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통한 사람의 변화에 힘쓰는 서곡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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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통한 사람의 변화에 힘쓰는 서곡교육공동체
행복교육 괴산어울림, 원주 서곡네트워크를 탐방하다.
  • 2017.11.28 15:53
  • by 양영희 시민기자
원주 서곡생태마을은 사람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순환형 교육공동체를 형성해가고 있다.

괴산에 첫눈이 내렸다.
숲과 마을, 구불구불한 길과 장독대, 지붕위 그리고 먹이를 찾는 아침새 까지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오늘은 행복교육 괴산어울림에서 원주 서곡네트워크를 탐방하는 날이다. 다행히 설경을 간직한 채 도로는 안전했다. 오후 한 시반, 괴산증평 교육청에서 탐방에 오른 인원은 35명 정도 됐다. 괴산증평 교육청 직원, 괴산군 및 증평군 담당자, 어울림 관계자들 그리고 증평의 마을교사까지 ‘행복교육’,‘마을교육 공동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오른 짧은 여행길이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목소리를 들으며 창밖에 펼쳐진 설경을 감상한다. ‘세상에 어떤 것이 이렇게 한순간에 같은 빛깔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빛깔이며 어떤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괴산 어울림은 크고 작은 나들이를 많이 했다. 마을이 살아나고 있다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살게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달려갔다. 어울림의 길 찾기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이젠 우리 안에서 더 많이 얘기하고 서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한 걸 아닐까?

먼저 도착한 곳은 서곡초등학교였다. 찬 공기가 매서웠다. 강당으로 안내된 후 서곡초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가 역사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가 파도처럼 퍼져나가 희망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게 되는 것  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서곡은 학교보다 마을이 먼저 움직인 곳이었다. 이주민이 주도한 98년 공동육아어린이집 준비모임이 씨앗이었고, 2006년 어린이집 소꿉마당이 서곡리에 터를 잡으며 본격적인 서곡의 변화는 예고되었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자라 서곡초의 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유와 공동체, 생태와 예술이 중심이 된 가치와 내용이 학교문화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주민과 선주민, 학교 측과 이주민 학부모 사이에 많은 갈등이 존재했음을 소개한다. 둘의 인식과 감정의 간격을 메우는 데는 긴 시간과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주민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된 사건은 2009년 ‘치악전술훈련장 서곡이전 반대투쟁’이었다. 6개월간 함께 싸웠고 결국 승리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 후 용수골 작은 음악축제가 만들어지고 새농촌영농조합도 탄생했다. 이주민들이 중심이 된 자발적인 혁신학교 공부모임이 생겨나고 서곡초는 2012년 행복더하기 학교로 지정된다.

서곡교육네트워크 통해 가정과 학교 그리고 마을의 선순환 교육 돌봄 체계 구축

서곡초가 일반혁신학교와 다른 환경은 바로 서곡교육네트워크다. 길터여행자, 굿네이버스, 참꽃어린이학교, 자연예술학교, 서곡생태마을, 소꿉마당, 자연누리숲학교, 길배움터지역아동센터 등이 모여 서곡마을 교육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런 네트워크는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 그리고 마을이 배움과 방과후 활동, 돌봄까지 하나의 사이클로 지원할 수 있게 해줬다. 모든 마을이 꿈꾸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학교와 마을에서 배우는 것이 자연스럽고 마을행사에 참여하며 마을을 이해하고 마을선생님을 통한 마을문제 해결까지 프로젝트활동으로 해내고 있었다.

서곡초에서 버스로 5분 거리에 있는 서곡생태마을에서 만난 반디는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에게 한곳에서 오래 고생한 사람이 갖는 특유의 빛깔이 묻어났다. 반디는 서곡에서 10년 동안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는 것보다 힘든 것은 실제로 해보는 것이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끈기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의 생각이 변화되는 것이 중요하며, 그 한사람이 스스로 도전하는 것이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서곡생태마을에서는 아이들과 도자기학습, 생태학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을을 아이들 놀이터로, 청년들의 배움터로 그리고 어른들의 일터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디서나 교육과 마을이 연결되는 순간을 보는 일은 기쁘다.
 
반디는 10년의 삶을 통해 얻은 것들을 다 쏟아내고 싶은 듯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요즘 사람들은 눈 만 쓰고 눈으로 보는 것만 믿는다. 다른 감각훈련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천천히 다름 감각으로 느끼는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영성교육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곡생태마을에서 어르신들과 가까워지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흔히 하는 축제에도 관심이 없던 분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그분들의 필요와 인생을 만난다. 그리고 계획한 것이 건강을 위한 ‘건강반장교실’이었다. 의사와 간호사 등 마을자원봉사자들이 건강검진과 응급처치법, 건강 춤, 지난 시절 이야기와 그리기, 웰다잉 등의 내용으로 만나며 건강반장교실은 호응을 얻고 서곡 공동체는 더 탄탄해진다.

 ‘선한 이기심’이 공공성으로 방향을 바꾸는 계기 중 가장 좋은 것이 교육이라고 반디는 말한다. 어디서든 ‘사람들 변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서곡생태마을은 공공자산으로 함께 사는 공간을 만들고 어린이집, 학교, 방과후 등 순환생애주기별 교육공동체를 톱니바퀴처럼 연결해 냈다. 또 청년아카데미를 열어 청년 삶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제 서곡은 도시에서 이주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살아있는 교육 공동체 현장을 찾아 새로운 배움을 얻는 행복교육 괴산어울림

 강원도는 인구절벽이 심각한 곳이다. 강원도 50% 학교가 통폐합 위기에 있으며 지방소멸위험으로 연결된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마을도 살고 아이들도 사는 서곡의 사례는 더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 농촌의 거의 모든 행정과 예산은 노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프레임으로 농촌을 바꿀 수는 없다고 본다. 아이를 둔 가정과 청년세대가 경제활동이 가능하게 하고 교육은 농촌에서 자립을 도울 수 있어야한다. 모두 어렵다고 말하는 그 일을 옆 사람을 신뢰하며 끈기 있게 걸어온 서곡공동체는 보여주고 있었다.
 
다음날은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원고와 무위당 장일순의 생명사상과 협동운동의 역사를 배우는 일정으로 탐방은 계속되었다. 괴산증평의 교육공동체는 배우고 느낀 것들을 어떻게 꿰어낼지 고민하고 실천할 일들이 남겨졌다. 세상은 흰 눈처럼 한 번에 변할 순 없는 일이니 누군가는 앞서 길을 가며 눈길의 발자국처럼 길을 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시작은 언제나 한걸음부터 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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