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10년은 삼성과 노동부에 대한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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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10년은 삼성과 노동부에 대한 투쟁이었다
반올림 10주년 토론회 '반올림 10년, 변한 것과 남은 과제'
  • 2017.11.12 20:10
  • by 이진백 기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결성 10주년 기념 토론회 '반올림 10년 변한 것과 남은 과제'가 지난 9일 오전 10시 정동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반올림 10년을 맞아 지난 10년 동안의 성과(기업과 법원, 정부에서 변화된 부분)를 확인하고 여전히 과제로 남겨진 부분을 짚어보기 위해 개최됐다.

토론회는 '반올림 10년 변한 것과 남은 과제'라는 주제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변호사, 교수, 인권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조돈문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이사가 사회를 맡고, 공유정옥 직업환경의(반올림 활동가)와 임자운 변호사(반올림 활동가)가 각각 '반올림 10년 기업의 변화와 남겨진 과제'와 '반올림 10년 정부ㆍ법제도의 변화와 남겨진 과제'에 관해 주제발표를 했다.

또한 김재광 소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과 랄라 상임활동가(다산인권센터), 최상준 교수(대구카톨릭대학교),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가 패널로 참여했다.

토론에 앞서 황상기氏(고 황유미氏 아버지)는 "한 회사에서 각종 화학약품으로 노동자들이 많이 죽어가는데도 긴 시간 동안 끌어온다는 건 너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원내총무, 노동부 장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꼭 대화할 수 있도록 역할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세상은 말잔치로 끝내가고 있다. 정부에서 말을 안해도 삼성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잘못된 큰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은 납작 엎드려 정부의 힘이 빠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 정부도 말잔치는 그만하고 (삼성에)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임기 시작 6개월 가장 힘이 있는 시기다. 잘못된 삼성, 노동정책에 대해 강력한 힘을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성토했다.

반올림 10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삼성 ··· 옴부즈만위원회 책임감 가지고 임하길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정말 현장이 바뀌었을까요? 10년 전 유미씨가 몰랐던 만큼 이제는 알고 있을까요? 화학물질이 쏟아졌을 때 걸레로 닦아도 되는지, 빨리 대피해야 되는지 알고 있을까요?" 

첫 발제를 진행한 공유정옥 직업환경의는 지난 10년 산업안전 보건관리에 대한 기업들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가장 많은 피해 노동자를 양산한 삼성전자가 반올림이 제기한 문제를 수용해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편을 택했다며 여전히 삼성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희가 2007년 11월 반올림을 발족한 직후에 가장 처음에 요구한 것은 노동부가 이 문제의 원인과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고요. 너희가 쓰고 있는 화학물질이 무엇인지, 백혈병이나 림프조혈기계 암 환자가 얼마나 생겼는지, 방사선 장치는 어떻게 쓰고 있고, 그런걸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어떤 조사 틀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했고, 조사결과가 뭐가 나왔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후 2009년 4월 노동부에서 일련의 후속 조치를 발표하고 그 후속 조치들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 정부 권고 기업진행 조사들이다. 유일한 자료가 바로 서울대학교 보고서였다. 이후 소송 과정에서 당시 연구책임자였던 서울대 백도명 교수가 법원의 요구에 따라서 보고서 일부를 제출한다. 그래서 반도체 공장에 사용되고 있는 감광제 시료에서 발암물질 벤젠이 나왔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지게 된다. 

"삼성전자가 개방적 태도를 취했었더라면 그 이후에 입사하고 근무하다가 발병한 분 중에 정말 단 한 명만이라도 살릴 수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반올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10년동안 병 걸리지 않은 삼성노동자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보) 연락을 줬던 남성 노동자는 있었지만, 다시와서 "내가 한 얘기 언론에 절대 알리지 마세요"라고 해서 그분의 증언 내용을 언론에 알릴 수가 없었습니다"

공유정옥 직업환경의는 2010년 이후 진행된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과 안전보건에 대한 기업들의 조사연구사업(삼성-인바이론 연구, SK하이닉스-산업보건검증위원회 연구), 기업 내부 보상 체계, 사회적 소통과 대응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기업을 사례로 들며 기업들이 임하는 태도와 전략의 차이를 소개했다.  

공유정옥 직업환경의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개시된 평가사업인 삼성전자 옴부즈만위원회의 책임감도 강조했다. "한국에서 반도체 산업의 위험과 노동자 건강 문제를 제기한 지 10년,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해 마련한 장치는 옴부즈만위원회가 유일하다"며 "'삼성전자를 감시하고 개선시키는' 옴부즈만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옴부즈만이 되지 않도록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유정옥 직업환경의는 ▲여러 연구조사 결과들의 투명한 공개 ▲문제 은폐나 이전이 아닌 해결 ▲현장노동자의 실천과 실질적인 작업환경 개선 ▲책임있는 사회적 소통 등을 향후 기업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판결들 ··· 발전하는 모습

이어 발제를 진행한 임자운 변호사는 "여전히 산재신청 숫자와 산재인정 숫자 사이의 간극이 크다. 법원의 산재인정 판단이 그 숫자와 내용면에서 근로복지공단을 계속 앞장서고 있다"며 "반도체 노동자의 질병을 산재로 인정한 판결들은 시간이 갈수록 대상 사업장과 질병을 확장했을 뿐 아니라, 판정 논리 면에서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임 변호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설시 ▲업무환경의 유해성 입증을 어렵게 만드는 사정들에 대한 규범적 판단 ▲희귀질환에 대한 업무관련성 판단 기준 완화 등 반올림 산재인정 투쟁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되는 (반도체 산재인정) 판결의 주요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또 반올림 사건이 대법원에서 승소한 첫 사례도 소개했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은 삼성LCD 희귀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산재보상보험이 첨단산업분야 근로자를 보호해야 할 현실적ㆍ규범적 이유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세 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산재보험법상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의학적ㆍ자연과학적 관점이 아닌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인상적인 점은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 특히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에 이 제도가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실시한 것”이라며 “이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그 본래적 목적과 기능에 충실하라는 최고 법원의 준엄한 명령이 담겼다"고 풀이했다.

임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비로소 정보공개에 대한 내부 원칙을 세웠다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성과라며, 안전보건자료 정보공개청구 처리 지침이 내용적으로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지금까지 계속 은폐해 왔던 정보들 상당부분을 공개하기로 입장을 바꾸었고, 이를 정부 산하기관에 규범력 있는 업무지침으로 정했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옴부즈맨위원회가) 싸우시길 바랍니다. (삼성이) 옴부즈맨위원들한테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우리에게)약속했거든요. 그 약속을 들이대고 당당하게 요구하시길 바랍니다. 요구했는데 주지 않았다, 그래서 어려웠다, 그러면 (과정을) 기록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가 그거라도 들고 싸울 수 있는 그런 자료를 주시기 바랍니다"며 옴부즈맨위원회의 적극적 활동도 당부했다. 

끝으로 ▲전자산업 현장의 안전보건 관리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시 체계 마련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 근본 대책 마련 ▲입증책임 전환 ▲직업병 역학조사 개선 ▲질병판정위원회 위원 구성원 변경 ▲노동자 알권리 보장 방안 마련 등을 남겨진 과제로 꼽았다. 

첫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재광 소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은 "반올림은 자본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노동자의 알권리 그리고 영업비밀의 절대성을 깨고자 하는 지속적인 활동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가진다"며 "사회적 영향 측면에서 반올림은 직접적으로 '삼성 공포증(포비아-Phobia)'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반올림은 대 삼성 투쟁에 국한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조직이 아니고 전자산업에 있어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주제로 이를 진전시킬 명확한 목적으로 가진 조직"이라며 "이에 연장선으로 보자면 국제연대에 있어, 제3세계 전자산업 환경에 대한 국제연대를 구상하는 것 역시 반올림의 과제"라고 말했다.  또 "조직의 형식에 있어 현재 상시연대체에서 좀 더 체계를 가진 단일조직으로 형성되어 전자산업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기여하는 권위있는 조직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반올림의 10년은 한국사회의 10년의 반성과 함께 가야 한다. 이 반올림의 10년은 개인의 고통을 사회적 고통으로 확대시키는 과정이었다"며 "일터에서 노동자의 존엄과 안전,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반올림의 문제의식은 산업재해를 기업, 정부 등 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져야 할 의제로 확대해 할 수 있었고, 이것은 반올림 운동의 큰 성과였다"고 강조했다.

랄라 활동가는 "반올림이 청소년 노동인권의 측면과 노동자 조직화 문제에 대해 주목했으면 한다"며 "직업병 문제의 다양한 쟁점을 짚어내며, 새로운 의제를 개발하고, 국제연대 및 안전사회 등 여러 운동들과의 연대를 통해 풍부한 활동을 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상준 교수(대구카톨릭대)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안전보건 전문가들의 조사 및 연구사업의 양이 매우 적다. 국내에서만 적었던 것은 아니며, 국외 연구보고도 매우 적은 편이다. 현재까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안전보건 문제의 파악과 관리를 위한 개선 방안에 대한 탐색까지 알고 있는 내용보다는 모르는 내용이 더욱 많다는 것이 안전보건 연구에 참여해 온 연구자로서의 솔직한 고백"이라며 "이는 반도체 산업이 갖고 있는 구조적 특징과 한계로 인해 외부 전문가들에 의한 안전보건 문제의 정확한 진단과 평가, 관리를 위한 개선방안 도출이 매우 어렵고,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작업환경측정과 건강진단과 같은 안전보건 제도에 의한 규제가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보호를 위해 작동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첨단산업으로서의 빠른 기술 변화 ▲공정 기술의 전문성 ▲기업비밀의 폭넓은 인정범위 ▲현장 접근성의 제한 등 반도체 산업보건 관리를 어렵게 하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며 반도체 산업보건 관리 개선 방향으로 ▲현장 내부의 관리 시스템 구축 ▲기업비밀 영역 축소 및 노동자 알권리 확대 필요를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검찰이나 경찰도 기업에 출입하려면 법원에서 범죄 혐의를 소명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기업에) 언제든지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다. 출입해서 필요한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이 노동부가 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편에 서 왔던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관련 정부의 모든 부처들이 종합적으로 문제에 개입해서 표준적인 해결 방안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반올림 10년 투쟁은 삼성과의 투쟁이기도 하면서 노동부(그 산하기관)와의 투쟁이기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입증책임이 전환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현실의 변화에 깊이 공감한다. 반올림 10년의 투쟁이 입증책임의 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완화하거나 전환으로 이끈 투쟁이었던 것 같다"며 "이후 다양한 산업재해 사안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결성 10주년을 맞은 '반올림'은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지난 2007년 결성한 단체이다. 산업재해 진상규명, 피해자 지원 및 상담, 노동권ㆍ건강권 확보를 위한 활동,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에 대한 자료 수집 및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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