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개인이 아닌 사회의 '몰이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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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개인이 아닌 사회의 '몰이해'에 있다
'서울숲 임팩트 밋업-모두를 위한 일과 삶', 1일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성수에서 개최
노순호 동구밭 대표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 당연히 어렵지만 타인과 일하는 건 원래 힘들어"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만나는 순간이 '의도적으로' 더 많아지길"
  • 2023.09.08 17:23
  • by 노윤정 기자

"이번에 개봉한 영화 ○○○가 재미있대. 주말에 보러 갈까?" 우리가 일상에서 친구, 가족, 연인과 약속을 잡을 때 흔하게 주고받는 말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언제, 어느 지역의 어떤 영화관으로 갈지를 정하고, 선호하는 좌석을 골라 예매한다. 영화관에 갈 때는 버스와 지하철, 택시, 자가용 중 편한 수단을 골라 이용하고, 영화관에 도착해서는 취향에 따라 팝콘과 같은 주전부리를 사기도 한다.

만약 이 말의 화자와 청자가 지체장애가 있는 휠체어 사용자가 되면 어떨까? 그러면 고민해야 하는 일의 내용이 상당히 달라진다. 상영관이 있는 건물에 휠체어를 타고 접근할 수 있는지, 즉 출입의 '가능' 여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전용석'은 대부분 좌석 맨 앞자리뿐이라 선호하는 좌석을 고를 수도 없다. 영화를 볼 때 내내 고개를 들고 있어야 해서 목이 아픈 것은 덤이다. 팝콘을 살 수 있는 매점(혹은 키오스크)은 성인 신장에 맞추어져 있어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 이용이 어렵다. 같은 이유로, 영화관이 고층에 있을 시 휠체어 사용자의 손이 엘리베이터 고층 버튼에 닿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반면, 타인이 가진 장애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최근 EBS의 아동 프로그램인 '딩동댕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별이' 캐릭터가 등장했다. 별이는 언어 표현에 능숙하지 못해 친구들의 부름에도 답을 하지 못하고, 자동차 경적 등의 소음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때 선생님은 별이와 눈을 맞추며 친구들을 소개해 인사할 수 있도록 하고, 큰 소리에 놀란 별이를 달래며 친구들에게 "별이에게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고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별이가 가진 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존재가 있어 별이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 지난 1일 '서울숲 임팩트 밋업'이 '모두를 위한 일과 삶'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라이프인
▲ 지난 1일 '서울숲 임팩트 밋업'이 '모두를 위한 일과 삶'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라이프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 있는 헤이그라운드 브릭스 성수(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지하 1층)에서 열린 '서울숲 임팩트 밋업'(Impact Meet-up)에서는 비장애인과 장애가 있는 사람이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행사는 '모두를 위한 일과 삶'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어, 장애인들의 접근성 문제를 비롯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터와 일상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각자의 고민과 실천을 나누고 교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 노순호 동구밭 대표. ⓒ라이프인
▲ 노순호 동구밭 대표. ⓒ라이프인

첫 번째 발제는 동구밭의 노순호 대표가 맡아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노 대표는 동구밭의 여정을 '처음에 가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발달장애인 대상 바리스타 교육 과정이 다수 운영되고 있고 실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하여 운영하는 카페도 많았으나, 발달장애인들의 근속 기간의 길지 않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는 오래 일을 하지 못할까. 처음에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가진 장애특성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도시농업 방식을 적용하여, 발달장애인들의 사회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몇 가지 문제를 새롭게 인식했다. ▲장애인 문제를 청년 실업 문제와 동일한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인식 ▲장애인 자립을 '고용률'이라는 지표로만 바라보는 제도적 모순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기 어려운 카페 경영난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노 대표는 카페가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드나드는 개방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발달장애인 특성과 맞지 않는 조건의 근무지라고 여겼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동구밭은 직접 고용 형태의 모델로 전환하여 '비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노 대표는 사업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 정한 기준으로 △큰 자원을 들이지 않고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인지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인지(국내에 관련 사례가 있는지) △유통기한이 긴 상품인지 △시장에서 1등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1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1등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졌다"며 "1등 할 가능성이 없으면, 사업을 잘해봐야 대표 한 명이 돈을 많이 벌고 그 모델의 사업적 가치는 높아지겠으나 발달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것과는 연관이 없겠더라"고 말했다.

또한 노 대표는 "우리가 대형 화장품 회사를 경쟁 상대로 삼아서 1등 할 가능성이 있을까? 우리는 대형 화장품 회사의 납품사가 되고, 그 회사에 납품할 물건을 만드는 제조공장을 경쟁사로 삼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가 목표했던 것은 ▲청와대, 5성급 호텔 등 '대한민국 최고의 공간'에 납품 ▲발달장애인이 만든 상품으로 해외 판로 개척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아는 대기업에 납품 등이었다. 그는 "이 세 가지만 이루면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업계에서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그러한 목표를 잡고 노력한 끝에 동구밭은 사업적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며 이 시기 흑자 전환을 이뤘다.

그렇게 사업을 키워 온 노 대표는 현재 가진 고민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고 털어놓았다. 그는 "수출하려고 하고 거래하는 업체의 규모가 커질수록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라지는 부분들이 많더라. 품질 관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연구원을 채용하고 공장 시설에 더 투자하고. 그러면서 장애인 고용에 들이고자 했던 비용들이 다른 부분에서 많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또한 "거래처로부터 '샴푸바가 아니라 일반 샴푸를 만들었으면 50억 원이 아니라 500억 원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목표는 사업적으로 안정적 토대를 만들고 발달장애인을 고용하여 함께 가는 것이다. 기성 화장품을 제조했을 때 그게 가능할지를 물으면 대부분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 그건 우리 길이 아니다"고 전했다.

아울러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들과 일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당연히 어렵다. 그런데 타인과 일하는 것은 원래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으며 "지금까지는 특이제형을 다루는 화장품 회사였다면, 이제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며 환경 문제에 솔루션을 가진 회사가 되고 싶다"고 지향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향후 비전에 대해 "기업가를 키워내는 일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발달장애인이 20만 명이 있다고 한다. 동구밭이 정말 많이 노력하더라도 발달장애인 고용 1천 명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삶의 목표를 '발달장애인 고용'에 두고 있으면 최소한 전체 발달장애인 중 1%를 고용하는 데 기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으며 "그리고 (후배 기업가들에게) 이런 고민을 함께해 줄 수 있는 파트너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 ⓒ라이프인
▲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 ⓒ라이프인

다음으로는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저자이자 '소소한소통'을 설립한 백정연 대표가 두 번째 연사로 나서, 소소한소통의 사업 내용과 지체장애가 있는 남편과 함께 보내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소소한소통은 발달장애인을 비롯하여 누구나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전문용어나 한자어 등의 표현을 쉬운 글과 시각 이미지를 활용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일들을 하고 있다. 백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이 정보를 찾고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소소한소통은 이해의 어려움이라는 장애 특성을 가진 발달장애인을 위해 정보를 알기 쉽게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쉽게 가공된 정보는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어린아이, 한자어가 익숙지 않은 청년세대, 청각장애인,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등의 정보 접근성 또한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소한소통이 하는 일들을 소개한 후 백 대표는 휠체어 사용자인 남편과 함께하는 일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소소한소통을 설립하기 전 15년가량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주로 발달장애인과 관련한 기관에서 근무했다. 그래서 스스로 장애인의 삶과 장애인 인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장애인 가족'으로 사는 경험은 또 달랐다.

백 대표는 "내가 사는 대한민국과 남편이 사는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다를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나 혼자 나가면 1시간 걸릴 거리를 남편과 대중교통을 타면 가면 1시간 40분 이상 걸렸다.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나나 남편이나 똑같은데, 왜 이동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까. 그리고 나 혼자 나가면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데, 왜 남편이랑 나가면 사람들이 쳐다볼까"라고 토로했다.

이어, 폭을 조절하여 휠체어 사용자도 탈 수 있도록 한 일본의 에스컬레이터 사진을 보여주며 "장애인이 가진 장애는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장애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장애는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이동, 이용을 제한하는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백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은 것을 누리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사회와 시민이 인식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했다. 백 대표는 "이동에 '권리'가 붙는 것은 너무 이상한 일이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어딘가로 가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는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동은 자유롭고 안전해야 하는데 왜 장애인에게는 그게 당연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또한 백 대표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차별적인 인식도 꼬집었다. 그는 자신이 남편과 함께 외출했을 때 들었던 '천사 같은 색시'라는 말을 떠올리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때는 비장애인의 무조건적인 희생이 전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며 "남편과 나는 맞벌이 부부다. 요즘 남편이 나보다 한가해서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 주말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남편한테 커피 한 잔 타 달라고 한다.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백 대표는 발달장애인과 어울릴 때는 '불편한 점을 솔직하고 친절하게 말해줄 것'을 당부했다. "발달장애인의 연락이나 행동 중 불편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불편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솔직하고 친절하고 정확하게 말해주면 좋겠다. 그럴 때 발달장애인들에게 친구들이 늘어나지 않을까"라는 것. 또한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실패할 기회'가 필요하다며 "비 오는 날 어떤 신발을 신고 나갔는데 양말까지 흠뻑 젖었다면 앞으로 비 오는 날에는 이 신발을 신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실수해 볼 권리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발달장애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그런 기회조차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인도 실패를 통해 배울 권리가 똑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백 대표는 '딩동댕유치원' 속 별이 캐릭터를 언급하며 "서로 다른 존재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경험적으로 체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많은 순간에 서로를 만나면서 지낼 수 있길 바란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순간들이 '의도적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개인은 '의식적으로' 더 많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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