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지구를 위해 우리의 '소비'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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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지구를 위해 우리의 '소비'를 돌아보다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2021 청년 기후위기 포럼-바나나와 아보카도: 소비에 대하여' 25일 진행
  • 2021.05.27 21:20
  • by 노윤정 기자
ⓒ언스플래시(Unsplash)
ⓒ언스플래시(Unsplash)

바나나가 멸종 위험에 처해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바로 기후위기 때문이다. 2019년 영국 엑서터대학 생명과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상승할수록 바나나 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블랙 시가토카(Black Sigatoka) 곰팡이가 확산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된다. 혹은 아보카도 재배가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는가? 아보카도를 키우는 데 많은 물이 소모되어 아보카도 농장이 많은 지역에서는 사막화 징조가 나타나고, 아보카도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나무들을 베어내면서 산림파괴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기후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된 작물인 '바나나와 아보카도'를 타이틀로 한 기후위기 포럼이 다섯 차례에 걸쳐 열렸다. 서울특별시 청년허브는 청년 세대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포장지, 먹거리, 이동수단, 교육, 소비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연속 포럼을 개최했다. 5월 25일에는 연속 포럼의 마지막 회차로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녹색소비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2021 청년 기후위기 포럼-바나나와 아보카도: 소비에 대하여'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 지속가능한 지구,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소비를 고민하다

▲ 윤민지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윤민지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최근 주요 소비 추세 중 하나는 바로 미닝아웃(Meaning Out,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이다. 소비 행위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기후위기가 전 세계적인 쟁점이 되면서 미닝아웃으로서 지속가능한 소비, '녹색소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날 포럼 첫 번째 섹션에서는 이러한 소비 경향을 점검하고 녹색소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소비자, 기업, 정부의 견해에서 살펴봤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민지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녹색소비 문화 확산을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과 실천 사례'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윤 연구원은 현재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경제 시스템에 관해 지구에서 자원을 꺼내서 쓰고 쓰임이 다하면 버리는 선형 경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는 '순환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 뒤 재생가능 에너지 기반, 물질 효율적인 디자인, 폐기물 저감 공정, 분리수거, 재활용 및 에너지 회수 등 순환경제를 위한 전략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윤 연구원은 "물질이라는 것이 무한히 순환할 순 없다"고 말하며 궁극적으로는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제에서 볼 때 '녹색소비'라는 표현도 논쟁적일 수 있다. "'녹색'이라는 말은 자원 보전의 의미를 담고 있고 ‘소비’는 자원 파괴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연구원은 타협안으로서 '탈물질화'를 제안했다. 기술을 혁신하고 자원을 관리하여 자원 효율성을 제고하고 물질을 서비스로 대체하는 것이 탈물질화의 주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어 윤 연구원은 녹색소비의 영향력, 녹색소비 사례 등을 소개한 뒤 이러한 녹색소비가 소비주의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고찰했으며, 순환경제를 지향한다는 것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반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윤 연구원은 "우리는 어떤 것들을 대안적으로 추구해야 할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소비가 우리의 행복을 담보하는지, 우리가 지금 불행하다면 이 불행은 어떤 불평등과 사회적 관계에서 기인하는지 등을 성찰하고, 소비가 아닌 방식으로 행복을 찾을 수는 없는지 함께 답을 만들어나가자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어디에 자리매김할 것인가?"라고 질문하며 녹색소비주의, 그린뉴딜과 사회생태적 전환 및 탈성장, 현명한 소비자에서 연대하는 동료 시민으로의 변화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팀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팀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어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팀장이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한 기업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라는 미션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가 단순히 홍보 문구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주 사업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김 팀장은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해 혹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입장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미션과 비전을 확립하는 것이다"며 "미션과 비전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사업, 기치와 연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은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제품, 서비스뿐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투명하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 즉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친 영향이나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까지 기업이 신경 써야 하며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신념에 따라 소비 행위를 하도록 지지할 수 있다.

또한 김 팀장은 최근 사례를 통해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한 민간과 기업, 공공의 협력 방향을 제언했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지난해부터 기능을 상실하거나 파손된 보의 철거를 촉구하는 '푸른 심장'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시민들에게 지지 서명도 받고 정부와 미팅을 진행하는 활동들을 펼치고 있는 터. 이와 관련하여 김 팀장은 "기업과 소비자, 공공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려면 사례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특히 타깃이 명확해야 한다"며 "최근 많은 환경단체가 배달 플랫폼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라는 요청을 하고 제과업체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애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특히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아주 구체적이도록 타깃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 김장욱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연구원.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 김장욱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연구원.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김장욱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연구원은 세 번째 발제를 맡아 '녹색제품 구매법 추진 배경 및 녹색구매 촉진 방안'을 주제로 국민들의 친환경 소비 생활 촉진을 위한 공공의 정책적 노력을 소개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환경부와 협력하여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친환경 제품 구매를 지원하며 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먼저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녹색제품구매법)에 대해 소개한 뒤 "녹색생산자, 녹색시장, 녹색소비자, 크게 이렇게 나눠서 녹색제품 구매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녹색제품구매법에서 말하는 녹색제품이란 무엇일까. 바로, 제조·소비·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 온실가스 등의 배출 및 자원과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는 제품을 말한다.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환경성이 우수한 제품을 표시하는 '환경표지 제품', 폐자원을 재활용하여 제조한 제품 중 품질이 우수한 '우수재활용 제품',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제품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저탄소 제품' 등이 정부가 인증한 녹색제품에 해당한다.

이어 김 연구원은 공공기관에서 물품 구매 시 녹색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한 '녹색제품 의무구매 제도'에 관해 설명하고, 대형 유통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녹색제품 판매장소를 설치하도록 하는 '녹색제품 판매장소'·녹색제품 판매 활성화에 기여한 매장을 대상으로 지정하는 '녹색매장 제도'·민간단체가 지역에서 녹색소비 활성화의 거점 역할을 하도록 하는 '녹색구매 지원센터'·녹색제품 구매 시 포인트가 적립되도록 한 '그린카드' 등 소비자들이 녹색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들을 소개했다.

▲ 김소령 열린옷장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소령 열린옷장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어진 섹션에서는 김소령 열린옷장 대표와 배민지 제로마켓 대표가 녹색소비 활성화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열린옷장은 공유경제에 기반하여 정장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김 대표는 "무엇인가를 구매하는 것만이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방법이 아니라 공유를 통해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소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공유경제 활성화와 녹색소비 촉진을 위해 '협력 사이클'을 강조하며 "협력 사이클이 이루어져야만 생산부터 소비, 폐기까지 지구에 도움이 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굉장히 구체적인 대안 제시와 협력 제시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정말 많은 공장에서 정장을 만들고 (유통하고 남은 제품들의) 폐기를 고민한다. 우리와 협력 구조가 이루어진다면 그런 고민을 줄일 수 있지 않겠나.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할 수 있는 연계 활동이 많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 배민지 제로마켓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배민지 제로마켓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배 대표는 지속가능한 소비, 특히 도시에서의 소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범위를 축소하여) 개인 차원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모든 것이 맞물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건 하나를 사려고 해도 플라스틱 포장이 되어 있더라. 또,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내가 텃밭을 가꾸거나 직접 (포장재 없이 판매하는)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과정이 필요한데, 노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야 그런 과정을 실행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이 늘어난다"며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해서는 생산과 관련한 정보, 소비자의 물리적인 시간 등이 필요한데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소비할 때 소비자로서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은 노동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 시기에는 챙기기 힘든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도시에서 제로웨이스트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며 "내가 필요한 것을 나누고 공유하는 문화를 확산해야 하지 않을까. 쓰레기 문제뿐 아니라 생산 과정, 물건을 쉽게 사고 폐기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부분이 아닐까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특별시 청년허브는 연속 포럼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환경 교육, 직업 실험 지원 사업, 실행 모델 발굴 사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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