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어떤 위기에도 멈출 수 없는 돌봄, 돌봄 노동의 가치 높여 신뢰 사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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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어떤 위기에도 멈출 수 없는 돌봄, 돌봄 노동의 가치 높여 신뢰 사회를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인터뷰, 도우누리의 새로운 꿈 '지역 재가통합돌봄센터'
  • 2022.05.09 15:35
  • by 이인경 객원기자

이인경 前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장이 라이프인 객원기자로 참여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사회적경제조직을 돋보기로 자세히 살펴보며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이인경
▲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이인경

위기는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지난 2년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의료적 필요 조치였으나 한국 사회에 내재된 다양한 위기의 모습을 드러냈다. 위기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운 분야는 '돌봄'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돌봄은 멈출 수 없는 것이었으나 코로나19 방역의 성공 뒤편에서 사회적 돌봄의 가치가 얼마나 저평가되고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돌봄의 위기는 곧 돌봄 노동의 위기이다. 돌봄 노동은 최저임금 노동으로 인식되거나 여전히 잔여노동, 여성의 몫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돌봄을 '사회적 돌봄'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돌봄 노동자의 시장화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변경은 하지 못하고 있다. 돌봄 서비스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코로나19 이후에는 자본 동원력이 큰 기업만 정책 효과를 누리는 시스템적인 불평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이하 도우누리)의 지난 2년간 경험과 그들이 시도하는 돌봄 위기 극복의 대안을 들어 보았다.

보건복지부 지정 사회적협동조합 제1호, 5년 연속 서울시 우수 사회적기업 선정, 사회적기업 경영공시 평가 최우수 기업, 서울시립중계요양원 3회 연속 장기요양기관 시설급여평가 최우수기관(A등급) 선정, 지역자산화 모델 '나눔' 공간 마련, 자활공동체에서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한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출자로 설립된 돌봄 서비스. 이 밖의 많은 자랑거리가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의 또 다른 이름표이다. 그러나 도우누리가 팬데믹 상황에서 마주친 문제는 뜻밖에도 '갈등'이었다.

이와 관련해 민동세 도우누리 이사장은 "코로나19 초기 돌봄 업종이 겪은 어려움은 소상공인들이 겪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어요. 공공은 경증자를 돌보고 민간이 중증자들 돌보는 기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가요양 서비스가 중단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더 어려운 사람들, 우선은 장애인 돌봄 분야에서 문제가 생겨났어요. 장애인 자녀의 부모들이 감염의 위험 때문에 바깥 출입을 중단했는데, 당시 부모들도 어려웠겠지만 보호와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 당사자가 겪는 어려움이 더 컸죠. 그런데 도우누리는 위탁 시설 중 요양원 한 곳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조직 갈등으로 난감한 문제에 부딪혔어요. 방역보다 더 어려운 문제였어요. 재난 시기에 돌봄 서비스 분야의 위기 대응 매뉴얼이 없었어요. 돌봄 서비스는 확실히 개인이나 개별 기업 차원의 일이 아니라 사회적인 합의와 시스템에 대한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해요"라고 코로나19 대응 2년간의 경험을 설명했다. 

코호트(Cohort) 격리 조치가 내려지던 위급한 상황에서 일부 요양시설의 보건의료인과 요양보호사들의 헌신적인 활동 사례가 알려지며 시민들을 감동시켰다. 정부도 '코로나19 감염병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 확보와 기본생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노동자'로 정의되는 필수 노동자 5개 직종에 돌봄 노동자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도우누리의 경험을 들어보면 재난에 대응한 정부 정책과 현장 사이의 간극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방역당국은 감염자가 발생한다고 해서 모든 시설을 코호트 격리하는 것이 아니다. 돌봄 노동자가 감염될 경우에만 손실을 보전해 주었고, 일반적인 방역조치 하에서 시설의 적자는 운영기관이 책임져야 했다. 코호트 격리냐 아니냐의 판단은 방역당국이 하는 것으로 시설 측은 감염 방지와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따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불행하게도 잘 관리되던 위탁 시설 중 한 곳에서 다수의 감염 환자가 발생해 장기 결원 사태가 이어졌다. 입소 총정원 258명인 요양원에 결원을 충원할 수 없으니 실 입소자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급하는 보험수가 정책으로 인해 적자가 누적된 것이다.
 

▲ (가칭)지역 재가통합돌봄센터 지역 현황과 입체도. ⓒ도우누리
▲ (가칭)지역 재가통합돌봄센터 지역 현황과 입체도. ⓒ도우누리

"총정원에 대해 비용이 지급되는 일본과 달리 우리의 경우에는 입소자가 본인의 의사로 집에 며칠 간다거나, 요양원 밖의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해서 반나절 비우면 절반만 비용이 지급되는 거예요. 위탁 시설의 고용은 총정원에 맞추었으니 지출 비용은 여전하죠.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하잖아요. 돌봄 노동자의 낮은 임금 수준은 상여금이나 수당이 일부 체불된다고 해서 감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민 이사장은 설명한다. 결국 위탁법인인 도우누리는 대출을 받아 체불을 해결하기로 결론지었다. 위탁 시설 노동조합과 갈등으로 소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나 도우누리는 여전히 돌봄 노동자의 처우가 높아지면 돌봄 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는 확신을 실현해 보이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침체된 조직 내 관계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생기를 되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인데 다소 완화된 정책 덕분에 신입 직원 대면교육도 재개되었고, 무엇보다 올해 준공을 앞둔 (가칭)지역재가 통합돌봄센터 건립이 본격화됐다.

■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새로운 꿈 

▲ 공유공간 '나눔'. ⓒ이인경
▲ 공유공간 '나눔'. ⓒ이인경

도우누리의 뿌리는 늘푸른돌봄센터이다. 2008년 자활공동체에서 시작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후인 2013년 비영리 임의단체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도우누리는 돌봄 노동의 가치 증진과 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해 비영리를 추구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혁신 정책의 수혜가 있어서 성장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나 오히려 새 제도와 정책의 미성숙함으로 인해 한계에 맞서 싸우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후 대략 2년간은 행정도, 지원기관도, 기업도 혼돈을 겪었다. 그 시기를 거치고 2014년 들어 비로소 조합원 활동이 본격화됐다.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서울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을 위탁경영하게 되면서 대내외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의 존재감도 경영실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회계 투명성, 종사자에 대한 급여 인상 및 노동 환경 개선, 경영 적자의 해소, 그에 상응하는 평가와 구성원의 만족도 상승 등의 성과도 있었다. 대상자별 돌봄기관을 위탁운영하며 사업의 영역이 다양화됐다. 2022년 대의원 총회를 기준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는 894명 조합원과 924명 종사자가 1576명의 이용자를 돌보며 '지역사회와 협동'하고 있다.

그간의 활동에서 무엇보다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지난 2017년 지역자산화 모델인 공유공간 '나눔'을 마련한 것이다. 이 공간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 용마사거리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을 매입하여 마련했으며, 지역운동과 사회적경제운동의 상징적인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나눔 옥상에는 용마산 능선을 바라보며 서 있는 목욕탕 굴뚝이 있다. 이 구조물은 마을에서 사라진 목욕탕이었음을 금방 알아볼 수 있는데 주민 삶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상징하는 기억으로 남겨 둘 것이라고 한다.  

"나눔 공간은 20여 년 넘게 마을에서 살아온 공동체 구성원이 쌓아올린 신뢰의 자산이죠. 결사체로서 도우누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망 속에서 성장해 왔어요."

민 이사장은 자산화의 결과보다 지역공동체를 일구며 일해 온 자신들과 사람들의 관계에 더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또 기업으로서 영리성에만 집중했다면 겪지 않았을 예기치 않은 갈등, 시행착오와 돌봄 정책 변화에 따라 혼란도 겪고 있지만, 도우누리의 꿈을 더 크게 키워 나갈 것이라고 한다. 마치 '두발 자건거 타기' 같은 경영을 이끌고 있는 민 이사장은 사회적기업이자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올해부터 도우누리다운 재가요양서비스 센터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우리는 광진구를 세 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주거지역 내 주택형 재가돌봄통합센터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1호 센터가 올해 완공 예정이예요. 위탁 운영 시설에서는 하지 못하는 다양한 시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겠다 싶어요."

▲ 지역 재가통합돌봄센터 대상지 자원 현황. ⓒ도우누리
▲ 지역 재가통합돌봄센터 대상지 자원 현황. ⓒ도우누리

민 이사장은 재원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으려니 고용 인원이 많아서 은행 측이 난색을 표한다는 상황도 전해 준다. 하지만 재가돌봄통합센터가 완공되면 걷거나 혹은 차를 타고 집에서 10여 분 걸리는 거리 안에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과 가족을 위한 돌봄 플랫폼이 꾸려지는 것이다. 인근의 복지시설이나 사회적경제기업과도 협력하고, 늘푸른돌봄센터 요양보호사는 물론 마을의 복지활동가들과도 연대한다. 이를 통해 도우누리가 추구하는 돌봄 서비스의 핵심 가치가 구현될 것이라고 민 이사장은 힘주어 말한다.

"도우누리는 돌봄 노동자의 처우가 좋아지면 돌봄 서비스의 질도 같이 좋아진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어요.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죠. 아직도 돌봄 노동자의 가치가 최저임금 노동이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도우누리도 여전히 그 한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좋은 직장문화, 성장하고 발전하는 조합원들이 키워나가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실현될 날을 고대하죠. 그래서 정부에 요구하고 시민사회와 토론하면서 연대하고 주창하는 일도 계속할 거예요."

또, 그는 청년들이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꿈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날을 위해 도우누리의 실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두발 자건거를 쉼 없이 운전하는 돌봄 노동자의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에게 세발 자건거가 되어 줄 안정적인 정책과 인내 자본의 응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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