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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보다 앞서는 것은 민주주의...무인운전과 무인역사 너머에 있는 것[라이프인ㆍ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칼럼]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몇 달째 서울교통공사에서 추진하는 ‘스마트스테이션’ 사업과 ‘운전사 없는 운전UTO’ 시스템을 두고 논란 중이다. 지난 7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공사 사측이 추진하는 스마트스테이션과 UTO 시스템이 사실상 무인역사와 무인운전을 도입하는 것이며 이는 곧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에 이용자 시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실 서울교통공사의 스마트스테이션 사업 추진은 2017년 11월에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당시 보도는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혁명에 부합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2022년까지 277개 역사 모두를 스마트스테이션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항으로는 지하철 내 CCTV의 개선, 방송 기기와 조명 제어장치, 화재 수신반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 서비스센터 및 중앙 관제센터까지 통합 시스템으로 구축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었다. 한 역당 최소 7억 원이 들고 전체 사업비가 2000억 원이 넘는 사업이다.

운전사 없는 운전의 경우에는 이미 인천지하철2호선, 분당선, 우이신설경전철 등에 적용되어 운영하고 있고 새롭게 도입되는 지하철 8호선 구간에도 적용된다. 즉 신기술이라고 하기 힘들다. 대체로 이용인구가 많지 않은 노선을 중심으로 운전사 없는 운전이 시도되고 있는데, 이는 현재 5호선 이상의 노선이 애초 자동운전시스템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는 이슈다. 이 때문에 서울교통공사 측은 노동조합의 주장이 기존에 있던 것을 침소봉대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에 이어 시민대책위까지 출범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를 곧이곧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이미 10년 전부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언제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왔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서울도시철공사에서 추진한 <5678창의조직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조직 체계의 개편과 동시에 시작한 것이 자동매표소를 골자로 하는 무인역사화다. 그리고 직원 퇴출제와 연봉제를 통해서 6,835명 전체 인력 중에서 49%에 해당하는 3,357명에 대한 인사발령을 냈고 이 중에서 10%를 해고했다. 야간에 차량을 정비했던 일을 외주화하고 관련 업무 담당부서를 없앴다. 

비슷한 프로그램은 2008년 서울메트로의 김상돈 사장에 의해서도 추진되었다. 정원 1만284명 중에서 2010년까지 20% 정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유실물관리센터와 차량기지 내 구내운전 등의 업무를 포함한 정비 업무를 외주화했다.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지하철의 구조조정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매개로 나타났다. 무인매표소가 역무인원을 줄이는 명분이 되었고 스크린도어가 승강장 내 안전요인을 없애는 명분이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서울교통공사가 주장하는 스마트스테이션과 운전사 없는 운전 시스템은 이런 맥락과 전혀 무관할까? 그리고 정말 이런 기술화가 지하철의 안전을 보장하고 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나?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이용자 시민들이 서울교통공사의 해명에 신뢰를 보이지 않는 이유에는 이런 역사가 놓여있다. 지금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운전사 없는 운전’에 대해 무인승무라고 우려하니, 운전을 직접 하지 않을 뿐 승무원은 있기 때문에 무인승무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말장난이다. 장기적으로 승무를 없애도 운전이 가능하다면 그 일자리는 임시직일 개연성이 크다. 그럴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싶으면 운전을 하지 않는 승무원이 객차 내에서 무엇을 하게 될지를 말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의 해명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자연스럽게 인력감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슷하게 스마트스테이션을 통해서 역사마다 있던 전기, 제어 부분을 통합하고 일원화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사마다 배치되어 노동하고 있던 이들의 일과 연관된다. 또한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운영시스템을 전자동으로 하고 원격화한다는 것이 정말 타당한 발전인지도 모호하다. 

이를테면 2~3개 역마다 한 팀씩 점검 인원이 배치된 의정부 경전철의 경우에는 차량이 멈추면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이 걸린다. 그러니까 원격 기술로 고장을 제어하고 운행을 통제할 순 있어도 고치는 것은 결국 사람이며 그 부담은 이용자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각종 무인 시스템을 설치한다고 해도 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사람이며, 미술관이고 뭐고 다 떠나서 교통수단이라는 지하철의 본질과 어긋나는 부가적인 일일 뿐이다.

이것은 기술을 받아들이는가 받아들이지 않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전국 어디나 카드결제 버스가 다닌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현금 결제 버스가 여전히 있다. 그것이 단지 기술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고 그것이 그동안 지하철을 운용하고 이용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놓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며 이것이 기술 자체보다 더욱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기술 맹신주의에 가까운 태도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술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을 보충할 뿐이며 기술 사용의 맥락도 그 사회가 결정한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구의역에서 났던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해 인간이 기술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리모컨의 버튼이 많아도 사용하는 버튼이 전원과 채널, 음성 버튼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맥락이 전혀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현재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이며, 시민들은 이런 태도에 불신을 보이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설명회나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았고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에 대해 토론회 한번 없었다. 무조건 그것이 아니라는 부인만 하고 있고, 마치 4차산업혁명에 저항하는 기술퇴보주의자처럼 취급한다. 

하지만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이고, 효율성보다 앞서는 것은 이용자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이다. 실제로 구의역 참사 이후 사회의 요구에 따라 설치한 안전위원회의 후속조치에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가 보인 행태를 보면 과연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가 안전에 대해 고민이 있는지조차 걱정된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늦더라도 제대로 가자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 기술을 위해 인간이 희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그 참사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김상철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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