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노는 통번역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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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노는 통번역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쨈'있는 인터뷰(16)] 번역협동조합 최재직 사무국장...당장의 수익 보다는 조합원들의 교류에 무게...그리고 지역에서 놀다
  • 2018.01.16 10:57
  • by 강찬호 기자
번역협동조합 최재직 사무국장. 조합 설립 후 올해 5년이 되는 해이다. 번역조합은 한 걸음 더 조합원의 필요에 다가 서는 해, 조합원들의 역량을 키워가는 해로 삼고 있다.

번역협동조합은 2013년 5월 설립 준비를 거쳐, 그해 6월에 창립총회를 갖고 6월25일 서울시에 조합설립신고를 했다. 출발 당시 설립동의자 21명이 참여했다. 현재는 7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2016년 12월, 서울시사회적경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1차 서류 심사를 거쳤고, 2차 현장 실사, 이후 심사위원 6명, 시민평가단 50명이 있는 곳에서 브리핑을 하는 등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됐다. 창립 후 4년 영업을 해가며 버틴 결과, 서울시로부터의 사회적 인정은 조합원들의 단합에 힘이 되었다.

번역협동조합은 설립 후 2014년 창립1주년 기념포럼(8월), 광화문 사회적경제 장터 자원봉사 통역(4월-7월), 2015년 8월 '협동조합과 주민자치'를 주제로 '제1회 동네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후 동네국제포럼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2017년 1월 '제1회 통번역포럼'을 개최했고, 올해 2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라는 책을 번역했다. 같은 제목으로 마가릿 멘델 캐나다 교수를 초청해 지난해10월 창립4주년 기념 제3회 동네국제포럼을 개최했다.  번역협동조합은 자체 기획 행사 외에도, 2013년부터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한겨례경제사회연구원, 전국사회경제연대지방정부협의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사회적경제, 시민사회 등 다양한 영역의 통역과 번역 작업을 수행해왔다. 번역협동조합을 홍보하는 리플릿에는 조합에서 진행한 크고 작은 통번역 활동 사례가 빼곡(?)하다. 번역협동조합의 생존(?)을 위해 열심히 뛴 발자취의 기록이다.

영업적 수익 보다는 조합원들의 간에 교류에 더 무게...동네국제포럼, 주민과 함께..서대문구에는 번역협동조합이 있다는 것 알리고파
 
2018년 1월 10일(수) 오후, 연희동 카페 골목에서 최재직 번역협동조합 사무국장을 만났다. 허영만 화백이 다녀간 로스팅 카페, 그리고 그가 앉았었던 자리에 우리도 앉았다. 허영만 화백의 그림이 탁자 위에 놓여 있다. 기분 좋은 혹은 운치 있는 출발.

번역 또는 통역의 세계는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멀다. 알 수 없는, 혹은 흔히 접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 만큼 모르기에 무지할 수 있는 영역이다. 모른 채, 무턱대고 찾아갔고, 인터뷰했다. 한 시간을 넘겨 들은 내용으로 번역협동조합에 대해, 혹은 통번역사들의 세상에 얼마나 접근한 것일까.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프리랜서인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어느 정도 영업적으로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최재직 국장은 "영업, 수익에 대한 기여보다는 참여하는 조합원들 간에 교류하는 것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류의 결정적 계기는 자체 기획행사인 '동네국제포럼'을 통해서였다. 이 포럼을 통해 조합원들의 참여가 조금씩 늘었고, 그 힘을 통해 조합원들의 차제 포럼인 '통번역포럼'도 개최했다. 조합원들이 낱알처럼 흩어져 있을 때는 가질 수 없는 경험을, 번역협동조합 사업에 참여함으로서 교류하게 된 것이다.

"올해 만 5년이 된다. 초기에는 조합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2,3명으로 저조했다. 동네국제포럼을 시작하면서 10여명으로 늘었다. 통번역사들이 프리랜서 형태인 점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적은 게 아니다. 통번역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겠지만, 오프라인에 참여하는 경우는 적을 것이다. 동네국제포럼은 우리가 돈을 넣고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조합원들이 재미를 느끼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합원들의 참여가 통번역포럼으로 이어졌다. 주민들 만족도 필요하지만 조합원 스스로 재미와 필요를 찾는 것이 필요했고, 통번역사포럼을 통해 조합원들의 고충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번역협동조합은 서울시에 등록하고, 서대문구에서 활동하면서 협동조합 설립과정의 도움을 받았다. 사회적경제, 시민사회단체의 행사를 지원하며 통역과 번역을 하는 것을 주 수익사업으로 삼고 있다. 조합원들의 거주지는 다양하지만, 지역활동의 기반은 서대문구로 삼고 있다. 동네국제포럼이 열리는 곳도 서대문구이다. 동네국제포럼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 기여의 성격이 크다. 소위 중앙무대에서 펼쳐지는 국제포럼의 경험을, 우리 동네에서 평범한 이웃들이 누려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동네국제포럼'이다.

"꼭 서대문구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골목이면 된다. 지역에서 인정 받으면 서울시로 가고, 서울시로 가면 전국으로 확산된다. 동대문구에 해피브릿지가 있다면 서대문구에는 번역협동조합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이 사업은 조합이 지역과 함께하는 사업이라고 한다면, 통번역포럼은 조합원들을 위해, 조합이 스스로 기획해서 하는 사업이다. 조합원들의 애로사항과 진로를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제안돼 호응을 얻고 있다.

번역협동조합은 1기, 2기를 지나, 오는 정기총회를 거쳐 3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내부적인 변화의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 조합원의 확대 보다는 활동하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조합원의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초기에는 언어 전공자들, 가족들이 참여하고 중심에 있었다. 현재 번역협동조합은 13개 언어의 통번역이 가능하다. 매출을 내는 언어는 주로 영어번역이다. 비중이 70퍼센트 가량이다.

번역협동조합은 지난 4년 영업으로 버텼다. 공모 등 외부에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성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돈이 아닌 명예를 주는 것이어서 서울시사회적경제 우수기업 공모에 응했다. 30곳이 지원해 15곳이 선정됐다. 3단계 심사를 거쳐 선정되었고, 외부의 인정이라는 절차는 조합원들에게 힘이 되었다. 번역협동조합은 2013년 5천만원 매출, 2014년 2억, 2015년 3억, 2016년과 2017년은 각각 4억이었다. 2017년은 매출이 전년도 수준에서 정체했다. 매출 발생이 주로 국제행사 통역과 번역에서 발생하는데 지난해 우리사회는 촛불정국과 대선 국면을 거치면서 바빴다. 국내외 정세가 요란(?)하면 행사가 줄고, 매출이 정체된다. 최 국장은 "나라 구하는 문제이니.."라며, 웃음이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다. 지자체 행사들이 줄 수 있다. 역시 매출 정체가 예상 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올해는 핑계대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것이 포부다. 다만, 매출에 연연하는 방식보다는 조합원들의 통번역 수준, 역량을 높여나가기 위해 오, 오프 교육프로그램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다.

번역협동조합은 프리랜서 협동조합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조합원들 역시 개별적으로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조합에 소속을 두는 경우이다. 협동조합 사무국이 거래중개를 하고 있다. 거래중개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협동조합의 취지이지만, 조합을 경유할 것인지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조합원들의 선택에 맡긴다. 조합은 법인으로서 계약 당사자의 이점이 있기도 하고, 거래에서 돈을 떼이는 경우 조합적립금으로 보전도 해주는 역할도 한다. 번역과 통역에서 일한 사람의 몫을 떼고 직원의 급여, 조합 적립금을 뗀다.

번역협동조합은 지난해 조합이름으로 번역서를 냈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라는 책이다. '착한책가게'라는 협동조합출판사가 번역협동조합 이름으로 낸 책이다. 출판사 대표가 번역협동조합 조합원이었다. 도서번역은 상당한 실력이 필요하고, 품을 들이는 것에 비해 돈은 덜되는 영역이다. 조합 차원에서는 신경을 덜 썼던 분야이다. 착한책가게 출판사 대표이자 번역협동조합 조합원인 전광철씨가 동료 조합원 2명과 함께 '돈이 안 되더라도 책을 내보자'고 제안했다. 6개월에 걸친 번역 작업 끝에 책을 발간했다.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이기 보다는, 다른 가치를 통해 협동조합의 정체성 찾아가야 

조합원들의 제안과 힘으로 조합에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는 경험이었다. 서울시사회적경제 우수기업 선정, 동네국제포럼, 통번역포럼에 이어, 책 출판까지 새로운 일이 더해지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올해는 무엇을 새로 해야 하나" 하는 부담은 사실, 즐거운 비명이다. 번역협동조합은 3기에 접어들면서 체질 강화에 나섰다. 근력 키우기일 수도 있다. 만 5년을 버텼으니, 다음 5년을 대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사회도 재편하면서 이사회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초기 협동조합, 조직이 그러하듯 사무국에 집중된 경향이 컷다. 이사회의 참여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조합원의 활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자한다.

"조합 일을 많이 하는 조합원에게 조합을 통한 수익이 개인 수익의 몇 퍼센트나 되는지 물은 적이 있다. 30퍼센트 정도라고 하더라. 다른 이들은 더 적을 것이다. 그렀다고 해서 조합원들이 '왜 나는 일 안줘'라고 항의하지는 않는다. 개인 일하면서, 조합을 통해 교류하는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수수료 적게한다고 시작했지만 시중 번역료는 천차만별이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조합원들 간 교류 등 다른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수수료가 우리 조합의 설립 이유는 아니다. 조합원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다."

최재직 국장도 번역협동조합을 만들면서 협동조합에 입문한 경우이다. 그 전에는 다른 회사를 10여년 다녔다. 회사를 그만두고 우연한 기회에 협동조합 교육을 접할 기회가 생겼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번역과 통역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 바로 21명을 모아 시작한 것이 번역협동조합이었다. 최 국장은 "통번역사들이 기존에 버는 수익보다 돈을 더 벌겠다는 것 보다도 기존 통번역회사들에 대한 불만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해결해보고자 시작한 것이다."며, "이전에는 수원에서 살다가, 현재 서대문구로 이사한 것도 계기가 되었다. 시절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기 협동조합 만들었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영업을 해야할지 망막했다. 1년 지나고 나서, 돈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일반 시장에 들어가기는 무섭고, 마인드를 바꿨다. 마을에서 놀자고 생각했다. 혹 외부에서 돈 벌면 마을에서 돈 쓰자." 서대문구 지역을 거점으로 일하기 시작한 계기다. 그러나 좌충우돌은 이어졌다. 번역협동조합 사무국장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번역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 아닌 것 같다."라는 충격적인 말도 들어야 했다. "번역협동조합의 사무국장이 아닌, 사단법인의 협동조합이었던 것이다."라는 '자성'이 들었다. 사무국장으로서 열심히 했지만,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살리는 일에는 부족했다는 자성이다. 그래서 이사회 개편, 조합원 정비 등 시스템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하려고 하고, "올해가 조합 활동의 중요한 때"라고 대비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일성. "실력보다 더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

"많은 협동조합이 못 버티는 경우도 왕왕있다. 협동조합이 안 되는 것에 대해 절박한 사람들도 많다. 번역협동조합이 조합원의 영업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아도 기다려 주는 것이 고맙다. 변화할 때 변화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다. 조합원들의 필요에 더욱 다가서는 한해." 이것이 올해 번역협동조합의 모습 아닐까.

번역협동조합은 1월17일 서울시, 국제사회적경제포럼,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공동주관하는 '지역경제 개발과 사회적경제 혁신' 통번역에 나선다. 티에르 장테 사회연대경제기업가국제포럼 회장이 참여해 기존발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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