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in 한국] 사회계약론: 공화국의 합법성을 성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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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in 한국] 사회계약론: 공화국의 합법성을 성찰하라
  • 2024.01.23 10:00
  • by 오수웅 교수(숙명여자대학교)

1. 제네바에서 온 유랑자

루소는 1712년 제네바 공화국에서 3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열흘 만에 어머니를 여의었으나 고모와 유모의 간호와 보살핌으로 유년기를 살았다. 소년기에 예비 교육과 시계 제작 등 여러 직업 교육을 받던 중 성 밖으로 나갔다가 귀가할 수 없게 된 것을 계기로 발길을 파리로 돌렸다. 동네 도서관의 책을 모두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던 그에게 가혹한 시계공의 길은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 오수웅 교수 저서 '사회계약론'. ⓒ살림출판사
▲ 오수웅 교수 저서 '사회계약론'. ⓒ살림출판사

루소는 파리로 가던 길에 만난 바랑스 남작 부인에게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보았고, 그녀의 후견으로 구교로 개종하고 신부 학교에 다니기도 했고, 여러 귀족, 부르주아, 신부들과 교제하며 친분을 쌓고, (음악) 가정교사를 하기도 했다. 루소는 음표기에 관한 논문으로 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나, 디종(Dijon) 아카데미가 공모한 질문 "학문과 예술의 부흥이 풍속을 순화하는 데에 이바지했는가?"에서 깨달음(빛)을 얻고, 학문과 예술의 부흥이 오히려 풍속을 타락시켰다고 주장한 『학문예술론』이 대상을 받으면서 철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자연의 빛"을 따라 "진리의 편"에서 걸었던 철학자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교육 및 종교와 정치에 관한 파격적인 주장을 담은 『에밀』과 『사회계약론』이 불태워지고 파리와 제네바의 체포령으로 도피하며 생활하기도 했다. 반박에 변론하거나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글을 쓰면서, 오페라 『마을의 점장이』, 소설 『신엘로이즈』 등의 성공에 따른 수입과 악보 필사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1778년 에름농빌의 은신처에서 세상을 떠났다.

 

2. '진리의 편'에 선 비판자
 
루소는 여러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 문화를 비판한 『학문예술론』, 사회질서를 비판한 『인간 불평등 기원론』, 정치적 대안을 제시한 『사회계약론』, 그리고 교육적 대안을 제시한 『에밀』이 특히 중요하다. 루소가 네 작품이 하나의 체계로 전체를 이룬다고 한 만큼, 모두 읽어야 하나 여기서는 『사회계약론』의 주요 내용만을 살피기로 한다.

『사회계약론』은 이질적이거나 상반된 해석이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이해되고, 당대와 오늘에 미친 영향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다. 이런 다양성은 정신적 자유와 학문을 증진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만, 현실에 대한 이해 특히 정치 실제를 개선하는 데에는 혼동, 갈등 심지어 참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역설적이나 『사회계약론』을 반복해서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인민 입법이어야 한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 '평등하게 연합(언약)해서 법을 말하자'라는 문구를 제사로 달았다. 당시 유럽에는 왕의 명령, 귀족(소수) 입법, 인민 입법의 입법 방식과 군주정(왕정), 귀족정(과두정), 민주정(중우정)의 정체가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등의 군주국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베네치아, 제네바, 네덜란드 등의 공화국도 세 가지를 혼합한 정체를 선택했으나 소수가 입법과 집행을 주도하는 과두정(타락한 귀족정)으로 운영되는 실정이었다. 루소가 보기에, 빈번한 전쟁, 교역 및 상공업의 발달과 자본의 축적, 전통적인 신분 질서의 변화 그리고 이와 함께 인간의 편견과 심성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였다. 

루소는 앞선 두 작품에서 당시의 정치 실제를 인간과 사회에 대한 기득권자들의 편견에 기초해서 성립한 비합법적인 질서의 소산이라 비판했다. 『사회계약론』의 제사, "인간을 있는 그대로, 법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정치 질서에 합법적이고 확실한 운영 규칙"을 탐구하겠다는 목적, 그리고 "정치적 권리의 원칙"이라는 『사회계약론』의 부제는, 인민 입법이 인간의 정치적 권리이자 정치 질서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유일한 대안임을 시사한다. 이것만으로도 『사회계약론』은 기득권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사상으로 여겨지기에 충분했고, 그 위험성은 인민 입법을 포함해 의회와 정부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뒤엎은 파격에서 비롯한다. 

 

2) 사회계약은 공화국(의회)을 창설한다

당시에 국가를 대표하거나 그 자체로 여겨지던 것은 왕과 그의 통치, 즉 '정부'였다. 그러나 루소에게 국가는 왕이나 소수가 전유하는 정부 따위가 아니라 인민 자체다. 인민은 개인들의 단순한 군집이 아니라 서로가 하나로 묶인 연합이자 단체(법인)이며, 이 자체가 "공화국 또는 정체(République ou corps politique)"이자 실제로 회합해 있는 의회다. 사회계약은 정부가 아니라 의회를 창출하는 계약이며, 하나의 국가(공화국)에 단 한 번, 유일하게 만장일치를 요하는 계약이다. 

루소가 보기에, 개인들이 인민이 되는 사회계약에 임하는 것은 풍속(도덕), 법 등으로 구성된 "장애물"(정치 질서)이 자신을 보전하려는 개인의 힘(자유)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억압함으로써 "존재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사멸"하게 될 상황, 예를 들어, 프랑스는 물론 제네바나 베네치아처럼, 소수의 개인이나 집단이 "장애물"의 입법과 집행을 독점함으로써 전체 인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다. 이때 개인들은 원래의 자유롭고 평등한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직 "공동의 힘으로 회합한 각자의 인격과 이익을 방어하고 보호하며, 그에 따라 각자는 전체에 결합함에도 오직 자신에게만 복종하여 전처럼 자유롭게 남게 되는 연합 형태(forme d'association)"– 공동의 힘, 공동의 이익, 동등한 자유를 실현하는 연합 형태 –를 찾아야 한다는 "단일한 동기"와 의지를 지니게 된다. 개인들의 이런 의지의 총화가 바로 일반 의지이고, 그런 의지를 실제로 행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사회계약이다.

사회계약은 그래서 단일한 동기로 모인 "각자가 공동으로 자신의 인격과 모든 힘을 일반 의지의 지시 아래에 두고, 각자를 전체에서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몸체로서 받아들이는" 행위가 되며, 이로써 "곧바로 개별적인 인격 대신에 회합의 투표수와 동수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의회와 그들 정신에 "단일성과 공동 자아, 생명 그리고 의지가 부여된 도덕적이고 집합적인 몸체", "이전에는 국가라는 이름을 가졌고 지금은 공화국 또는 정체"라 불리는 "공적 인격"이 생성된다.

루소가 이 공화국의 합법성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 규칙"으로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정기적이고 상설적으로 의회를 개최해야 하고, 모든 의견은 각자의 원칙과 선호에 근거할 것이기에, 어떤 의견이 일반 의지에 부합할지를 심의ㆍ의결하는 공동 심의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서로가 따르기로 합의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회 구성원 간에 형평(équité)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의회에 파당이 없어야 한다. 파당이 생겨나면, 파당에 속한 의원들의 의견은 파당에서는 일반적이나 "정체에 대해서는 개별적"이고, 의원 사이에 우월-열등의식이 심화하면서 당파심이 강화되어 "진정한 형평의 원칙"를 따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다른 파당을 압도할 정도로 거대한 파당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일반 의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압도적인 개별의지만 남게 되며, 이렇게 개별의지가 일반 의지로 둔갑하는 입법권의 타락이 발생하면, 사회계약은 이미 폐기된 것이고 따라서 "국가 붕괴(dissolution de l'Etat)"에 이른 것이 된다.
 

3) 정부는 법의 집행으로 수립된다

의회(공화국)를 창설했으나 "이 정체를 형성하고 연합한 근원적인 행위가 정체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법을 통해 그것에 움직임과 의지를 부여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이 작업은 의회의 공동 심의를 가리키고, 루소가 정치법이라 부른 헌법의 제정으로 귀결한다. 

헌법이 제정되면 정부(Gouvernement)를 수립하는 "(헌)법의 후속 조치"가 뒤따른다. 인간의 모든 자유로운 행위가 의지와 힘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듯, 일반 의지의 총화인 (헌)법을 마련했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그 법을 집행할 정부가 있어야 하고, 또 의회와 정부가 반드시 "협력으로 작동"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헌)법 규정에 따라 수립된 정부는 어떤 형태이건 모두 공화정이고, 정부를 합법적으로 수립하는 길은 오직 이뿐이다. 

이는 의회와 정부 또는 정체와 정부를 구분한 결과이다. 루소는 우선 정부를 공동의 힘의 "대리인(agent)"이자 "집행인(ministre)"이며, 국가와 주권자의 소통을 담당하고 신민과 주권자를 조응하게 하는 매개체로 규정한다. 그리고 "집행권의 정당한 행사를 정부 또는 최고 운영(suprême administration)"으로, "이 운영을 맡은 사람 또는 단체를 군주 또는 행정관"이라 하고, "행정관, 왕 또는 총독"으로 불리는 구성원들로 구성된 단체로서 군주(Prince)라는 이름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나아가 정부도 "구성원들의 공통감각, 개별적 자아와 함께 자기 보존을 지향하는 고유한 의지, 힘"을 가져야 하고, "이 개별적 존재는 여러 회합과 위원회, 심의ㆍ의결권, 행정관의 조건이 힘든 만큼 더 명예롭게 하는 군주의 배타적 권리, 지위, 특권"을 지녀야 한다는 점에서 정체의 축소판으로 간주한다. 

루소는 그러나 정부가 "근거 없이 주권자와 혼동"되지 않도록 군주정(왕정), 귀족정, 민주정을 정체로 간주하는 전통에서 벗어나, 의회 구성원 중에서 선출을 통해 구성하는 형태의 정부 유형으로 다룬다. 민주정은 정부를 "인민 전체 또는 인민의 다수"에게 맡겨서 "일반 시민보다 행정관을 맡은 시민이 더 많은 정부형태", 즉 의회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정부의 구성원이 되는 형태이다. 귀족정은 절반 이하의 소수에게, 군주정은 1인에게 맡겨진 형태다. 민주정은 절반에서 전체, 귀족정은 소수에서 절반 사이, 군주정도 1명에서 여러 명으로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이 세 가지가 섞여 다양한 혼합 형태가 나올 수 있다. 또한, "모든 비율에는 단 하나의 비례중항이 있는 것과 같이 국가에 가능한 좋은 정부는 단 하나 존재"하나, 인민의 비율이 바뀔 수 있으므로 서로 다른 인민에게 좋은 정부는 각기 다르고, 또 같은 인민이라도 시기에 따라 좋은 정부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 단일한 정부는 존재하지 않"고, 모든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혼합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한편, (헌)법을 입법한 사람이 그 법을 가장 잘 알 것이고, 또 그것이 어떻게 실행돼야 할지도 가장 잘 알 것이기에, 민주정이 일반 의지를 가장 잘 실현하는 정부형태일 것이다. 그러나 다수가 소수를 통치하는 것은 자연법에 어긋나고, "개별의지는 본성상 [자신의] 선호를 따르려는 경향"을 지니기에 법을 따르지 않고 자유와 방종을 착각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며, 사안에 따라 개별의지와 일반 의지가 일치할 수는 있어도 그런 일치가 일정하거나 계속되기 어렵고, 실현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의지(일반성을 지향하는 입법권)와 힘(개별성을 지향하는 집행권)이 혼융됨으로써 의회와 정부 모두에서 입법권과 집행권의 타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이다. 루소가 인민이 신들로 구성되지 않는 한, 진정한 민주정은 존재한 적도 없고 실현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나 이는 민주정에 한정된 게 아니며, 의회를 구성하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선호하는 이기심을 지녔기에, 어느 정부에서건 마주하는 문제다. 

루소가 공화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운영 규칙"으로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정부는 (헌)법의 제정과 집행으로 구성되고, 집행권을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공화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가장 핵심적인 운영 규칙인데, 다른 원칙들을 준수하더라도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이 각기 참주정, 과두정, 중우정으로 타락해서 무정부(anarchie)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주권자, 정부, 개인(신민)으로 구성된 연비례의 비례중항의 원칙에 따라 구성되어야 하고, 행정관이 지닐 수 있는 개별의지, 정부(단체) 의지, 일반 의지 중에서, 항상 일반 의지를 우선하는 의회(의 법) 귀속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이를 위해 "정직, 계몽, 경험과 공적으로 존경받고 선호될 만한 다른 이유" 등을 지닌 사람이 선출되도록 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4) 정체가 사멸할 때 사회계약이 소환된다

루소는 모든 "정체는 인간의 신체처럼 태어난 순간부터 죽기 시작"하는데, 이런 "정체의 사멸"은 "가장 잘 구성된 정부도 피할 수 없는 자연적인 경향"이라고 간주한다. 그것은 "자신을 파괴할 원인들을 자신 안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 그 "원인들"은 사회계약에 이르게 한 장애물에 구현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이 지닌 자신을 선호하는 이기심을 가리킨다. 그래서 공화정체 창설의 초기에는 의회와 정부의 구성원이 일반 의지와 원칙들을 따를 가능성이 크지만, 중후기로 갈수록 사슴 사냥의 사례처럼 눈앞의 이익을 우선하는 개별의지가 다시 만연하게 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체의 사멸은 표면적으로는 정부에서 시작한다. 정부가 법을 집행하기 때문이고, 또 그 과정에서 "개별의지가 끊임없이 일반 의지에 반하여 작용하듯, 정부가 계속해서 주권에 반하는 시도를" 하게 되고, "이렇게 시도하는 힘이 증가하면 할수록 그 구성(constitution)이" 변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의지에 저항해서 평형을 이룰 만한 다른 단체 의지가 없기도 해서, 모든 정부는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주권자를 억압하고 사회계약을 위반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정부의 타락(퇴화)에는 "정부 축소"와 "국가 붕괴"가 있다. 전자는 민주정에서 귀족정, 귀족정에서 왕정으로 줄어드는 것을 가리키나 국가 규모의 확장에 대처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경향일 수 있다. 반면에 후자는 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들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월권과 남용이 만연할 때 발생한다. 공화의 원칙과 의회 귀속의 원칙을 지키지 않을 때, 정부는 사실상 주권(입법권)을 찬탈해서 정부 구성원들만의 공화국을 창출한 셈이 된다. 그래서 월권이 발생하면 곧 사회계약이 파기되고 개인은 인민이 되기 이전의 자유를 회복하게 된다. 그럼에도 시민이 정부에 복종한다면 자발적 의무가 아니라 강압(힘)에 굴복한 탓이다. 행정관이 주어진 권한을 넘어 권력을 행사하는 남용은 의회 귀속의 원칙과 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이것이 발생하면 그 행정관의 수만큼 집행권의 대리자가 늘어나고 그만큼 공동의 힘이 분산된 셈이 되므로, 정부가 그 수만큼 쪼개져서 형태가 바뀌거나 소멸하게 된다.

▲ 오수웅 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루소, 정치를 논하다' 표지. ⓒ온라인 교보문고
▲ 오수웅 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루소, 정치를 논하다' 표지. ⓒ온라인 교보문고

정체의 사멸은 내면적으로는 의회에서 비롯한다. 의회에서 자신을 선호하는 이기심이 고개를 들고 파당이 생겨나 활동이 활발해지는 만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정기적이고 상설적 개최마저도 어렵게 될 수 있다. 이런 성향과 활동에 익숙해진 의회 구성원 중에서 행정관을 선출하므로, 정부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와 의회의 구성원이 모두 같은 "원인들"을 지니기에, 어떤 정체건 사멸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루소는 이미 이런 타락에 대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국가(정체) 차원에서 의회와 정부의 운영 규칙을 지키는 것이고, 의회에서 "현재의 정부형태를 보존할 것인가"와 "현재 집행을 담당하는 자들에게 계속 맡길 것인가"라는 두 의안을 심의함으로써 일반 의지를 확인하고 정부를 심판하는 것이다. "국가에는 폐기될 수 없는 기본법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심지어 사회계약도 그렇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모든 시민이 모여 만장일치로 이 계약을 파기한다면, 매우 정당하게 파기되었음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개인 차원에서, 루소가 "시민의 가슴에 새겨진" 법이 더 중요하다고 한 만큼, 무엇보다 인민이 공화국에 적합한 덕을 유지해야 한다. 공화정체는 자신의 존재 방식을 공화국에 적합하게 바꾸는 개인이 많아지는 만큼 영속하고, 적어지는 만큼 사멸로 향할 것이며, 그 종점에는 또 다른 사회계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3. 인류를 사랑한 인간 혐오자

루소는 "인류를 위해", "진리를 위해" 그리고 그들과의 교제를 위해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펜이 서술한 진리는 편견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극복하지 못한 채 소수의 학자에게서만 빛이 되었다. 루소도 편견에 잠식된 사람들에 의해서 육체적으로 살아있으나 사회적으로는 사망선고를 받은 채, 인간 혐오자(misanthrope)의 가면을 쓴 고독한 은둔 거사로서 생을 마감했다. 타락한 사회를 정당화하는 기득권자들의 편견과 획책을 돌파하는 데에 루소 개인의 힘은 미약했다. 루소는 그런 사람들을 부덕한 사람으로 간주해서 혐오했다. 그러나 그 외 대다수, 나아가 인류를 사랑했기에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그의 펜 끝에서 나온 진리가 소수의 학자를 넘어 많은 사람에게 전파된 것은 그런 사랑의 힘을 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편견에 사로잡히고, 국가(정체)가 타락할 때마다, 그의 펜과 사랑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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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웅 교수(숙명여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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