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16, 아니 4년째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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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16, 아니 4년째 4·16
[이강윤 컬럼] 세월호참사 4주기에 부쳐
  • 2018.04.16 17:50
  • by 라이프인
이강윤 (본지 편집고문)

다시 4•16이다. 아니 4년째 계속 4•16이다. 세월호참사의 비극성은 세월호 승선객의 참사과정을 전 국민이 생중계로 보면서 탄식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점일 것이다. 수 백명이 눈 앞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그저 무력하게 지켜보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해던 것은 모두에게 깊은 절망감과 씻기 어려운 상처, 좌절을 남겼다. 그게 4년 전 오늘 일이다.

지난 4년 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수 백의 생명을 대가로 치르고 우리는 뭘 얻었는가. 엄밀히 말하자면 지난 4년 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 이후로도 각종 사고는 잇달았고, 수 십명씩의 떼죽음이 곳곳에서 해마다 발생했다. 안전과 생명에 대한 의식변화와, 안전을 구조적으로 보장해줄 시스템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은 부끄럽게도 아직 없다. 물론 세월호참사 발생 당시 정권의 무능력함과 비도덕성때문에 처음 3년은 그렇게 허송했다고 치자. 촛불 이후 정권이 바뀌고 제대로 된 세상을 향해 시동을 건 지금 세월호에 대한 근본적 의문과 문제점을 우리는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년이 지난 지금에도 원론적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 세월호의 또 다른 비극성이다.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반성 자세 없는 사람, 대책기구 멤버 자격 원천적으로 없어

첫 째, 세월호 특조위 구성에 있어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황전원 씨 문제를 두고 아직도 홍역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황 씨의 부적격 사항은 그간 그의 행적이 충분히 증명하는 바이므로 재론을 생략한다. 이런 논란이 계속 된다는 것 자체가 우리를 4년 전 그 날처럼 다시금 초라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이게 과연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들에게 보장되는 ‘생각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인가. 국회 의석비율대로 하면 민의가 공평하게 반영됐다고 우리는 흔쾌히 동의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세월호같은 대형 참사의 경우, 수습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원인과 수습을  담당하는 기구는 그 구성 및 운영과정에 정량적 요소에 앞서 정성적 요소가 더 비중있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참사원인 등을 규명하는 과정의 사실관계 파악에는 정량적 요소, 즉 팩트가 두 말 할 필요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수습과정 및 재발방지책 마련에서는 희생자들에 대한 반성과 속죄의 자세, 즉 정성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세월호참사가 갖는 근본적 비극성 때문이다. 적어도 희생자와 그 가족들 앞에 겸허하게 반성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그런 기본 자세가 갖춰지지 않은 사람은 기구의 멤버가 될 자격이 원천적으로 없다. 소속 정파나 추천 정당은 다르더라도 희생자들에 대한 반성과 생명존중에 관해서는 정파나 진영이 따로일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는 사람들로 기구가 구성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세월호특조위를 정치적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 점은 백 번의 비난이 결코 과하지 않다.

참사 보도, 신속보다 신중이 더 큰 덕목이자 가치

둘째, 세월호참사에 관한 보도의 문제다. 며칠 전 “세월호가 거대한 외력의 충돌로 침몰됐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기사가 증거 수치와 함께 보도돼 관심을 끌었다. 그렇지 않아도 ‘잠수함충격설’ ‘암초충돌설’ 등 민심을 흉흉하게 하는 추측이나 음모론이 몇 년째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보도는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그 기사는 불과 하룻만에 “자료해석을 잘못해서 나온 오보”라는 게 공식적으로 설명됐다.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취재 및 기사 작성과정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빗나간 취재경쟁이나 특종욕심에 공정의 추가 기울어진 상태라면, 그런 보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받기 힘들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해당 매체는 진중하게 사과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점, 대단히 실망스럽다. 이런 대참사 보도에 관한 한 신속보다는 신중함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이자 가치인지 우리는 4년째 계속 느끼고 있다. 그러나 느끼고만 있을 뿐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것 또한 우리가 세월호 희생자들과 가족들께 반성하고 사과해야 하는 사항이다.

 세월호가족에 대한 공격, 엄중-단호한 대처와 처벌을

세 번째, 세월호가족에 대한 테러 수준의 공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1일, 보수계열 단체들이 대규모로 집결, 시위하는 과정에서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가족 천막에 난입해 초토화시켜버리는 폭거가 발생했다. “세월호 이제 지겹다”, “돈을 몇 억씩이나 받아간다는데 왜 아직도 천막치고 난리를 피우느냐”…당시 시위현장에서 그들이 거칠게 뱉은 말들이다. 그들은 적군을 공격하듯 행동했다. 그로부터 약 1개월 뒤 같은 지점에서 또 세월호가족들에 대한 공격이 벌어졌다. 시위대 중 일부가 새총으로 정확하게 조준사격을 가했다. 흥분해서 그냥 천막을 짓밟고 때려부수는 정도가 아니고, 계획적으로 새총이라는 도구를 준비해 쇠구슬로 하나하나 사람을 향해 쐈다. 화염병과 돌멩이가 폭력시위의 대명사이자 체제전복행위로 수 십년동안 각인되어 왔고, 무수한 청년-시민들이 돌 한 번 던지고 화염병 한 번 던졌다고 감옥살이를 했다. 화염병이 새총으로 바뀌었고, 공격한 사람들의 성향과 주장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새총 폭력자들에 대한 처벌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정치적 프레임’ 벗겨내는 게 급선무

생각을 달리 하고 안하고의 문제 이전에, 산 자가 죽은 자들 앞에서 취하는 최소한의 도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에 공동체 구성원 모두는 좌절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정치권력에게 그 해결을 다 맡기기 힘든 문제다. 근본적 해결책은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그리고 비극적이게도 세월호문제는 정치문제로 오염돼버린지 오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 불과 20일 후인 5월 8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의 본질을 뒤바꿔버렸다. “(대통령은) 순수한 유가족만 만나겠다”는 청와대 대변인(현 자유한국당 민경욱의원)의 발표에는 당시 정부-여당이 세월호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쪽으로 끌고가고 싶어하는지가 명확하게 담겨 있다. 진영문제로 치환해 정쟁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이후 세월호는 이른바 정치프레임이 돼버렸다. 세월호를 거론하면 반정부에 종북주의자가 됐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면 삐딱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지난 4년 간 세월호참사의 원인과 수습책 마련에 최소한의 진전도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세월호에 관한 추모와 반성, 안전사회 계기 마련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정권이 방해하고 분열시켰기에, 참사 이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전 정권의 최대 과오이자 범죄행위다.

대책 기구 멤버, ‘시민의 대리자’임을 명확히 해야

이상 세 가지 점은 세월호참사의 수습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현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 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다행히 문재인대통령이 4•16 4주기를 맞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완전한 규명과 해결”을 다시 한번 다짐한 것은 그 의미를 평가할 만하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특조위 구성 및 운영에서 주도력을 발휘하고, 시민의 의견이 단순 참고용이 아니라 실질적 집행력 및 감시체계를 갖출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돼야 하며, 기구의 멤버들은 시민의 대리자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아울러 패륜적 행위와 유가족에 대한 악선전, 유-무형의 공격에 대해서는 법을 고쳐서라도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세월호참사의 본질과 성격, 향후 우리가 취해야할 바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내년 5주기때는 영령들께 ‘달라진 한국’ 고할 수 있어야

4년 전 그날처럼 세월은 속절도 없이 지천이 화사한 봄꽃이고, 바다는 가끔 성난 모습으로 울부짖는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내년 5주기가 되기 전에 참사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책임자처벌 및 전 국민의 애도와 반성속에 국민위령제가 치러져야 한다. 개별적 장례는 치렀지만, 이 어마어마한 참사 앞에 국가 차원의 공식 위령제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세월호가 아직도 진행중인 사안이라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내년 4월 5주기 때는 희생자 영전에 달라진 모습을 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그 정도도 못하는 민족, 시민이란 말인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을 더 치러야 우리는 바뀔 수있는 것인가. 수백 명의 생명으로도 부족해서 우리는 아직 한 발자욱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단호하고도 신속한 행정조치가 이뤄져 세월호를 역사 속에 경건하게 안치하고, ‘안전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만드는 것이 희생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촛불시민들께 국가권력이 공손하게 답하는 일이다. 세월호는 희생자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산 자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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