제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으나 제대로 심의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이번 제20대 국회에도 유승민 의원과 윤호중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두 개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나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못해 조속한 제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으로 세분화된 사회적경제 조직을 포괄하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환경을 마련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법률로서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법률이다. 

이미 전국의 12개 광역시도가 사회적경제기본조례 또는 지원육성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으며 기초지자체 역시 120여 개에 달하는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여서 이에 대한 법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국의 지자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전국대회에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안인숙 집행위원장은 기본법제정의 추진과정 및 시민행동 활동을 보고하며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집행위원장은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 포용적 성장,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사회적경제기본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적 기반"이라고 말했다.

임종한 상임대표, 사회적경제 통합관리로 부처간 칸막이 비효율 없애야...기본법 제정 시급

임종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사회적경제는 사적인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정부의 칸막이 행정으로 인한 비효율이 심각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통합적인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을 기반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역은 이미 260여개의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데 법률적 근거가 없어 한계가 많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대표발의한 윤호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경제는 일자리도 만들고 어려운 분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좀 더 포용적이고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야당에도 지속적으로 협조와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다 같이 힘을 모아 조속히 법 제정을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인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그동안 심의를 못해오다 새해부터 사회적경제기본법 심의를 시작했다. 야당도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해선 이해와 의지가 있으므로 함께 협력해서 제정될 때까지 노력해서 더불어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어가자"고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한국YMCA전국연맹 이충재 사무총장은 "사회적경제는 다같이 행복한 세상을 추구한다. YMCA운동이 협동조합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운동이다. 함께 힘을 모아 법률 제정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행동은 전국대회로 모인 열망을 모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정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갈 것이다.

한편 사회적경제 관련 3법은 ▲사회적경제 기본법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경제 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태지만 계류 중이다. 

'라이프인'은 협동과 연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반드시 제정되도록 시민행동이 주관한 전국대회 선언문 전문을 싣는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와 사회적경제의 나아갈 길에 대한 선언

대한민국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쟁의 참상을 딛고도 짧은 시간동안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규모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기적을 이루었다. 또한 시민의 열망과 참여에 기반한 민주주의적 실천은 세계의 민주주의 선진국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할만큼 진전을 이루었다. 이 모든 성취의 근간에는 시민, 노동자, 농민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그 영광과 결실은 시민 모두에게 공정하게 돌아가야 함이 마땅하나, 우리 사회는 오히려 극심한 양극화에 시름하고 있다. 대기업이 수백조의 사내유보금을 쌓아가는 동안, 열심히 일한 노년층은 안심할 노후가 사라졌고, 조기퇴직한 장년층은 자영업으로 내몰렸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꿈과 미래를 실현할 기회를 얻는 대신 임시직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수백 대 일의 공무원 시험 경쟁에 뛰어들어 실낱 같은 희망에 인생을 맡기고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 비혼의 증가와 저출산은 필연이다. 새 정부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혁신하려는 의지는 고무적이나, 뿌리 깊은 민과 관,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제적 강자와 약자 사이의 차별적 관계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사회적 난제임도 분명하다. 

한국에서 사회적경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일제 강점기 협동조합운동의 전통아래 설립된 신용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을 시작으로, 1980년대에 새롭게 태동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1990년대 자활사업단과 자활기업, 2000년대 사회적기업과 2010년대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협동조합 및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은 서민들의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마다 포용적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를 혁신하는 주체로 등장하였다. 사회적경제조직은 2018년 2만개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는 산적해있다. 사회적경제를 정부정책의 실현수단으로 삼으려는 오랜 정부 주도의 관행과 ‘칸막이행정’은 여전하다. 사회적경제는 산업, 경제, 금융 등 기업육성 정책과 격리된 채 정책의 시혜나 지원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경제가 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사회적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사회적경제 진영은 19대 국회에서부터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정을 추진해왔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20대 국회에 들어 가속될 것으로 기대했던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정은 이념적 성향을 꼬투리 삼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와 대다수 의원들의 무관심으로 조속한 제정이 난망한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적경제는 시민들 스스로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 중심의 시민경제다. 기존의 경제질서, 경제구조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받고 있는 개인과 집단이 상호부조와 연대, 협동을 기반으로 자조하는 일이자 동시에, 국가도 시장도 실패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혁신적 시도다. 사회적경제는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운동이자, 사회의 안전망을 확대하여 사회의 지속성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사회적경제는 이 사회의 안정성을 높이는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다. 사회적경제의 원리는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발의한 이유다. 

지난 2월 1일 개최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필요성에 대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론이 있었다. 우리는 되묻고 싶다. 광역 지자체 12곳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기초 지자체 역시 140여개에 달하는 관련 조례를 제정했으나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는 작금의 현실은, 오히려 법률제정의 의무를 진 국회의 직무유기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국회는 더 이상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여야 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래 내용을 포함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한다.  
하나, 사회적경제의 존재 및 그간의 기여와 공헌에 대해 법적, 제도적인 인정 
둘,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경제 정책환경의 조성 
셋, 민관협치에 기반한 효율적인 지원체계의 구축 
넷, 민간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연대, 협력의 촉진 
다섯,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직ㆍ간적접 지원 근거의 확보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는 뿌리내릴 땅을 비옥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오늘 전국대회를 계기로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당사자, 국회와 여야 정당 및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서 임시국회 내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회적경제 현장 주체들은 적자생존과 무한경쟁이 아닌 호혜와 연대,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 시민 주도의 새로운 경제와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확신한다. 우리는 사회적경제가 도전하고 실현해온 사회적 가치를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확산시킬 것이다. 우리는 민주적인 운영과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한 기업경영과 경제활동이 가능함을 입증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사회적경제가 생태적으로, 사회적으로 국제사회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임을 입증할 것이다. 이선언은 그러므로, 세계사회에 공표하는 대한민국 사회적경제의 다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사람중심의 시민경제를 위하여 국회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2018년 2월 7일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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