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사회적경제를 다시 생각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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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사회적경제를 다시 생각해 보다
8일,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 '소셜임팩트 토크쇼: 사회적경제를 다시 생각한다' 개최
  • 2023.11.10 00:52
  • by 정화령 기자

정부의 예산 삭감과 지원 정책 축소로 사회적경제 분야는 전반적으로 큰 위기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지 말고 어떻게 새롭게 길을 개척할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경제진흥원이 함께 주최한 정책포럼 '사회적경제를 다시 생각한다'가 지난 8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열렸다. 

포럼에 참석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정현곤 원장은 "진흥원에서 수행하는 재정 지원 사업 대부분이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사회적기업이 제도화하고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초기 지원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진흥원도 이 고비를 벗어나 기업들이 성숙한 만큼 한 단계 더 성장한 지원을 해야겠다"라고 지원 기관으로서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공유했다.

비록 사회적경제 분야의 청사진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체성을 유지하며 공동체 안에서 생태계 조성과 가치를 확산하는 사례를 통해 인사이트를 주기 위해 이날 행사는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수퍼빈㈜ 김정빈 대표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 김소민 대표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김지영 이사장 ▲(주)동구밭 노순호 대표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민동세 이사장이 참석했다. 
 

▲ (왼쪽부터)도현명 대표, 김정빈 대표, 김소민 대표, 김지영 이사장, 노순호 대표, 민동세 이사장. ⓒ라이프인
▲ (왼쪽부터)도현명 대표, 김정빈 대표, 김소민 대표, 김지영 이사장, 노순호 대표, 민동세 이사장. ⓒ라이프인

진행을 맡은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각 패널에게 '지금까지 성과와 위기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수퍼빈은 전국에 순환자원 회수 기기 '네프론'을 설치하고, AI 기술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선별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각종 수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국제적으로 플라스틱 감축이 의무가 된 상황에서 재활용 기술의 대표적인 아이디어로 세계은행 그룹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김정빈 대표는 "전국에 네프론을 사용하는 인구 65만 명 중 약 20%가 취약계층이다.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월 30에서 50만 원 정도의 소득을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돈이나 사회적 관계라는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한다"라고 자원순환 외에도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회적경제 분야의 방향에 대해서는 "큰 자본들이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를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사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성이 없으면 자본은 주목하지 않는다. 사회 문제를 정의한 후에는, 시장 경제 메커니즘으로 해결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가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장벽이 있는데, 이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라고 사회적경제와 정부의 관계를 정리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만나는 정성으로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라고 더 세밀한 접근과 노력을 강조했다. 

김소민 대표는 강원도 원주에서 농산어촌의 자원을 기반으로 네트워킹과 산림 보전, 청년‧여성‧중장년 콘텐츠로 지역 공동체를 확산하고 있다. 국내 목재 자급률이 16%에 지나지 않는 문제를 파악하고, 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그냥 방치하지 않고 산림을 조성하도록 '사유림 경영관리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내 산을 어떻게 가꿀지 고민하는 산주들이 많이 생길수록, 그 산은 양질의 탄소 흡수원이 된다"라고 창출하는 가치를 설명했다. 그리고 "B2G(Business to Government) 사업을 하면서 정부를 좀 더 세밀하게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기술혁신에 있어서 좀 더 구조적이고 세련되게 접근하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모더레이터 도현명 대표 역시 "결과가 바뀌려면 과정이 바뀌어야 한다. 그 시작점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라며,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날 때임에 공감했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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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소재한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은 국내 최초 HIV 바이러스 에이즈 감염인의 자립을 위한 자활기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조합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빅핸즈를 운영하고 있다. 김지영 이사장은 "본인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로 살아오던 분들이 사회적경제 활동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시민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사회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의결권을 가진 조합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사회적경제였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역에서 더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조직화와 정치적인 힘을 길러야 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한다고 통감했다. 교섭하는 시민의 힘을 가지기 위해 사회적 금융과 지역공동체 자산에 관해서도 최근 관심 있게 접근하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발달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한 동구밭은 천연비누를 제조 판매한다. 이제 제로웨이스트숍뿐 아니라 일반 유통 체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노순호 대표는 "사회적기업 지원 시스템의 가장 모범생이라 이 자리에 불린 것 같다. 1세대 선배님이 닦아놓은 길을 걸었는데, 마지막 사다리를 올라간 것 같아 착잡한 마음도 든다"라는 심경을 이야기했다.

동구밭은 현재 50여 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노 대표는 "장애인이 만든 상품이 일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걸 보인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라고 평가하고, "하지만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 수치로 측정되어서는 안 된다. 복지 영역에서 불안정한 형태의 보호 고용이 아니라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두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도우누리는 사회적경제가 정책화되기 전부터 협동조합 방식으로 시작하여, 정책 파트너로 함께 성장했다. 조합원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지역에서 질 좋은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민동세 이사장은 "직영과 위탁 사업장에서 천 명 정도의 고용을 창출하고, 연간 약 3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의 성과를 '도우누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라고 말했다. 돌봄이 시장 영역으로 확대되어 경제 논리에 많이 좌우되고 있지만, 금전적 이익보다 가치를 우선하여 지역 시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민 이사장은 "물론 사회적경제 영역이 모든 걸 주도한 건 아니지만, 가치를 덜 훼손하는 데 분명히 기여했다. 정부 예산을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철학을 정비하고, 운동의 측면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전략은 충실하되, 지금 문제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더 풍성한 꿈을 꾸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사회자의 질문과 패널 답변이 오간 뒤, 현장 참석자와의 질의응답을 끝으로 이날 정책포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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