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대진단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리고 과제
상태바
국가안전대진단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리고 과제
[라이프인ㆍ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 칼럼] 최희천 (국가위기관리학회 이사, 한국열린사이버대 재난소방학과 교수)
  • 2018.03.07 11:08
  • by 라이프인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 있지만, 최근의 일들을 보면 너무도 안타깝고 참담하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가 아니라, 치명적이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발견하고 시정하여 재난을 막을 수도 있었던 일상의 위험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성장 위주의 사회 구조가 가져온 광범위한 위험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2018년도의 국가안전대진단을 대폭 강화하여 2월 5일에 시작하였고, 한 달 정도가 지나고 있다.

지난 해 보다 14일이 늘어난 68일간 진행하는 것을 비롯하여, 중소형 병원이나 다중이용시설 등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시설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점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점검 실명제의 도입, 드러난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예산의 지원, 실적에 대한 지자체 평가 반영, 전문가와 국민 참여의 강화 등도 이전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안전에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전에 비하여 강한 것으로 보이며, 효과성을 높이기 위하여 고심한 흔적도 보인다. 하지만, 국가안전대진단에 대하여 여러 우려들도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가안전대진단이 둘러싼 이슈들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전대진단, 필요한 것인가?

국가안전대진단에 있어, 가장 빈번하게 보이는 우려는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난 해 보다 일자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30만 개소에 대한 진단을 실시하려면 하루에 4천여 곳 이상을 점검하여야 하는데, 과연 캠페인성 이벤트와 같은 대진단이 실효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법규는 시설물 등의 안전을 위하여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되어 있다. 방화구획과 양방향 피난로 등 건축물 자체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법령이 있으며,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등 소방설비에 대한 법규들도 있다. 내부적으로 소방안전을 관리하는 인력의 업무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사례들을 보면, 누적되어 온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발현되는 특성을 지닌다. 법규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 가지 안전장치들이 모두 무력화된 상태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 방아쇠가 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밀양의 화재에서 보듯이, 중소형 병원에서의 스프링클러의 미설치와 같은 입법의 미비는 그간 우리 사회가 고도성장을 위해 감내해 온 위험이며,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은 근원적인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그간 우리들이 만들어 온 사회의 구조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국가안전대진단은 최종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캠페인성 이벤트의 성격이 있다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 위주로 진행되기 쉬울 것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수 십년된 건물들과 지하철 등 기반 시설, 노후 설비 등은 당시의 안전기준이 적용된 성장 제일주의의 결과물이며, 어디에서 위험이 나타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서는 (완벽한 방식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국가안전대진단의 현실적 필요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최종적으로는 시스템과 규정의 정비로 가야 하지만, 그 동안 우리는 무엇이든 해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재난이 발생하기 위한 퍼즐의 상당부분이 맞추어져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국가안전대진단이 도처에 있는 사고가 완성되기 위한 마지막 조각들을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노력할 뿐이다.

진행 방식에 대한 기대와 우려들

국가안전대진단은 올해 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그 지난해에도 진행되어 왔다. 안전대진단이 연례행사화 되는 것을 막고, 효과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정부는 여러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점검을 통하여 위험이 발견되면 예산 지원을 통해 시정하겠다는 것이나, 안전대진단의 실적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은 ‘정신’만 강조하는 이전의 방식들에 비하여 개선된 점이고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긍정적인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는 ‘정신’과 ‘의식’만을 강조하는 방식보다는 제도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점검 실명제의 도입’은 긍정과 우려가 교차하는 부분이다. 그간의 문제로 지적되어 온 형식주의와 서류상의 점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책임성이 강화되도록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으며, 실명제는 그 목적에 부합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실명제가 우리의 현실에 부합한가라는 의문도 있다. 현재 누적된 위험들은 문 대통령이 언급하였던 ‘고도성장의 그늘’이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다. 업무담당자의 역할은 물론 위험의 인지와 개선이지만, 한 개인의 역량으로는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현장에서 안전업무를 맡거나 담당자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이들은 최근 일련의 사고들을 보면서 불안감을 토로한다. 안전에 대하여 충분한 경험과 지식도 없는데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천화재의 사례에서 보듯이 건물주 가족이 단기간의 교육을 받고, 서류상으로 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진단을 계기로 많은 위험들이 발견되겠지만, 모든 위험을 발견하거나 제거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우며, 개인의 책임이 부각될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잘못된 행위는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지만,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환원시키는 방식도 지향점은 아닐 것이므로 균형감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국가안전대진단 이후의 길

실질적인 국가정책에 있어 한동안 안전은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다른 목적들을 위하여 희생시킬 수 있는 부차적인 가치로 여겨져 왔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다중적 위험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어느 한 위험이라도 제거되면 재난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가안전대진단이 가지는 의미를 수긍할 수밖에 없고 하나라도 더 많은 위험을 잡아내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대진단은 어쩔 수 없는 현실적 방법이기에,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안전과 관련된 법규는 우리의 제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제도에 따라 관련 산업이 만들어지고 이해관계가 조정된다. 규정을 강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지점들도 있다. 또한, 사회가 안전에 대하여 감내할 수 있는 불편의 한계들도 있다. 안전의 제도란 복잡한 사회현상의 결과물들이기 때문에,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고민하여야 한다.

안전에 대한 투자의 수준은 결국 그 사회의 가치를 반영하므로, 규제의 수준 또한 현실을 무시하고 강화하기도 어렵다. 규제가 아무리 강화되더라도, 현실에서는 그대로 집행되기도 어렵다. 이론상 완벽한 규제는 이론상의 책임만 도출할 것이다. 교통사고를 없애기 위하여 자동차를 버릴 수 없듯이, 안전에 대한 규제는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사회에서 생명과 안전, 인간의 존엄에 대해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희망을 갖게 한다. 시민사회를 비롯하여 각계각층에서의 관심과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가 된다.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우리사회의 위험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개선해 가는 동시에, 위험의 제거나 관리가 제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의 변화 또한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것이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