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응, 생협이 한 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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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대응, 생협이 한 몫했다
경주·포항 지진 이후 현장에서 지역사회를 지켜온 시민들의 이야기
  • 2018.01.30 15:16
  • by 이진백 기자

"2016년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시 남서쪽 9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전진'이 발생했고, 48분 후인 오후 8시 32분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에서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했다"

일본 30년 이내 도쿄 대지진 발생 확률 70%,  도쿄 직하지진 예상 사망자수 약 1만 2천 명, 경제적 손실 무려 112조엔 등 우리의 이웃 일본이 겪고 있는 대재난 공포다. 하지만 이 같은 대재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무덤덤하다. 바로 우리의 상황이 아니라는 막연한 인식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의 경계부분에서 내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표적 고위험 지진대에 위치하는 주변국보다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인지 자연재앙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투자는 부끄러울 만큼 뒤졌고, 시민들의 방재의식과 조직 수준은 거의 미미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커다란 착각이었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이제는 한반도가 지진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더욱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2016년 9월 12일 19시 44분 44초. 우리는 미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맞닥뜨리게 됐다. 그동안 흔히 겪던 장마, 가뭄과는 다른 공포. 그것은 지진이었다. 

1차 규모 5.1 지진 발생, 2차 규모 5.8 지진 발생(20시 32분). 

경주에서 발생한 5.8 지진과 550회가 넘는 여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믿음 또한 흔들리고 말았다. 1978년 기상청 관측이래 가장 큰 지진과 여진으로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선창국 센터장은 "경주 지진 정도의 규모는 한반도 어디에서는 발생할 수 있다고 가정하시면 됩니다"고 말한다. 국내 (일부) 학자들도 한반도가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 주장한다. 이들은 한반도 지진발생 빈도가 매년 증가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증거라며 근본적인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 말한다.

년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횟수 56회 93회 49회 44회 252회 224

최근 6년 국내 지진 발생 추이 (규모 2.0 이상 기준 - 출처 : 기상청 홈페이지)


예상치 못한 재난,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사)씨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1월 25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지역시민사회와 재난 복구-한일 양국의 재난 경험과 마을의 역할'이란 주제로 제1차 시민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경주·포항 지진 이후 현장에서 지역사회를 지켜온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경주아이쿱생협의 지진 대응 사례로 본 사회적경제조직의 지역 재난대응 역할 모색'이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정미정 경주아이쿱생협 이사장(사진)은 재해 시 지역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민역량, 사회적경제조직 활성화의 필요성과 지역방재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미정 이사장은 지진재난이 발생할 경우, 행정기관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평상시 정부기관·민간단체 간 역할분담과 교육훈련을 통해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관이 주도하고 민간이 지원하는 형식이 아닌 각각의 영역에서 상호 주도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당시 주민들은 지진 이후 집에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서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자거나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냈다. 또 어떤이는 언제든 이동할 수 있게 차에서 생활을 했다"며 "(2016년 9월 12일)지진이 발생했을 때 뭔가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연하고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한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스스로 재난에 대비하자는 생각에 경주아이쿱생협은 재난대응 활동에 나서게 된다. 제일 먼저 '지진 바로알기 강좌'를 열고, 다음으로 이사회 결정으로 '임시재난지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긴급 구호물품'을 매장에 비치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대책 없음')이 가장 답답했다는 위원들은 일본 도쿄방재매뉴얼을 찾아 우리 실정에 맞게 재편집하여 미니북 형식으로 '지진에서 살아남기 지금 하자'를 제작했다. 이 책에는 재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재액션' 그리고 재난을 겪고 난 주민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경주아이쿱생협의 재난대응 활동('지진 바로알기 강좌', '긴급 구호물품 비치', '지진 매뉴얼 북 제작 및 인쇄', '지진 매뉴얼 북 배포 및 읽기 모임', '지진 간담회 및 북 콘서트', '재난대응 프로그램 운영' 등)은 이후 포항 지진 상황에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했다. 

경주아이쿱생협 재난대응 활동 

1. 지진 바로 알기 강좌
지진대처법에 대해서 강사들을 모시고 교육.
2016년 11월 : 특별강좌 '일본 엄마들의 지진 대처법' _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장 

2. (매장에) 긴급 구호 물품 비치
2016년 11월 : 이사회 결정으로 전국 자연드림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긴급 구호물품 매장비치. 배부인원 - 300명, 물품 - 생수와 한 끼 식사 대용품, 비상 은박담요. 
임시 재난지진위원회 구성 
2016년 12월 : 이사회 결정으로 임시재난지진위원회 구성(이사장, 이사와 조합원 등 5인 참여)

3. 지진 매뉴얼 북 제작 인쇄. 
2016년 12월 재난위 - 지진 매뉴얼 미니북 편집 작업 시작 (도쿄 방재 한글판을 우리 실정에 맞게 편집)
2017년 1월 : '지금 하자' 매뉴얼 미니북 인쇄 완료 수량 2000부(조합원 1000부, 시민 1000부)

4. 지진 매뉴얼 북 배포, 읽기 모임 진행
2017년 1월 : 지진 매뉴얼 미니북 '지금 하자' 배포 시작 (매장과 조합 공간)
2017년 1월 : 아리쿱 각 자치모임 (마을/동아리)에서 매뉴얼북 '지금 하자' 읽기 모임 진행

5. 재난 대책의 필요성을 알리다 
2017년 1월 '경주시민 지진 간담회' -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대표, 지진 매뉴얼 미니북 '지금 하자' 전달, 정부의 지진 대책 요청
2017년 6월 : 경주시민들이 쓴 지진에 대한 기록 '현관 앞 생존배낭' 북 콘서트 등 진행

6. 재난 대응 훈련 - 지역사회 '재난대응 역량강화' 프로그램
더 프라미스(국제구호협력기구), 이지스(국제재난심리지원단), 경주아이쿱생협, 포항아이쿱생협

7. 실제 지진 속 구호 활동
2016년 11년 15일 포항 지진 시 아이쿱활동연합회와 조합원 구호 활동 지원 
지진 매뉴얼 미니북 '지금 하자' 1만부를 긴급 인쇄 지원. 영남권 조합 배부
조합원 구호물품 키트 구성 배부 지원 (포항 4천개, 경주 1천 2백개 - 주말에 조합원 가족들이 자원봉사를 함)

8. 긴급 재난 심리 지원 
2016년 11월~12월 (총 4회차). 실제 지진 재난 속 4차의 심리지원 프로그램 진행 (이지스)
성인 60명, 어린이 30명 참여

정 이사장는 ▲지역 생활협동조합이 조합원의 생활, 생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방안 모색 ▲ 재난 시 생협이 지역사회의 작은 안전망 역할 ▲ 재난시 시민이 일상에서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감하는 커뮤니티 등을 재난대응 활동으로 평가했다. 

이어 생활협동조합(사회적경제)과 재난 대응 활동의 접점으로 ▲경쟁이 아닌 협동의 운영 원리가 재난영역과 부합 ▲독립적 재정 운영이 가능한 사업 조직 ▲조합원의 권익과 지역사회 공헌 ▲조합원의 구체적이고 주체적 욕구 ▲집단지성의 적극적 활동가(마을 모임) ▲가입과 탈퇴가 부담없는 대중성 등 6가지를 제시하며 이를 설명했다. 

끝으로 정 이사장은 "협동은 재난 속에서 더 빛을 발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며 "효과적인 재난대응을 위해서는 정부(중앙, 지방)와 시민단체(사회적경제 조직)의 명확한 역할분담과 동시에 행정 차원의 탄탄한 대응체계 구축과 민간과의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주민들 또한 지역 방재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행정은 더 많은 주민 주체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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