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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협동조합 사례④] “협동조합에게 위기는 곧 기회다”지역이 처한 위기에 대처하는 ‘코프삿포로’의 태도
  • 이은선 (세이프넷지원센터 국제팀)
  • 승인 2019.08.2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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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아이쿱생협 직원 7명은 ‘생활협동조합 코프삿포로(이하 코프삿포로)’의 주요 시설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아이쿱생협 홈페이지에 “지방의 위기는 생협의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통해 소개했다. 위기를 대처하는 코프삿포로를 더 상세한 내용으로 2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이 세 번째 홋카이도 방문이다. 6월 말인데도 선선한 날씨와 청명한 하늘, 복잡하지 않은 거리. 홋카이도는 언제 가도 넉넉함을 주는 도시이다. 하지만, 홋카이도에도 일본 다른 지방 도시처럼 인구감소와 고령화, 노동력 부족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사회의 위기는 생협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끊임없이 변화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는 코프삿포로의 위기를 대하는 자세였다. 

코프삿포로는 일본생협 중에서 3번째로 큰 생협이다. 조합원 수가 176만 명(코프미라이 347만 명, 유코프178만 명)으로 홋카이도 내 점유율이 65%에 이른다. 연 매출은 약 3천억 엔(약 3조 3천 6백억, 2019년 3월 기준)정도 된다. 108개의 매장과 33개의 물류센터 등 생협의 인프라가 훗카이도 전역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다.
 

코프삿포로 매장 전경

코프삿포로는 ‘조합원, 주민들이 지금 사는 지역에서 계속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현재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생협의 새로운 과제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업의 기회(소셜 비지니스)가 생길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오미 히데유키 코프삿포로 이사장은 “홋카이도가 필요로 하는 것, 홋카이도에서 사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과제를 사업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코프삿포로의 새로운 사회적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장보기 곤란 지역의 주민을 지원하는 생협의 인프라

홋카이도에 있는 각 지자체의 공통된 과제 중 하나가 ‘장보기 곤란 지역에서의 장보기 약자 문제 해결’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지자체 수입은 감소하고 민간사업자들은 모두 떠나갔다. 생활 인프라가 약해지면서 지자체의 업무 부담은 늘고 생활은 더 곤란해 지고 있다. 홋카이도에는 인구 5,000명 이하 지자체가 78개나 된다. 50년 내로 인구가 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지자체도 90개나 된다. 

코프삿포로는 과소지역(過疎地域, 인구가 희박한 지역)의 장보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매장사업을 시작했다. ‘카케루(달린다는 의미)’라는 이름으로 펼치는 이 사업은 특수하게 개조한 차량에 약 천 여개의 품목의 상품을 싣고 주 2회 정해진 시간에 지역 구석구석을 찾아간다. 주 2회 도는 이유는 보통 사람들이 일주일에 슈퍼마켓을 방문하는 횟수가 평균 2회이기 때문이다. 천개 정도의 품목이면 편의점 품목 수의 절반 정도 된다. 주 2회 방문하니 없는 물품은 미리 주문해서 받는다. 매출의 12%는 주문에 의한 매출이다. 가장 많이 주문하는 품목은 아이스크림. 왠지 이유를 알 거 같다. 현재는 총 95대의 차량을 운행 중이다. 이동매장차량은 장보기 불편을 겪고 있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큰 의지가 되고 있다. 또 직접 차량을 운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에 매장이 있던 지역은 매입을 대행한다거나 매장 운영을 지원하기도 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새로운 매장 오픈에 협력하기도 한다. 
 

카케루 차량


지역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가정공급사업 

각 가정에 물품을 직접 공급하는 가정공급사업 역시 소셜 비지니스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홋카이도의 매출은 매장사업이 더 높지만(매장 1,889억 엔, 가정공급 867억 엔, 2018년 기준) 매장 매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일반 소매업도 마찬가지다. 코프삿포로는 10년 전부터 매출 구조를 바꾸는데 힘을 기울여 왔다. 현재는 홋카이도 전체 270만 세대 중 27만 세대가 생협의 가정공급을 이용하고 있다. 
 

카케루(이동 매장) 차량 내부

코프삿포로는 공급 물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2018년에 ‘오토스토어’라는 주문 빈도가 적은
물품을 보관하는 자동 창고를 도입했다. 이 시설 도입으로 지금까지 공급 가능했던 물품이 5천 개에서 2만 개로 늘었다. 2만 개는 600평대 슈퍼마켓과 300평대 드럭스토어가 갖추고 있는 물품 수와 같다. 이를 통해 산골 마을에 사는 사람도 도시 사람과 동일한 상품을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오토스토어

천대 정도 차량이 공급에 이용되는데 공급자들은 단순한 물품의 공급자가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어르신들의 고독사이다. 코프삿포로는 총 189개 지자체와 지킴이 협정을 체결해 물품을 공급하며 어르신들의 안부 확인도 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타지에 사는 자식들이 홀로 사는 부모에게 물품도 주문해서 보내주고 더불어 안부 확인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타지에 사는 자식들에게, 그리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생협은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고 있다. 현재 코프삿포로의 가정공급사업 경상 잉여율은 7년 전 3.5%에서 8.5%로 상승했다.


도시락, 생협의 4번째 사업으로 성장하다

지금까지 생협의 주력 사업이 매장사업과 가정공급사업을 통한 식품공급사업, 그리고 복지사업이었다면 코프삿포로가 4번째 사업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저녁도시락 배식사업이다. 배식사업은 두 가지의 흐름이 있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가정에 저녁도시락을 공급하는 가정배식사업과 유치원, 병원, 복지시설 등에 급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저녁도시락 배식사업을 시작한 건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홋카이도 인구 중 64%가 조합원이다. 고령화율이 40%를 넘는 지역이 전체의 1/3을 넘고 있다. 그래서 직접 장을 볼 수 있는 동안에는 매장에서 장을 보고, 거동이 힘들어져 매장을 방문하기 어려워지면 가정에서 받아볼 수 있는 가정공급을 이용하고, 그것도 어려워지면 도시락을 주문해 먹을 수 있도록 이 사업을 시작했다.

 

가정에 공급되는 도시락 메뉴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이어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도내 유치원으로부터 생협의 안전한 재료로 만든 급식을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유치원 급식 공급도 시작했다. 현재는 67개 유치원에서 생협의 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코프삿포로는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일반 원아들과 다른 도시락을 먹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알레르기 원아들을 위한 도시락도 제공하고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없으면서 재료를 달리해 만든 도시락을 제공해 아이들이 위화감 없이 즐겁게 유치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홋카이도 전체의 도시락 배식사업 규모는 55억 엔 정도인데 코프삿포로가 20억 엔을 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병원급식에도 진출했다. 병원식은 특히 환자의 상태에 맞는 식사, 안전한 식재료가 중요하다. 병원은 직접 도시락을 제조하는 것보다 생협에 맡기는 것이 안전하고 비용도 덜 든다. 현재는 삿포로테이신카이(禎心会)병원의 계열병원과 돌봄시설에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코프삿포로는 홋카이도 내에 6개 도시락 제조 시설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을 병원과 가정을 잇는 허브로 생각하고 있다. 병원에서 퇴원하지만 아직 스스로 식사를 만들어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퇴원해서도 집에서 생협의 도시락을 받아먹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병원과 돌봄시설 급식사업 규모는 1,100억 엔으로 아직 생협이 할 수 있는 부분은 크다.
 

배식공장 내부

코프삿포로는 더욱 지역의 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먼저 지역의 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2018년 전무이사 직할로 ‘지역정책실’을 설치했다. 나카지마 코프삿포로 전무는 “2018년은 코프삿포로가 좀 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한 해로 잡고, 홋카이도 내 62개 지자체를 방문해 지역의 과제를 파악하고 지자체가 생협에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들어보았다”며, “올해도 지자체 방문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동안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과 활동을 통해 코프삿포로가 지역에 더욱 기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은선 (세이프넷지원센터 국제팀)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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