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구제계정’...‘양날의 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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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구제계정’...‘양날의 칼’인가?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3)] 가습기살균제구제특별법 및 시행령 이슈(1) : 피해구제위원회와 특별구제계정위원회
  • 2017.04.28 16:52
  • by 강찬호
2017년3월9일 광화문사거리에서 진행된 옥시아웃시즌2 선언 캠페인에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이하 특별법) 시행령 공청회가 2017년4월27일(목) 오후1시30분 명동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환경부 이호중 국장이 시행령안에 대해서 제안설명을 했다. 김판기 환경보건학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설동근 변호사, 임현술 동국대 교수,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참석해 토론했다.

환경부는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4월12일부터 5월23일까지 입법예고기간을 두고 있다. 특별법은 지난 1월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월8일 법률 제정이 공포됐다. 법은 오는 8월9일 시행예정이다. 특별법 제정과 환경부에서 시행령을 마련해 가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특별법, 폐질환과 폐외질환조사판정위 통해 피해구제 활동...형식은 마련됐으나, 위원회가 정하는 세부기준이 관건.

기존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는 환경보건법에 근거해 환경보건위원회가 피해자를 판정하고, 피해구제 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2017년1월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환경보건법에 근거한 피해구제는 특별법으로 이관된다. 특별법은 피해구제에 대해 2단계 구제 절차를 두고 있다. 기존 환경보건법상 ‘환경보건위원회’ 권한과 역할을 특별법에서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위원회’가 맡는다.

기존과 달라진 점은 ‘폐외질환’ 조사가 추가된 점이다. 특별법은 피해구제위원회에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폐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기존 환경보건법상 환경보건위원회는 ‘폐손상조사위원회’만 설치해 운영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피해판정 기준을 폐 손상에만 한정하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다른 장기에도 건강피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법은 이 문제를 보완했다. 동시에 폐질환 자체 판정기준에 대해서도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너무 협소한 기준을 판정근거로 삼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폐질환조사판정위가 세부기준을 어떻게 보완해 갈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3월9일 옥시아웃시즌2 선언 캠페인 현장 사진

특별법에서 폐 손상 이외에 다른 장기의 건강피해 질환을 조사하고 판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기존 환경보건법보다 진일보한 접근이다. 산모가 피해자인 경우 태아도 피해자로 인정하는 기준이 최근 추가 되었다. 천식이나 폐렴 등 호흡기 질환 등에 대한 연구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새로운 건강피해가 확인되면 피해자로 인정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담은 것이다. 폐질환과 폐외질환에 대해 조사판정전문위원회를 둠으로서 ‘외형적’으로는 모든 건강피해에 대해 구제 장치가 마련됐다. 각 위원회 심의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는 법에서 정한 구제급여를 지급받게 된다. 특별법의 구제급여는 기존 급여항목인 의료비, 생활자금, 장례비, 간병비에서 요양급여, 요양생활수당, 장의비, 간병비, 특별유족조위금 및 특별장의비, 구제급여조정금으로 확대됐다. 동시에 피해자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유리한 입장에서 추가적인 피해배상을 다툴 수 있게 된다.

환경단체, 위원회에 인문사회분야 전문가 포함돼야...의학적 관점에만 치우쳐서는 안돼!

문제는 실제 운영이다. 피해구제위원회나 각 조사판정위원회가 정하는 세부기준에 따라 피해자 지위나 구제급여 지급의 범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이에 대해 법에서는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가 쟁점이다. 환경부가 진행한 사전 설명회(3월23일,국회)와 시행령 공청회에서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등은 피해구제위원회에 피해자대표가 들어가거나 피해자단체에서 추천한 인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 대책활동을 해온 환경시민사회단체 참여나 추천도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피해구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인문사회학자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해나 피해자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지나치게 의학적 관점으로만 국한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시행령안에 구제계정운용위원회에 사회복지학 관련 전문가를 추가하는 정도로 국한했다. 공청회에서 최예용 소장은 인문사회학 분야 전문가를 거론한 것인데, 사회복지학으로 국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시행령에 환경사회단체의 인사가 포함되지 못한 문제, 전문가 자격을 부교수 등으로 특정하는 것은 문턱을 높이고 폭넓게 피해문제를 바라보지 못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법에서 담고 있는 또 하나의 구제수단은 ‘특별구제계정위원회’의 설치이다. 기존 환경보건법상 피해구제가 폐질환에 국한되어 있고, 이 마저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건강피해에 대해 인과관계를 특정함으로서 ‘특이성’이 확인되지 않은 다수의 피해자를 3·4단계 피해자로 둠으로서 사실상 구제급여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이는 피해자로서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함으로서, 실질적인 피해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조치를 받아 들여져왔다. 당연히 피해자들은 반발했다.

특별구제계정위, 특별법상 피해자 인정은 안 되지만 구제급여는 제공하는 모순...양날의 칼과 같아.

특별법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특별구제계정위원회’(이하 구제계정위)를 설치해 운용하도록 했다. 구제계정위는 환경보건법과 특별법상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3·4단계 피해자와 업체가 파산해 배상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셰퓨 등 사용 ‘피해자’들에 대해 별도의 구제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구제계정위 운용기금을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들로부터 조성토록 하고, 목표 기금액을 1,250억원으로 정했다.

특별법에서 구제계정위를 설치해 피해구제에 나서게 된 것은 3·4단계 피해자와 세퓨 피해자에 대해서 방관할 수 없다는 인도적, 현실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고 단계적인 접근의 성격이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피해자들의 불만과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구제계정위 구제는 피해구제위원회를 통한 구제와는 ‘피해자 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구제계정위는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구제계정위 산하 조사판정위원회의 판정결과에 따라 상당한 개연성이 있거나 인도적으로 구제급여 지급이 필요하다고 하는 판단에 근거해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구제계정위를 통한 구제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나 환경부 차원에서 피해문제 해결을 위해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나온 방안이다. 당연히 피해자들과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어정쩡한 접근’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공청회에서 3·4단계 피해대책 활동을 해오고 있는 최숙자씨는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 돈 몇 푼 받으려고 이러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피해자 인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것이냐, 기업을 편드는 것이냐”라고 항변했다. 공청회 패널로 참석한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도 “구제계정위를 통해 구제를 받는 피해자도 당연히 ‘피해자’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월9일 옥시아웃시즌2 현장

이렇듯 구제계정위는 양날의 칼과 같다. 긍정적으로 보면 현행 인정기준에서 구제될 수 없으니 우선 급한 불은 끄고, 이후 판정기준이 새롭게 보완이 될 경우 피해자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체 파산으로 구제가 어려운 셰푸 피해자와 같은 사각지대 피해자, 피해자 인정 여부를 떠나 긴급한 의료지원이 필요한 피해자 등 구제계정을 통해 급여지급을 희망하는 피해자들에게는 ‘가뭄 끝에 단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자 불인정에서 피해자 인정까지의 긴 여정을 건너가는 ‘디딤돌’의 성격으로 수용할 수도 있다.

반면 정부나 기업이 구제계정위 지원으로 문제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기업에게는 피해문제 면피라고 하는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 구제급여 수준의 지원으로 피해배상 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결국 정부가 어떤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구제계정위를 운용하느냐가 핵심이다. 구제계정위에 반발하는 피해자들은 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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