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은 ‘협동조합 생태계’라는 화두를 던지고 협동조합의 비전을 그리게 만들었다. ‘협동조합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은 다양하지만, 결코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면 ‘협동조합 간 협동’일 것이다.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이하 서울협의회)도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협동경제 실현’이라는 미션을 위해 협동조합 간 협동을 끊임없이 고민했었다. 그 결실로 생협과 사회적경제 기업 간 연대•협력 사업인 ‘우리 동네 협동가게’가 탄생하게 됐다.
15년 12월, 차가운 바람이 부는 아침, 생협과 서울협의회가 만났다. 비록 날은 추웠지만, 생협과 사회적경제 기업 간 협력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회의에 임했다. 사회적경제 생태계 내에서 생협의 역할을 고민하면서, 생협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였다.
생협은 132개 매장, 35.5만명의 소비자 조합원을 보유하였고, 사회적경제 기업은 판로지원의 정책 수요가 절실하였다.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은 나와 있었다. 다만, 단순 판로지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연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했기에 쉽게 생각하지 않으며, 쉽게 시작하지는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양해만 하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입점 기준의 완화, 생협과 입점기업의 적정 마진, 물류 시스템 등 논의해야 할 사항이 정말 많았다.
이후, 반년 간의 준비 과정과 서울시 사회적경제과와 간담회를 통해 예산을 편성, 16년 7월 두레생협, 한살림서울생협, 행복중심생협 6개 매장을 시작으로 ‘우리 동네 협동가게’가 시작되었다.
사람과 조직이 변화하듯, ‘우리 동네 협동가게’도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 생협과 입점기업의 의견을 청취하여 운영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으며,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상호거래가 시작되었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상시적으로 취급하는 생협 매장이 6개에서 20개로 늘어났으며, 16년 첫 해, 월 평균 111만원의 매출이 18년 이후 월 평균 1,350만원으로 약 12배 성장하였다.
주목할 만한 성과는 정량적인 성장세가 아니다. 연대와 협력을 통해, ‘유사 제품 간 경쟁에서 협동으로의 인식 전환’, ‘생협 조합원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 개선’, ‘제품 거래를 통해 쌓은 신뢰관계가 서비스까지 확장’되는 사례 등 정성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본 사업을 통해 관계를 맺은 ‘생협 조합원들이 입점 기업의 신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새로운 협력 사례가 등장하였다.
단순하게 판로지원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러한 성과가 나타날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 협동가게’는 생협과 사회적경제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을 목적으로 한다. 사업 초기, 생협과 사회적경제 기업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과정을 충분히 가지고자 노력했다. 행사를 하더라도, 사회적경제 기업의 대표 혹은 담당자가 생협 매장을 꼭 방문하실 수 있도록 하거나, 회의마다 모든 관계자를 초청하여 진행했다.
약 2년 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지나고나니, 자연스럽게 연대와 협력의 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우리 동네 협동가게’는 시작 한지 2년이 지났지만, 본래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배가 고프고, 갈 길이 많이 남았다.
협동조합 간 협동, 나아가 사회적경제 생태계, 멀리 있지 않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블로그(https://blog.naver.com/seoulcoopc/221284063445) 에도 실렸습니다. 라이프인은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