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플라스틱①] 탈(脫)플라스틱 사회?'플라스틱을 넘어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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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플라스틱①] 탈(脫)플라스틱 사회?'플라스틱을 넘어선' 사회
  • 2021.03.16 10:46
  • by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기후위기와 관련해 인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우리 목전까지 위협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문제 중 하나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는 것이다. 기적의 소재로 불리던 플라스틱은 왜 이렇게 미움을 사게 됐을까? 라이프인은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의 연재 기고를 통해 플라스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 홍수열 소장(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 홍수열 소장(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플라스틱은 한때 꿈의 물질로 찬양을 받았으나 지금은 악마의 물질로 지탄받고 있다. 플라스틱이 주는 편리함을 누릴 때는 끝없는 찬사를 보냈으나 문제가 드러나니 비난을 퍼붓고 있다. 플라스틱 물질 자체가 죄가 될 수는 없다. 플라스틱 문제의 책임은 플라스틱을 대책 없이 남용한 인간이 져야 한다. 

플라스틱 문제는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양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용량이 많은 만큼 쓰레기 발생량이 많은데 비해 쓰레기 처리로 인한 문제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 플라스틱 생산량이 2백만 톤에 불과했다면, 65년이 지난 2015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약 4억 톤으로 2백 배가 증가하였다. 1989년을 기점으로 플라스틱은 부피기준으로 철강생산량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인간은 이제 플라스틱 제국의 충성스러운 신민이다. 플라스틱 소비의 결과 우리는 앞으로 어쩌면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처치 곤란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매년 2억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20년이 지나면 4억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매년 바다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1.1천만 톤인데 20년 후에는 3천만 톤으로 3배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65년 동안 인간이 바다에 투기한 쓰레기의 양이 1억 5천만 톤인데, 2040년이 되면 6억 5천만 톤으로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2050년이 되면 바다에서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많아지고, 인간의 몸속에도 환경호르몬과 미세 플라스틱이 쌓여 플라스틱 인간이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83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었고, 이 중 58억 톤이 쓰레기로 배출되었다. 그런데 쓰레기로 배출된 양 중 단 9%만이 재활용되었고, 12%가 소각되었고, 79%가 매립되거나 투기되었다. 2016년 기준으로만 따지더라도 재활용률은 12%에 불과하다. 재활용률이 높다는 독일조차도 플라스틱에 한정하면 38% 수준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생산 및 소각으로 인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매년 약 9억 톤에서 18억 톤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 7억 톤보다 훨씬 많은 양이 배출된다. 9억 톤 정도의 온실가스는 500MW 석탄화력발전소 189개를 운영하는 것과 맞먹는 양이라고 한다. 이 상태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면 플라스틱에서 기인한 온실가스의 양은 2050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에너지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기 어렵다. 에너지전환과 더불어 물질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가중되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탈 플라스틱 사회를 이야기한다. 탈 플라스틱 사회란 무엇일까? 탈 플라스틱 사회란 '플라스틱 없는(plastic free)' 사회가 아니라 '플라스틱을 넘어선(post plastic)' 사회를 의미한다. 플라스틱은 이미 인간 문명에 떼 낼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플라스틱 없는 사회란 문명이 붕괴된 상태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탈 플라스틱이란 현재의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 시스템을 넘어선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설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탈 플라스틱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사용감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감축을 위해서는 일회용 사회에서 다회용‧재사용 사회로 가야 한다. 포장재가 없는 제품의 생산 및 유통, 소비가 가능해야 하고,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로 소비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껍데기 없는 알맹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적어도 한 개 동에 제로 웨이스트 가게 한 개 이상은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플라스틱을 다른 재질로 전환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플라스틱만 아니면 된다는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플라스틱만 아니면 일회용이라도 마음껏 써도 된다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일회용 플라스틱용기를 일회용 유리병으로 대체하는 것은 오히려 탄소배출이 증가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용기를 재사용 유리병으로 대체해야만 제대로 된 전환이다.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한다면 자원으로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투기되는 경로를 철저히 차단해 바다로 투기되는 양이 제로가 되어야 한다. 플라스틱 자원순환 구조는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 자원순환과 식물로 만든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자원순환이 양립가능한 구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의 사용량은 줄이면서 식물로 만든 플라스틱의 사용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되, 완벽한 순환구조 고리를 통해 신규자원의 투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플라스틱 순환경제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것을 위해서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의 획기적인 진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당장은 모든 플라스틱을 다시 플라스틱으로 순환시키는 것은 어렵다. 물질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은 태울 수밖에 없는데, 태우더라도 태울 때 나오는 에너지를 회수해서 이용해야 하고, 바이오매스플라스틱으로 대체해서 태울 때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탈 플라스틱 사회로 가는 것은 구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강고한 실천의지와 치밀한 실천전략,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이 결합되어야 한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지만, 어렵다고 회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은 바다를 물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돈키호테는 "현실은 진실의 적"이라고 했다. 현실의 문제에 압도되어 도달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담대한 기획을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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