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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얘기가 아냐! 당신이 모르는 ‘진짜 중요한 법’[라이프인ㆍ생명안전 시민넷 공동기획_안전칼럼]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 승인 2018.12.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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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용어부터가 좀 낯섭니다. 우리 국민의 삶, 특히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다치지 않을 수 있는 제도를 담고 있는 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상관없는 것 같고 관심 밖입니다. 언론도 일부 노동자나 노동단체들과 관련된 법처럼 보도하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은 소비자의 안전이나 일터의 안전을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OECD 나라에 사는데도 말입니다. 당연히 국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아니라 기업주와 이윤만을 보호하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외양간조차 안 고칠 건가 ! -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국회 표류를 바라보며
누구나 사고와 질병이 발생한 후 치료와 보상도 중요하지만, 이를 예방하는 것을 소홀히 할 수 없음을 동의할 것이다. 고통과 비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예방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기에  이는 상식이라 할 것이다. 한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 있는데 이는 소중한 것을 잃고서야 방비를 하는 어리석음을  풍자한 것인데, 심지어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 라면 천하의 손가락질을 받을 일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상식을 배반하고, 천하에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노동재해(흔히 산업재해라 한다) 율이 OECD 국가 중 선두권에 있고, 사망 재해율은 수년간 단연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 2020년까지 사망 재해율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했겠는가. 사실 지금 기준으로 반으로 줄여도 OECD 평균에 근사할 뿐이니 그 심각성을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에 노동재해 발생을 예방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28년 만에 전부 개정하는 법률안이 지난 2월에 정부에 의해 제출되었다. 이 정부안은 전부 개정이라고 하기에는 그 개혁성이 미진한 것이었으나, 기존의 법보다는 그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었다 보이고, 법 취지에 보다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에 정부의 개정안이 나오고 무려 10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으며, 회기가 지나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도대체 국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진 -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

그렇다면 정부안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일까? 
우선 ‘일하는 모든 사람’을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적용 대상 확대 방향은, 기존에 전통적인 고용형태가 아닌 다양하게 변화되는 지금 시대에 부합하고 꼭 필요한 변화라고 평가이다. 비록 개정 법은 이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특수고용노동자 일부, 배달 종사자, 프랜차이즈 안전 등에 대한 가맹본부의 책임 등을 규정한 것은 긍정적 변화이다. 

둘째로 원청의 책임 강화를 위해, 도급인의 정의와 원청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 확대, 건설업에서의 발주처 책임 강화 부분 역시 긍정적인 변화이다. 최근 사망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점을 본다면 이를 막기 위한 원청의 책임 확대는 사회적 상식인 것이다.   

셋째로 현장 안전보건에 관한 노동자 참여와 관련해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재배치하면서 안전보건관리체계임을 명확히 한 점, 하청 노동자 산재예방에 대한 원청의 조치를 추가 한 점, 정부 감독에 의한 안전보건진단과 안전보건 개선 계획에 대한 노동자 대표에게 제공 및 공개를 명확히 한 점, 산재요양 처리 과정에서 신청인, 대리인 참여를 보장한 점, 위험성 평가 시 노동자의 참여를 법제화 한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넷째로 원청 책임 위반으로 사망 발생 시 원청을 처벌하거나 형사처벌을 도입하는 점, 대표이사의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책임을 명시한 점,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표이사를 포함시키는 점. 매년 회사는 안전과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고, 위반 시 벌칙을 부과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섯째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고용노동부에게 보고 의무 부여한 점, 영업비밀 관련 사전 심사승인제를 도입하는 점은 바람직하다. 그동안 기업은 무조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면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조차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면서 각종 직업병으로 고통받아왔다. 법 개정을 통해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노동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고 부실한 자료에 대해서는 감독하고 관리하면서 개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사항은 노동안전보건단체 및 사회단체의 대체적인 입장이며,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를 요약한 것이다. 그런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내용이 그리 파격적이지도 않다. 그저 외양간 고치는 정도인데 것이다. 이럼에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으니, 위정자들이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중요하다느니, 예방이 중요하다느니 하는 말은 한낮 빚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소 잃고도 외양간조차 고치지 않으려는 국회에 행태에 분노하면서도, 아직도 노동자와 시민의 힘이 위정자를 견인할 수 없음을 절감한다.                

이번 국회에서 정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지난 시기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의 역사는 그야말로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였다. 노동자들의 지치고 병든 몸을 곧추세우고, 동료의 주검을 부여잡고 처절하게 싸워온 것이 그나마 현재의 법 제도이다.  

언제나 ‘산업안전보건법’은 변화된 사회를 아주 느리게 뒤쫓고 있다. 고용형태와 성장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간 법이 주안점을 두었던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조차 노동자의 건강의 유지 및 증진하는 것에 모자람이 크다. 또한 이 모자람조차 적용 제외되는 노동자와 사업 영역이 너무도 광범위하다. 따라서 이번 개정이 어떤 모습이건 간에 추가 개정은 불가피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역시 노동안전보건 진영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더 많은 ‘일하는 사람’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를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분투해야 할 것이다.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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