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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민원 분투기2] 통학로 굴다리 천장유리솜 제거 사건[라이프인ㆍ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칼럼] 김인봉 (안양군포의왕친환경급식시민행동 상임대표)

내가 살아가며 지켜나가는 안전
안전도 돌아볼 여유가 있어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우리 동네 - 안양시 석수동 삼성초등학교 옆 삼막천 산책로 길을 걷다가 찾아낸 일상의 불안요소가 그것입니다. 찾아냈다기 보다는 눈에 띄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터인데요.

건강을 위해 시작한 아내와 만보걷기는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동네의 풍경을 내 것으로 만드는 큰 효과가 있어서 이전이라면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 보았다손 치더라도 무심히 지나쳐갔던 것들을 새삼스레 보게 되고 작은 풀꽃도 또 텅 빈 하늘에 하나 반짝이는 화성도 액자처럼 걸어두는 사진이 되었습니다.

동네 풍경임에도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을 산책 덕분에 마주치게 되는 것들은 비단 액자 같은 풍경만이 아니라 개똥도 보이고 담배꽁초도 보였습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방치되었음이 분명한 사진 속 삭아 바스러진 통신관로덕트도 이 덕분에 보게 된 풍경입니다. 사진을 찍을 당시가 밤 열한 시쯤이었는데도 보였다는 것이 신기하지요?

사진 속 덕트 속에 있던 유리솜 보온재가 많이 떨어져 나온 것 같습니다. 누군가 빼냈을 수도 있고 떨어져 나왔을 수도 있는데 불행히도 저 곳은 삼성초등학교 아이들 통학로입니다. 유리솜은 보온재로 석면처럼 발암물질이 아니고 또 폐 속에 들어가도 큰 위험이 없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유리솜은 말 그대로 유리를 아주 가늘게 실처럼 뽑아 뭉친 솜 모양 유리입니다. 작아도 유리의 날카로움은 그대로여서 피부에 닿으면 파고들거나 상처를 내, 따끔거리고 무척 괴롭습니다. 살에 파고들기라도 하면 작고 투명해서 찾아 제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제가 공고출신이라 고등학교 때 발암물질인 석면을 대체하여 나온 저 유리솜으로 보온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꼬박 며칠을 괴로워한 적이 있습니다. 저 속에 든 유리솜이 혹시 아이들에게 떨어지면 어떡하나,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장난은 치지않을까? 싶어 사진을 찍어두고 이튿날 얼른 스마트폰에다 깔아둔 생활불편신고앱으로 신고했더랬습니다.

이 날이 5월 27일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얼른얼른 처리해줄 거라 믿으면 바보라는 듯이 답변이 6월 5일에서야 달렸습니다. 그것도 ‘그건 KT건데 KT가 6월 30일까지 고치겠대’라는 ‘전달문’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전은 남의 일로 만드는 사람들
‘공무원’인 이들은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이 틀림없지요? 당시 시장이 안양이 지역안전지수 1등급이라고 책자까지 내가며 자랑하고, 해마다 안전훈련 어쩌고를 했는데 이게 다 허깨비였던 셈이지요? 사진처럼 녹슬어도 그냥 녹슨 게 아니라 안의 유리솜이 다 빠져나왔을 정도면 매우 오래되었는데 무심히 지나다닌 사람들의 잘못일까요? 그 사람들이 잘못이라면 그간 안양시가 해온 재난안전 훈련이나 생활안전 1등급이라고 자랑하는 자료집 도시발전공감지표 속 이야기는 말짱 도루묵이었던 것이지요.

이런 신고를 받으면, 아니 이런 사진을 보면 ‘아, 얼른 가려야 하겠구나.’가 떠오르는 생각 아닐까요? 이들은 왜 이런 생각을 안 할까요? 아니면 못한 걸까요? 사소한 것이어서 일까요? 자기 일이 아닌 걸까요? 힘든 일이어서 일까요? 궁금함이 꼬리를 물지만 알 길이 없습니다.

먼저 뭐라도 갖다가 막으면 되고, 자기네가 바쁘면 주민센터나 학교에다 이야기해도 될 터인데 이들 사이에 아무런 소통도 없어 보이지요? 뭐 큰일이라고, 뭐 큰 부탁이라고 이게 안 된 걸까요?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6월 말이 아닌 7월 말이 되어서야 보수가 완료되었습니다. 그 과정 내내 뭐라고 뭐라고 자꾸 말해야 했습니다. 이 경과를 페이스북에 공유를 하며 페이스북 친구인 지역의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덕분에 새로 다른 시장이 되고, 또 동네 시의원들이 나서서 그 분들이 닦달을 해서야 된 모양새입니다. 하기로 한 것을 조금 늦게 지킨 것은 아닌 게 적어도 그런 성의가 있었다면 비닐필름이라도 먼저 갖다 붙였겠지요.

우리는 지극히 당연한 일들이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어서 불안한 시대를 살아온 것 같습니다. 지난 촛불이 바로 이제는 당연한 것들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 생각했는데 일상은 여전히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입니다.

김인봉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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