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구멍 메우는 것은 결국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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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구멍 메우는 것은 결국 사람
성균관대학교 미래인문학소셜앙트레프레너십 홍경준 교수 인터뷰
  • 2022.09.24 08:00
  • by 김정란 기자

복지 구멍, 정책만으로 메울 수 없어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룰의 혁신 필요한 상황

▲ 홍경준 교수.
▲ 홍경준 교수.

2014년 2월 '죄송하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에는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한편,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취약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2022년 우리는 또다시 수원 세 모녀 사건이라는 닮은꼴 사건을 마주했다. 이런 사건을 목격하는 우리는, 사회 복지가 나아지고 있냐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복지에 구멍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들을 해나가야 할까? 성균관대학교 미래인문학소셜앙트레프레너십(미소앙)의 홍경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우리 사회에서 주변을 챙기는 마음, 시민의식 등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 시급하다"라며,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 회복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기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한 홍 교수에게 우리 사회복지의 현 상황,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홍 교수와의 인터뷰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코로나19의 등장, 갑작스러운 폭우 피해 등으로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회 복지의 구멍에 대한 우려가 크다. 어떤 부분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나?

실제 우리나라 전체 예산에서 사회복지가 차지하는 예산의 비중은 많이 높아졌다. 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비극적 사건이 또 생긴다. ‘왜 발견되지 않지? 어떻게 해야 발견될까’ 등을 고민하면서 전기료 체납 등을 통한 모니터링 등 다양한 방법이 나온다. 그런데 국가가 공공복지 확대를 위해 국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 (강한 통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런 부분 때문에 공공복지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럼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서로가 주변 사람들 챙기는 것, 안위를 생각하는 마인드, 시민의식 회복 등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등장 이후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실종되고,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위기 상황에서 정말 시민의식이 실종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더 많은 불우이웃 성금이 모이는 사례도 접하곤 하지 않나? 시민의식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덜 보이는 것 같다. 실제로 보면 위기 상황에서 나서는 사람들은 늘었다. MZ세대가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윗세대보다 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표현법이 달라서 윗세대들이 그렇게 느낄 수는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받는 양극화는 어떤가? 정말 심각한가? 
객관적으로 무엇 사이의 양극화일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4차산업혁명 등으로 굉장히 급격한 변화의 시대지 않나. 혼돈의 시대에 누군가에겐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누군가는 그런 기회를 놓치면서 이런(양극화) 이슈가 심각해질 가능성은 있다.

15년 전과 비교해보면 지표상의 불평등은 줄었다. 하지만 지표와 상관없이 생기는 불안감이 있다. 이런 불가피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생각해야 하는데, 빅퀘스천에 빅솔루션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정교하게 답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이를 찾아 나가는 방식이 거칠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내 수업에서 '수저계급'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하는데, 원인을 (수저 계급이 문제라는 식으로) '퉁쳐서' 얘기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냄에 있어 정교함보다는 취향에 맞는 대안을 취사선택하거나, 그렇게 조장되기도 하는 것 같다.

정책과 대안은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치니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결국 집단을 강제하게 되고, 그러려면 집단이 룰을 수용해야 하므로 그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그 룰이 거친 방식이라도 존재는 했는데, 지금은 그 룰이 잘 안 보인다. 게임의 룰, 헌법일 수도 있고, 정치제도일 수도 있는, 이 부분이 시급하게 혁신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 미소앙 참여교수진과 대학원생들이 함께 콜로키움을 진행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 미소앙 참여교수진과 대학원생들이 함께 콜로키움을 진행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홍 교수가 몸담고 있는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융합 전공인 미래인문학소셜앙트레프레너십을 운영 중이다. 효율성이 강조되는 시대, 인문학, 사회학, 기업가 정신이 융합된 전공은 우리 사회에 어떤 것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물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사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어떤 것들이 강조돼야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해결될까?

이런 차원에서 미소앙에서는 '굿시티즌십'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완전히 새롭게 가르쳐야 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다들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사회 분위기상 (굿시티즌십이나 그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발현하고, 얘기 나누는 게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문제가 있다.

미소앙에는 어떤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나? 사회적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학문으로 접근하는 사람, 사회적경제 조직을 운영하고 싶은 분, 운영하다 실패한 분도 있고, 밖에서 볼 때는 협동조합 등이 법, 제도적으로 하기 쉽다고 생각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다양하다.

미소앙 전공 고안 당시부터 함께 참여해왔다. 어떤 전공인가?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 제가 하는 소셜(사회학), 그리고 경영학 쪽의 앙트레프레너십이 합쳐진, 그야말로 융합 과정이다. 앙트레프레너십(기업가 정신)의 본질이 돈 버는 것만은 아닌 거 같다. '업을 성공시키는 중요한 가치는 성과나 능률이지만, 그의 배경 혹은 그것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다른 데 있지 않을까? 앙트레프레너십에서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이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경험적 증거는 꽤 많은 것 같다. 이걸 정리해보자'하는 것이 미소앙이다. 나는 주로 소셜 이코노미, 즉 사회적경제를 강의하고, 학생들은 이를 실천하고 조직도 해보고 있다.
 

▲ 미소앙 참여교수진과 대학원생들이 함께 콜로키움을 진행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학문적 관심을 넘어 사회적경제조직 중 하나인 협동조합을 창립하는 데 참여해 본 사람으로서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나?(홍 교수는 우리나라에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이 없던 97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고,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창립멤버로 참여해 사단법인 좋은나라연구소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조직을 끌고 가는 힘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들 사이의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 조직의 주인들 사이의 관계, 그걸 해결해나가면서 진화하는 조직과 법제도적 환경이 쉬울 것 같아 선택한 조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셜앙트레프레너십이 한국 사회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여기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그로부터 얻게 되는 자기 존중, 이런 것들이 조직의 성과를 내거나 혹은 개인적인 수준에서 뭔가 할 때,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도록 하자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 것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어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분들이 와서 힘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지만, 사회적경제는 우리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포션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중요한 사회 현상을 학술적인 관심을 가지고 풀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분들이 많이 와서 같이 공부하고 부대끼고, 그 경험을 토대로 저마다의 굿시티즌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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