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증거다…피해구제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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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증거다…피해구제 서둘러라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
  • 2018.09.03 14:23
  • by 강찬호
8월31일에 열린 2018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대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18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대회(이하 피해자대회)가 8월31일 국회 헌정기념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피해자대회는 2011년8월31일 정부가 처음으로 원인미상폐손상의 원인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지목한 날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이 날을 피해자대회의 날로 정해 희생자 추모와 피해자들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알리며 문제해결을 촉구해왔다. 올해도 그 연장에서 피해자대회를 진행했다. '피해자가 증거이다'라며, 피해인정과 확대를 더 이상 늦추지 말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8월8일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와 가족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사과했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약속했다. 지난 1년 동안 피해자 판정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판정기준을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피해자들이 체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촛불민심을 안고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대통령이 공식사과를 하며 문제해결을 약속하더라도 정책이 집행되고, 체감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는 2011년 8월말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정부와 기업의 소극적 대처로 지연되어 왔기에 피해자들의 불신은 크고 어떤 진척을 체감하기도 어렵다.

8월17일 현재, 정부에 접수한 피해자 규모는 6,051명이고 이 중 사망자가 1,337명이 이르지만,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 규모는 900여명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피해자 판정을 진행한 인원은 982명에서 5,351명으로 늘었지만, 실제 인정규모는 턱없이 낮다. 피해자들이 좌절하는 이유이다. 기존 폐질환 판정기준에 맞춰 판정했기 때문이다. 태아피해와 천식을 구제급여에 포함했지만 역시 인정율은 낮다. 정부는 질환확대를 계속해 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아동간질성 폐질환과 폐질환 3단계를 구제계정으로 포함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독성간염, 폐렴, 기관지확장증, 성인간질성폐질환을 구제계정에 포함해 지원할 계획이다. 천식에 대해서도 구제계정을 통해 구제급여에 상당한 지원을 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도에 질환을 추가해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러한 피해구제 지원노력은 2017년2월8일 제정되고, 2018년8월14일 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이하 피해구제 특별법)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피해구제 특별법이 국회의 정치적 상황으로 19대 국회에서 제정되지 못하고, 20대 국회들어 힘겹게 제정되면서 시행이 늦어졌다. 이 특별법에 의해 피해구제는 피해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으로 이뤄지고 있다. 건강피해의 인과관계 규명이 보다 분명한 경우 피해구제급여로 지원한다. 특별구제계정은 피해구제급여 수준의 인과관계 확인은 어렵지만, 다른 여건을 종합해 지원하는 경우로 하고 있다. 물론 판단근거와 지원근거는 법으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2단계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이 문제해결을 위한 여러 노력의 결과이고, 그 결과가 법에 반영돼 추진되고 있다.

이상이 대략적인 개요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피해자 당사자들, 환경보건시민단체와 전문가, 국회와 정부 등이 함께 노력하고 요구해 온 집단지성이 이 안에는 담겨 있다. 다만 이 방법이 여전히 적정한 것인지,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르고, 논란이 많이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8피해자대회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올해 피해자대회에는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로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참여해 추도사와 헌화를 했다. 국회 차원에서 가습기살균제 국회특위와 청문회를 주도했던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여해 추도사와 헌화를 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김관영 원내대표와 김삼화 의원이 참석했다. 사회적참사법이 지난 2017년11월24일 국회에서 의결되고, 그해 12월12일 시행되면서 사회적참사특조위에서 장완익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 2명의 비상임 위원이 참석했다. 장완익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적극적인 진상규명과 문제해결을 약속했다. 함께 참사를 기억하고 집단적 책임의식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 내빈들은 희생을 추모하며 지난 국회에서 못다한 진상규명과 대책에 대해 특조위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 줄 것을 주문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과 재발방지에 대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주문과 기대였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어떨까. 피해자와 가족들은 대회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그동안 참사를 단순 사고로 대해왔었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폐질환으로 국한하고 단계를 나눠 3,4단계 피해자와 다른 질환의 피해자들을 피해자가 아닌 것처럼 대해 온 것은 잘못되었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환경부 주무부처에만 맡기지 말고 청와대가 직접 챙기고 진행상황을 피해자들과 정례적으로 공유하라고 촉구했다. '피해자가 증거다'라며 기저질환 피해 인정과 질환확대를 요구했다. 옥시 레킷벤키저 본사와 SK케미컬, 애경 수사를 촉구했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요구는 오래된 숙원이었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는 폐질환으로 국한해 소극적으로 접근해왔고, 현 정부 들어 질환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그 속도나 규모 면에서 체감이 떨어지고 있다. 기다리다 지치고 질병은 악화되어 가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결국 향후 해법은 상당 부분 사회적참사 특조위의 역할을 통해 접근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진행되어 온 전반적 상황을 점검하고 문제해결에 대한 해법에 대해서 힘을 모아 만들어내야 한다. 현 정부가 문제해결에 의지를 가지고 나서는 만큼 특조위와 힘을 합쳐 특단의 대책과 사회적합의를 채택해가야 한다. 아울러 831 피해자대회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없는 안전한 나라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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