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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참견 시점' 진상조사를 마치고[라이프인ㆍ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 칼럼] 오세범(변호사, 민변 세월호특위 위원)

1. 들어가며

"차라리 일베였으면 좋겠다."

전참시 진상조사위원 한 분의 푸념이다.
지난 5월 초에 방영된 전참시 프로에서 세월호 뉴스화면이 블러처리(흐리게)된 상태로 방영되는 사고가 있었다. 비록 블러처리되긴 했지만 세월호 뉴스화면이 알려진 뒤로 세월호 유가족은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았고, 이영자씨와 MBC 신임 사장 및 임직원들도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누가 이렇게 세월호 유가족, 이영자 및 MBC 신임 임직원을 한꺼번에 피해 줄 수 있을까? 일베성향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 MBC는 자체조사에 착수하였다. 조사결과 뚜렷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데다가 섣부른 사과로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MBC 신임 임원진이 사건을 축소은폐한다고...

그리하여 급히 외부조사위원을 위촉하여 객관적으로 사실규명을 하려 하였다. 이런 연유로 필자는 외부조사위원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일이 제작과정을 살피며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조사하게 되었다.

그 과정은 이렇다. 이 프로그램의 주 기획자인 조연출(AD)는 밋밋해질 프로그램을 눈에 띄게 만들기 위해서 뉴스속보형식의 멘트를 사용하려 하고 자료담당 하청 직원(FD)에게 자료를 요구한다. FD는 급히 200여개 뉴스화면을 검토하여 11개 화면을 제공하는데 이중 2개가 세월호 뉴스화면이다. FD는 AD가 세월호 화면을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없고, 알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그저 세월호 가족들에게 기부장면 등으로 쓰려나 하고 생각했다.

이후 AD는 세월호 화면임을 알았으나 블러처리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였고, 설사 문제가 될 거라면 20여명이 참석하는 시사회때 걸러질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런데 하필 시사회 때 세월호 블러화면 직전의 다른 화면이 문제되어 그 부분을 체크하는 사이에 세월호 블러화면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게 되어 아무도 세월호 화면임을 눈치 채지 못하여 방송에 나가게 된 것이다.

2. 조사 결과 

AD는 세월호 화면을 오락프로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멘트에 딱 맞고, 화면은 블러처리해서 알아보지 못하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한 어묵이 세월호 희생자를 가리키는 은어인지를 몰랐다고 한다. 방송사 종사자로서 어묵의 은어를 모른다는 것은 사회적 상식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의외로 어묵의 은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AD 진술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하여 분담자의 진술과 작업과정을 확인하고 그의 동의를 받고 스마트폰을 검색하여 SNS나 이메일을 확인할 결과 이렇다 할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또한 FD와 책임 PD의 스마트폰도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조사하였지만 혐의점은 찾지 못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고 부주의와 무감각이 연이어 발생한 사고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3. 마치며

세월호 화면을 사용하며 어묵을 먹는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분노의 파도 속에 억울한 희생양이 만들어져서도 안 된다. 따라서 철저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 파악이 중요하다.

방송(오락)프로제작이 매우 분업화되고 파편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만 하기도 급급하였다. 물론 전체 시사회에서 문제점을 찾아내서 걸러질 수는 있지만 시사회도 자기가 맡은 부분만 신경 쓰고 타인이 맡은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은 전참시 프로그램을 눈에 띄게 만들려는 과욕과 분업화·파편화된 제작 시스템에 기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AD가 오락프로에 (블러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세월호 화면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점에서 사회적 공감능력의 부족이 아쉬웠다. 방송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하면 사회적 공감능력이 한층 높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시청률 경쟁과 파편화된 방송제작 시스템, 그리고 사회적 공감능력의 부족과 부주의가 겹친 참사를 보고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다.

 

라이프인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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