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를 해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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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를 해독하라!!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28)] 416해외연대 서울포럼 영국 재외동포 참가자 디크립트 대비김 인터뷰
  • 2017.11.07 16:25
  • by 강찬호 기자
영국 재외동포 대비김은 한국을 떠난지 17년째이다. 최근 '416 해외연대 서울포럼' 참석차 서울을 방문했다. 올해는 두 번째 방문이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 방문이 잦아 지고 있다. 런던에서 교민들과 세월호 등 해외연대 활동을 하면서, 인맥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2일 덕수궁 인근에서 그녀를 만났다.

'416해외연대 서울포럼’이 올해 처음으로 열렸다. 12개국 45개 도시에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세월호 활동을 해오던 재외동포들이 함께 했다. 서울포럼을 통해 첫 공식 ‘오프 모임’이 진행되었다. 서울포럼은 10월26일(목)부터 10월30일(월)까지 서울시에서 진행됐다. 26일에는 안산 분향소와 기억교실 등을 방문했고, 박원순 시장과 만남을 가졌다. 30일에는 목포 신항을 방문했다. 27일부터 29일까지는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 각 해외도시 활동 발표, 416해외연대 활성화 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하고 교류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서울포럼은 내년에도 개최하기로 했다. 서울포럼을 통해 '416해외연대’를 공식화한 것은 성과였다. 이번 포럼은 짧은 시간을 통해 급하게 준비됐다. 서울포럼은 416해외연대가 주관했다. 서울시, 416연대, 416가족협의회,6월광주항쟁이 공동주최했다. 

지난 11월2일 영국 ‘디크립트’대표로 서울포럼에 참석한 ‘대비김’을 만났다. 대비김은 한국 교포로 남편은 영국인 ‘앤드류 젠슨’이다. 대비김과 인터뷰를 통해 서울포럼이 가지는 의미, 영국 런던에서 활동에 대해 들었다. 대비김과 앤드류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에서이다. 지난해 5월 앤드류는 당시 환경부 윤성규 장관 퇴임을 요구하며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광화문에서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본사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항의행동을 했다. 대비 부부는 영국 런던에서 교민, 현지인들과 함께 강정마을, 일본군 위안부, 세월호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현지에서 꾸준하게 캠페인을 해왔다. 한국을 방문할 경우 이러한 국내 이슈 현장과 사람들과 연대하고 돌아갔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 참여도 그런 연대 차원에서 이뤄졌다. 올해 다시 서울포럼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포럼을 마친 소감과 의미에 대해서 물었다.
 
“격려가 제일 컸다. 연대감이 더욱 강화된 느낌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직접 만나고 보고 하면서 갖는 연대의 힘을 새롭게 느꼈다. 많이 만나니 연대가 커지고 의미가 증폭되더라. 그전에는 ‘견학’을 안 믿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보고 배우고, 열정을 느끼면서 연대감이 높아졌다. ‘킵 더 이슈 얼라이브(Keep the issue alive)' 기억하고 잊혀 지지 말게 하라.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영국에서) 지나가던 할머니가 해 준 말이었다. 가슴에 남아 간직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재외동포들 자발적 연대와 항의행동 해와...서울포럼으로 ‘연대 강화’

416해외연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온라인을 통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안전한 대한민국을 바라는 재외동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풀뿌리 네트워크였다. 세월호 참사가 계기가 되어 활동이 시작되었지만, 이후 일본군 위안부 졸속합의 문제, 국정교과서 반대, 박근혜 정권 퇴진 등 이슈를 확대해왔다. 12개국 45개 도시에서 SNS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깨어있는 재외동포로서 자발적 시민활동을 전개한 경우이지만, 어려움도 많았으리라. 이번 서울포럼을 통한 연대감의 확인, 그리고 416해외연대라고 하는 보다 더 공식화된 모임의 성격 규정은 ‘든든한 힘, 배경’이 되었다. 그동안 416해외연대 활동은 서로 직접적인 만남은 없었다. 온라인 소통을 통해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필요하면 온라인 투표도 한다.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린다.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는 14시간에서 36시간을 둔다. 각 국의 시차를 고려한 것이다. 소수의견도 존중하고 직함도 없다. 수평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운영된다.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비김씨는 말했다. “한국은 ‘소속이 어디냐’라고 잘 묻는다. 우리는 소속이 없다. 직책도 없다. 해외 소속으로 개인활동, 자발적 공동행동을 해왔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이런 방식을 잘 이해를 못하는 분들도 계시더라. 이번에 서울포럼은 그런 측면에서 '416해외연대'라는 소속을 배경으로 갖는 의미도 있다. 영국 주재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할 경우에도 소속을 묻는 경우들이 있다. 앞으로 소속을 밝힐 수 있다. 이런 날이 올까 싶었다. 그동안 스스로 격려하고 충전하며 활동해왔다.”

대비김씨는 2012년부터 활동했다. 시작은 제주 강정마을이 계기였다. 대비 부부와 몇몇의 지인들이 함께 했다. ‘강정UK'였다.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을 펼쳤던 김진숙씨의 투쟁을 트위터를 통해 보다가, 이후 강정마을 문제를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서도 해당 이슈를 공부했다. 해외 교민학생들도 관심을 보이고 하면서 함께 ‘강정UK'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그해 5월부터 매달 셋째주 토요일 2시간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영국(Remembering Sewol UK)'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세월호, 위안부, 가습기살균제, 박근혜 탄핵 집회 등 주기에 맞춰 캠페인을 전개했다. 집회, 영화상영, 세미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강정UK’에서 ‘세월UK’로 활동이 이어지고, 온라인 기반 416해외연대 활동을 하면서 “지인(인맥)의 범위가 넓어졌고, 연대의 폭도 넓어졌다.”17년 전 한국을 떠나 영국에 살던 대비김이 최근 들어 더욱 자주 한국에 방문하게 된 것도 이러한 연대, 네트워크의 확장 때문이다.

11월2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시민단체와 서울시는 덕수궁 옆 골목에서 환경보건 거리콘서트 행사를 진행했다. 대비김이 근처와 왔다가 페이스북을 통해 행사 소식을 보고 이곳을 방문했다. 가습기살균제 활동에도 연대해 준 인연이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인 필자, 대비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왼쪽부터) 반가움에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영국 런던 ‘디크립트’활동...세월호, 위안부, 강정마을 등 국내 이슈 대응 활동...대비 부부, 깨어있는 재외교포로서 소임 다해

한편 '세월호UK' 등은 올해 10월 ‘디크립트(deCrypt)’로 모임 이름을 변경했다. 매월 캠페인을 한 후 모이는 교회 안 카페 이름(the Crypt)이기도 하다. ‘암호, 비밀’을 해독해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도 갖고 있다. 사회적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도록 하고, 왜 이 이슈가 중요한지 알리자는 취지이다. 세월호 이슈만이 아닌, 더욱 이슈를 넓혀 참여 폭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해가자는 취지로 모임 이름을 변경했다. 150여명의 회원이 있고, 기존에 강정UK, 세월호UK, 위안부 등 이슈를 디크립트로 모으고, 10월 새롭게 출발했다. 출발기념으로 영화 ‘공범자들’을 상영하고 집회도 개최했다.

대비김은 디크립트를 대표해 서울포럼에 참석했고, 영국에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페막식날 사회도 봤다. “세월호 만의 아이들이 아닌 너와 나의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라는 유경근 세월호 집행위원장의 폐막식 발언에 맞춰, 대비김은 “내가 행복해야 한다. 내 인권이 존중되어야 다른 사람의 행복과 인권에 대해서도 존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럼 기간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는 일정에서도 “담담하려고 노력했고, 안아 드리고, 손잡아 드리면서 일상처럼 대하려고 노력했다.”마지막 날인 30일 목포 신항을 방문했을 때는 조금은 당황했다. 여명 일행이 방문했는데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신분증을 확인하고, 한 명 한 명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수속 밟느라 시간도 지체되고, 들어가서도 철망을 통해서 세월호를 바라보고 오는 것이 마치 동물원에서 바라보듯 멀리서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대비 부부는 각 자 자기 직업을 갖고 일하면서, 여가 시간을 활용해 활동하는 ‘깨어있는 시민’이다. 대비김이 런던 활동을 몸으로 뛰면서 조직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면, 남편 앤드류는 디자인, SNS 공유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영국 현지인으로 ‘얼굴 마담’역할도 맡고 있다. 현지인이 나섬으로서 캠페인의 극적 효과를 높이는 경우이다. 지난해 한국에 방문해 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을 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일인시위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지난 2016년2월5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센트럴 홀’에서 반기문 당시 UN사무총장이 유엔 70주년을 맞아 2천여명의 청중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앤드류는 당시 행사장에 참석해, ‘위안부에게 정의를(Justice for Comfort Women)’이라고 쓴 손 피켓을 들고 단상 앞 객석 맨 앞으로 나아갔다. 청중들을 바라보고 침묵시위로 ‘(위안부)한일협의 무효’를 주장했다.
반기문 총장은 단상 위에서 연설문 등을 준비하다가 앤드류에게 잠깐 시선을 두기도 했다. 앤드류는 시위 시작 15초여 만에 진행요원에 의해 제지되었다. 이날 앤드류의 '깜짝시위'는 JTBC 뉴스를 통해 소개되었다. 유투브로도 알려졌다. 

부부의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은 ‘전업(풀타임)활동가’로 오해받기도 한다. 대비김은 런던 내 대학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연차가 31일이고, 이 중 25일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9시 출근하고 5시에 정시 퇴근한다. 주말은 휴식한다. 야근은 없다. 영국의 부러운 측면이다. 남는 여가 시간에 ‘디크립트’활동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뛴다. 대비는 이번에 처음으로 초청 방식으로 방한했다. 그전에는 자비였다. “돈,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다.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하는 것이다. 직업 활동가 아니다. 돈 써가면서 활동한다.” 한국에 오기 전 더블린에서 열린 인권옹호자대회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에서 참석한 민주노총 참가자의 통역을 도와주었다. 대비김은 2년마다 참석해 이들과 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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