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학교석면, 다시 ‘빨간등’...개학이 걱정!
상태바
1급 발암물질 학교석면, 다시 ‘빨간등’...개학이 걱정!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학부모 등, 긴급기자회견 갖고 여름방학 중 진행된 학교석면 제거공사 안전성에 우려 제기
  • 2017.08.14 19:47
  • by 강찬호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진행된 긴급기자회견에 동행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센터 내에 비치된 석면들을 둘러보고 있다. 개학 후 학생들과 교직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환경단체와 학부모들은 우려했다.

여름방학 중 학교석면 제거를 한 학교들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안전을 믿고 등교해도 되는 것일까.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의 조각이나 가루들이 학교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자칫 아이들과 교직원을 1급 발암물질 구덩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경고가 급히 타전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백석면을 포함 모든 종류의 석면이 폐암, 악성중피종암, 후두암, 난소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1980년대부터 사용 금지를 권고해왔다. 한국에서는 2007년부터 석면시멘트 제품의 사용을 금지했다.

한국 학교의 경우 2016년 6월말 기준 전국 초중고 학교 중 석면이 포함된 학교는 13,956개교(66.9%)이고, 비석면학교는 6,900개교(33.1%)이다. 학교 건축물 노후화에 따라 석면 먼지가 교실과 복도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고, 교육 당국은 석면제거작업 과정에서 석면 노출 위험으로 인해 방학을 이용해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방학 중 석면제거작업을 실시할 경우 작업자의 안전, 작업 중 석면 노출 최소화, 작업 후 완벽한 청소가 필요하다. 작업자는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고, 현장은 비닐보양을 통해 석면의 비산을 차단해야 한다. 특히 작업 종료 후에는 완벽하게 청소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신뢰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작업 과정은 모니터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석면제거작업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안전한 학교를 위한 석면제거작업이 오히려 학교를 위협한다면?...이번 여름 1,280개교 석면제거 작업 진행

학교석면 제거작업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가 환경단체와 학부모들로부터 ‘다급하게’제기됐다. 학교석면 제거와 후속 처리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과 교직원이 석면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곧 개학이 다가오는데, 관계 당국이 긴급 점검하지 않으면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였다. 이들은 긴급 점검과 함께 환경단체,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긴급 점검 활동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 전국 20,856개 초중고 중 1,280개 학교, 1,889개 건물에서 석면제거 공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석면공사에 대한 감시는 사실상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8월14일(월) 오전 10시30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5개 학교에 대해 시급하게 현장 점검한 결과를 공개했다.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였다. 경기 1곳, 서울 2곳, 인천 2곳에서 진행된 모니터링 결과, 석면제거 공사 후 현장에는 여전히 석면 폐기물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과천 관문초 석면 감시활동을 하며 이번 모니터링에 참가한 이 학교 학부모 한정희씨는 감시 활동을 하는 중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과천 관문초의 경우는 학교 석면해체 작업이 진행되기 1개월 전에 인근 지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석면철거 문제가 이슈로 불거졌다. 지역사회에서 석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어느 정도 여론이 환기된 경우였다. 그럼에도 불과 1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진행된 관문초 석면철거는 이러한 여론을 보란 듯이 무시한 결과로 드러났다. 관문초는 8월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석면제거 작업이 진행됐다. 학부모들은 철거업체를 통해 설명회도 들었고, 작업현장을 가림막으로 차단하는 비닐보양 작업도 확인했다. 학부모들의 걱정과 관심이 있는 경우여서 어느 정도 조치가 취해진 경우였다. 그럼에도 작업 후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작업 후 석면 조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감시활동을 했음에도 공사 후 현장을 둘러 본 이 학교 학부모 한정희씨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지역사회 여론이나 학부모들의 감시활동이 있었음에도, 석면제거 작업 후 현장은 엉망..학부모들 ‘당황’과 걱정

8월11일경 교실과 복도 등 37곳을 채취했는데, 34곳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 학부모들이 1차 시료 채취를 해 민간 분석기관에 의뢰해 얻은 결과였다. 2차는 노동부와 함께 시료 채취를 했다. 2차로 채취한 결과는 곧 나올 예정이다. 학부모들의 시료채취 결과는 놀라웠다. 작업자들이 이용하는 남자화장실 등 작업자들의 이동경로에서도 검출됐다. 천정에 있는 석면 텍스를 제거할 경우, 나사를 먼저 풀고 텍스가 깨어지지 않게 제거하는 것이 기본이다. 석면 텍스가 깨지면 석면 가루가 비산되기 때문이다. 작업자는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1차 시료 채취를 할 당시 현장에는 석면 텍스가 깨어진 채 남아 있었다. 남은 텍스 조각은 나사로 조여 있었고, 천장 위에서 보이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즉 텍스를 온전히 제거하지 않고 중간에 깨트려 제거한 것이다. 교실 등 곳곳에 석면가루가 비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8월30일 개학을 앞두고 학부모들의 걱정은 늘고 있다. 남은 석면 조각이나 가루를 제대로 제거할 수 있을까. 2주의 시간이 남아 있다. 노동부는 일단 작업을 중지하고 현장을 보존했다.

지역사회 여론의 환기가 있었고, 학부모들의 관심이 있는 학교였던 관문초가 이 정도였다면, 다른 학교는 어땠을까. 서울 도봉구 월촌초 학부모인 김미란씨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진행한 사전 교육도 참여하고 작업 현장을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했는데도, 결국 ‘겉핥기’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습자료실 장 위에서 석면 조각이 검출 되는 등 청소가 완전하지 않았다. 청소를 다시 요구하고 있다. 운동장에는 철거 후 폐기물이 적재되어 있다. 반출은 8월23일이나 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답변이다. 김씨는 “작업시작 단계에서부터 매립지에 매립될 때까지 전 과정을 챙겨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도봉구 문화고에서도 작업 후 석면 조각들이 남아 있었고, 시료 채취를 해서 검사한 결과 백석면 3퍼센트 농도로 검출되었다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밝혔다. 인천지역을 모니터링한 두 곳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전국 동시다발 공사..안전하게 작업할 업체 몇곳이나 준비된 것인지...작업 감리 형식적이고 제도적 모순도 존재...관련 부처 간 긴급대책반 구성해야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이번에 검출 결과에 대해 노동부에 고발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긴급 점검한 학교들이 이 정도로 심각하다면 나머지 학교도 대동소이 할 것이라며, 교육부 등 관계부처의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학을 앞 둔 시점인 만큼 정부합동대책반을 구성해서 긴급 점검을 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석면 제거 작업은 노동부의 허가와 감독, 환경부의 총괄 관리, 교육부의 공사 발주, 지자체의 폐기물 처리 등 여러 부처와 관련이 있다며, 합동대책반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면처리 작업에 통상 2주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데 1,280여개 학교가 동시에 진행이 된다면, 안전하게 작업할 업체들이 확보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사전에 점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4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여름방학 동안 진행된 학교석면 철거공사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최예용 소장은 석면교체 공사 과정이 결콘 안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5개 현장 점검을 한 학교 모두에서 백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관문초 사례처럼 마구 때려 부수는 방식은 과거 70년대, 80년대 석면에 대한 인식이 낮았을 때 건축현장에서나 있었을 법한 경우이다. 믿기지 않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또 “현장에 감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안전을 확보한 경우로 볼 수 없다. 현재 감리 제도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감리업체가 석면시료분석에도 참여하고 있다. 말이 안 된다. 제3자가 해야 할 일이다.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상에는 감리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반면 환경부는 감리제도를 두고 있다. 노동부가 작업 과정에서 감리제도에 신경을 안 쓰는 이유이다. 법 따로, 제도 따로 경우이다.”라며, 작업 과정을 감시할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 소장은 공사 중인 학교 리스트를 공개해서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감시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등 수도권이 이 정도라면, 지방으로 갈수록 감시 범위를 벗어나는 정도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며 현재 수준에서는 감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현장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현행 법에 따라 석면제거작업을 해도 안전이 담보되기가 어려운데, 불법이 남발이 되고 있다며 시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이날 공개한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5개교에서 51개의 시료를 채취했고, 47개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조사 대상 학교에서는 과천 관문초의 경우가 가장 많이 검출됐다. 검출된 석면은 모두 백석면으로 3-5% 농도였다. 학교 교실, 복도, 계단 등 학교 곳곳을 모니터했다. 학부모 대책위가 조사한 경우도 있고,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학부모,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에서 현장 점검을 했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