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저세' 합의했듯이 '억만장자 최저세'도 합의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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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저세' 합의했듯이 '억만장자 최저세'도 합의할 수 있을 것"
11일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 개최
기조섹션3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에서 불평등 심화하는 세제 및 경제 구조 개선 방향 모색
"조세 회피는 자연적 법칙 아닌 정치적 선택의 결과…불평등 해소할 새로운 구상 필요"
  • 2023.10.12 18:40
  • by 노윤정 기자
▲ 가브리엘 쥐크만 캘리포니아 대학교(UC 버클리) 교수. ⓒ라이프인
▲ 가브리엘 쥐크만 캘리포니아 대학교(UC 버클리) 교수. ⓒ라이프인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 최근 국제 사회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심화되는 미-중 갈등 등. 이 모든 위기를 겪으며 우리는 다시금 한 가지 사실을 절감했다. 위기는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혹하다. 같은 재난 상황에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의 정도는 결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가 채택한 사회·경제적 구조는 이러한 불평등을 초래하고 심화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의 세 번째 기조섹션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에서는 조세 제도와 불평등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위기가 닥쳤을 때 저소득층이 더 큰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모색했다.

가브리엘 쥐크만 캘리포니아 대학교(UC 버클리) 교수는 ▲세계화 ▲세제(稅制) ▲불평등을 열쇳말로 하여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세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혁신적인 조세 세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혁신적인 대안을 이야기하는 대신 부가가치세, 노동세(Labour tax)를 활용하여 누진적인 부의 이전을 통해 (세제의) 퇴행성을 상쇄하자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쥐크만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세제에 대한 이러한 기존 관점은 명확한 한계를 가진다. 우선, 세제가 노동자의 임금에 기반을 두거나 역진적 성격이 있는 소비세(부가가치세 등)에 주목한다면, 해당 제도는 자산가에게 유리해진다. 두 번째, 조세 경쟁과 회피는 자연적 법칙이 아니라 정치적인 선택의 결과로서, 정책적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쥐크만 교수는 "현재의 세계화는 다양한 세계화 형식 중 하나일 뿐"이라며 "세제를 재편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의 국제적인 공조를 이루어 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세제 부문에서 지난 10여 년간 이루어진 국제사회 정책 중 ▲국제적인 금융기관 간 정보 교류(AEOI, 금융정보자동교환제도) 시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법인세 최저세율(글로벌 최저세) 15% 합의 등 두 가지를 중요하게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정책들은 불평등 해소라는 인류의 도전 과제에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쥐크만 교수는 유럽조세관측소(EU Tax Observatory)가 오는 23일 발간할 보고서(GLOBAL TAX EVASION REPORT 2024) 내용을 인용해 △국제적으로 금융기관 간 정보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해외 자산 중 조세 회피 자산 비중 감소 △다국적기업 이익의 조세회피처로의 이동 및 그에 따른 글로벌 법인세 손실 증가 △글로벌 최저세의 약화 △억만장자(Billionaire)의 지주회사를 통한 소득세 회피 등의 현황을 이야기했다.

그중 자본가들의 소득세 회피 문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다국적기업의 최저 법인세율에 대해 합의한 것처럼 억만장자의 최저세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쥐크만 교수는 억만장자의 부(富)의 2%에 해당하는 최저세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글로벌 최저세의 세율을 25%로 인상하고 제도의 허점 보완 ▲탈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자산등록소 설립 등을 제안했다.

쥐크만 교수는 "글로벌 최저세와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저세를 합하면 5천억 달러가량의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렇게 최저세라는 시스템을 통해, 세계화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들이면서 개발도상국에 혜택을 돌려주는 구상도 해볼 수 있다"고 말하며,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화된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새로운 구상과 정책적 노력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 (왼쪽부터) 이강국 교수, 가브리엘 쥐크만 교수, 윤자영 교수, 박복영 교수. ⓒ라이프인
▲ (왼쪽부터) 이강국 교수, 가브리엘 쥐크만 교수, 윤자영 교수, 박복영 교수. ⓒ라이프인

쥐크만 교수의 강연 이후에는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교 교수(모더레이터), 윤자영 충남대학교 교수, 박복영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이상 패널)가 참석한 가운데 토론이 이어졌다.

박 교수는 OECD 국가들이 글로벌 최저세에 합의한 사실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산업정책의 부활과 그에 따른 조세 지출 증가 △불평등 심화로 인해 증세를 위한 정치적 기반(사회 전반의 공감대) 약화 등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그는 "산업정책 부활로 인한 새로운 조세 지출의 증가 문제는 추가 세원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결국 재정 지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감소 등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세금이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기반'이라는 정치적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세 조치는 세수를 줄이는 부정적 효과도 있지만 이런 정치적 공감대를 해치는 문제도 있다.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개인의 경제적 자유 확대라고 생각하는 사고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공감대를 훼손하게 된다"며, 불평등 해소와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특히 다국적기업과 초고소득층 대상의) 과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세금을 "기업이 지불해야 하나 지불하지 않은 비용을 국가가 대신 걷는 것"이라고 말하며, 기업이 지불하지 않는 항목을 '노동력을 생산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다국적기업이나 자본가가 충분한 세금을 내지 않는 행위는 마땅히 지불했어야 할 노동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저렴하게 노동력을 사용하여 이윤을 쌓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윤 교수는 출생률 저하 현상에는 비용을 온전하게 지불하지 않는 기업의 책임도 있다고 봤다.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충분히 거두지 못하고 재정 압박에 시달리게 된 정부가 결국 노동력 재생산 비용,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증가하는 노인 돌봄에 대한 부담을 가정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그는 "성별 간, 세대 간, 이주노동자와 국내 노동자 간, 아이를 낳은 사람과 낳지 않은 사람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갈등들이 심화될수록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정치적 공감대를 이루기가 어렵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노동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보다 자본세나 재산세 형식을 통해 복지국가의 재정 원천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 아닐까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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