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Climate]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식품 패키징,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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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Climate]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식품 패키징, 가능할까?
  • 2021.04.16 11:00
  • by 이미옥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지구온난화의 대략 3분의 1은 전세계 농업과 식품 생산·유통·소비 등 푸드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구의 얼어붙지 않은 땅 중 4분의 1 이상이 가축방목에 사용되고 있고, 경작지 중 3분의 1이 농장동물을 먹이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 식생활의 중심이 육식으로 바뀌면서 더 많은 양의 고기를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라이프인에서 농업과 식품시스템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대한 솔루션으로서 채식 위주의 식단, 지구환경을 되살리는 농업방식, 그리고 식료품 과잉생산에 따른 음식물 쓰레기 이슈 해결을 위한 시도들과 같은 몇 가지 대안과 움직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플라스틱 행성이 된 지구

어떤 모양의 형틀에도 구석구석까지 잘 흘러 들어가는 특성 덕분에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목재보다 오래 버텼고 철보다 가벼우며 고무보다 단단하다. 플라스틱 얘기다. 1907년 벨기에 출신 화학자 레오 핸드릭 베이클랜드에 의해 발명된 플라스틱은, 재료들의 성질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디자인 분야에 혁신을 가져온다. 1950년대 플라스틱이 포장수단에 활용되기 시작한 이후 채소나 과일, 고기, 요거트, 사탕 등 종류와 관계없이 플라스틱에 접촉하지 않은 식품이 거의 없다. 그리고 슈퍼마켓의 등장은 플라스틱 포장 수단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했다. 또한 플라스틱 포장은 제품 무게의 1~3%밖에 차지하지 않아 원가 절감 효과도 있어서, 대량 생산과 소비, 글로벌한 무역체계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어주었다. 땅속에 엄청난 양이 매장된데다 저렴하기까지 한 석유로부터 생산되기 때문에 버릴 때 고민할 필요가 없는 재료로 여겨졌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플라스틱의 40%가 포장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60%가 플라스틱 포장재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기준으로 연간 3억 6,800만 톤에 이르며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다음 5년 이내에 10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장재로 사용되는 플라스틱과 비닐은 대부분 일회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사용하자마자 즉시 대부분이 버려진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중 3분의 2가 파편 형태나 미세 플라스틱, 나노 플라스틱으로 쪼개져 바다와 공기, 땅속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속으로 들어간다. 매립지로 보내지는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는 것은 겨우 10% 미만이고 12%는 소각되며,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79%가 해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실정이다. 

영국 그린피스는 2017년 플라스틱병이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인데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음료업체인 코카콜라, 펩시, 산토리, 다농, 닥터페퍼 스내플, 네슬레 등은 그 어떤 진지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6개 기업 중 5개 기업이 생산하는 플라스틱병과 포장 등을 합치면 1년에 360만 톤에 이르는데, 여기엔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은 코카콜라가 제외된 수치이다. 이 기업들이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비율은 평균 6.6%에 불과하며, 3분의 2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빈 병 보증금 제도 도입에도 반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이 추정하건대, 전 세계 바다에는 5조 개 이상의 플라스틱 조각이 떠다닌다.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지고 개수가 더 늘어나지만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마땅한 처리 방법을 찾기 어렵다. 인류가 바다에 음식물, 목재, 유리, 금속, 종이 등 쓰레기를 쏟아 부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나마 이들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부분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기라도 했다. 현재 플라스틱은 지렁이, 새, 거북이, 돌고래, 고래 등 무수한 유기체의 뱃속에서 발견되고 있다. 먹이로 오인하여 섭취한 플라스틱과 비닐 때문에 많은 생명체가 호흡곤란과 소화불량, 영양부족으로 고통받는다. 뱃속에 그득한 플라스틱 무게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 굶어 죽거나 희생당하는 해양 동물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 안타까움과 함께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바닷속으로 흘러들어온 각종 화학물질이 물에 퍼지면서 미세 플라스틱에 편승하는 경우, 플랑크톤이나 물고기를 통해 우리 몸으로 화학 물질이 함께 옮겨온다는 점이다. 시에나 대학교 생태학자 겸 환경독성학자인 크리스티나 포시(Cristina Fossi)교수는 "동물이 플라스틱과 함께 섭취한 독소는 혈류로 들어가고 다시 지방 조직과 주요 장기 주변에 축적된다. 동물이 저장된 지방을 사용할 때 독소는 체내를 순환하면서 신장과 간 기능을 비롯해 생식과 신진대사, 성장에 해를 끼친다"고 말한다. 실제로 비스페놀A(BPA), 프탈레이트 같은 물질이 체내에 들어가 에스트로겐 호르몬을 흉내 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각종 플라스틱병에서 BPA 성분을 없애는 추세다.

심지어 BPA가 없는 플라스틱의 90% 이상에서도 에스트로겐 활성을 하는 화학물질이 배출되며, 나노 플라스틱을 섭취한 새우의 아미노산이 크게 감소한다는 등의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그동안 우리가 알게 된 환경오염이나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물질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오염'이라서,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환경과 인체에 영향을 주게 될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2050년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는 예측은 우리 인류가 추구해 온 대량 생산과 폭발적인 소비문화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식품 포장재와 플라스틱

플라스틱 포장재가 음식물 쓰레기를 증가시키는 것과 관련성이 있다는 인식에 따라, 유럽연합은 두 가지 모두를 감소시킬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2015년부터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의 전환을 최우선 정책 기조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식품과 음료 포장재 관련해서도 '순환적인 디자인(Circular Design)’ 개념을 적용하도록 권고한다. 이는 원재료부터 생산, 유통, 폐기 및 재활용 등 전체 생애주기 동안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디자인을 설계하는 것이다. 재료와 에너지 사용의 감소, 독소 성분 제거,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한 디자인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생애주기적인 사고(life cycle thinking)'를 적용하면, 식품 포장재는 포장된 식품과 함께 전체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환경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고객의 안전, 식품 쓰레기 감소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포장재는 가능한 많이 재사용됨으로써 총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재활용되거나 재생 재료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순환적 방식으로의 이런 변화를 통해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사용 가능하거나 쉽게 재활용되도록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식품 포장재의 낭비와 쓰레기 이슈에 반기를 들며 활동에 나선 대표적인 것이 '포장재 없는 슈퍼마켓' 혹은 '무포장 가게', '리필스테이션'이다. 전 세계적으로 500개 이상의 슈퍼마켓들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동참하며 벌크 제품을 매장에 비치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무게나 분량만큼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덜어서 사갈 수 있도록 한다. 베를린의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는 각종 곡물, 파스타면, 세제, 비누, 음료 등 600여 종의 포장 안 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이 곳은 2014년 크라우드펀딩으로 4천 명의 후원을 받아 오픈했는데,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가진 젊은 고객들이 몰리고 SNS를 통해 유명해지면서 비슷한 방식의 매장들이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도록 자극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도 성수동의 '더 피커(the picker)', 상도동의 '지구샵'을 비롯해 망원시장의 '알맹상점' 등이 유사한 컨셉으로 운영되며 긍정적인 반응을 만들고 있다.

가벼운 포장재로 바꾸거나 먹을 수 있는 포장재를 적용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슈퍼마켓 그룹 '레베(Rewe)'는 전국에 3,300여 개 매장이 있다. 이들은 자사 브랜드의 유기농 과일과 채소 전 제품을 2030년까지 환경친화적인 포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를 없애고 환경친화적인 재료로 만든 밴드나 스티커를 사용하며, 고구마나 아보카도 품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표면에 빔을 쏘아 '내추럴라벨링'을 새겨 넣고 별도 포장 없이 판매한다.

2012년 빌앤멜린다재단의 지원으로 설립한 미국의 '아필 사이언스(Apeel Science)'는 먹을 수 있는 코팅을 채소와 과일에 적용하여 훨씬 더 오래 신선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코팅제는 농장에서 버려지는 채소나 과일의 껍질이나 씨 등에서 추출한 100% 식물유래 물질을 사용하며, 무색, 무미, 무취의 성질을 갖고 있어서 소비자들이 과일을 섭취하는데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재를 최소화하도록 도와준다.

▲ 독일 슈퍼마켓 레베’Rewe’의 친환경 포장재 (이미지: https://www.rewe.de)
▲ 독일 슈퍼마켓 레베’Rewe’의 친환경 포장재 (이미지: https://www.rewe.de)

식품 포장에 종이나 유리, 금속 등으로 만든 재생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흔한 반면, 재생 플라스틱은 아직까지 매우 드물다. 전 세계 플라스틱이 재생재료 형태로 재활용된다면,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연간 35억 배럴의 석유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에비앙Evian'은 2025년까지 100% 재생 플라스틱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네슬레Nestlé'는 2020년 초 고품질의 재생 플라스틱 소싱을 위해 한화 2조 5천억 원을 투자하여 자사 제품의 플라스틱 포장을 재생 플라스틱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PET를 제외한 모든 플라스틱은 재활용하더라도 안전 상의 이유로 사람이 먹는 식품의 포장재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비식품 포장으로 쓴다. 

그럼에도 식품 포장에 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하거나 줄여달라는 소비자들의 압력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대안적인 재료사용에 대한 연구와 시도는 늘어나고 있다.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폴리머는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든 곳에 존재하며, 전문가들은 현재 플라스틱의 90%가 식물이나 다른 재생 가능한 공급원료에서 파생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유기물질인 셀룰로오스는 식물 세포벽에 있는 폴리머다. 갑각류와 곤충의 껍데기 및 외피에서 많이 발견되는 키틴질 역시 또 다른 폴리머다. 감자, 사탕수수, 나무껍질, 해조류, 새우는 모두 플라스틱으로 변환될 수 있는 천연 폴리머를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생물 기반의 플라스틱은 땅에서 왔고 다시 땅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심지어 화석연료 기반의 플라스틱보다 탄소배출량이 더 낮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바이오 플라스틱은 석유기반 플라스틱 대비 30~50% 높은 단가 이슈와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의 재배에 많은 화학물질이 투입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또한 석유기반 플라스틱과 구분하여 제대로 분리 수거되고 일정 온도와 습도 등 조건이 충족되어야 분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산과 유통뿐만 아니라 재활용이나 폐기되는 전체 생애주기 관리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자원 순환체계가 가능하다. 100년 넘게 우리 생활 속에, 지구 곳곳에 깊숙이 자리잡은 플라스틱을 순환 가능한 다른 재료나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기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류가 감당해야 할 큰 과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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