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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의 싸움, 1023일을 기억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반올림 농성 마침 문화제
  • 2018.07.30 19:35
  • by 공정경 기자

강남역 8번 출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1평당 4억이 넘는 땅
그곳에 작은 천막 하나
5성급 호텔, 반올림 농성장

반올림 농성 1023일째 되던 날
'11년의 싸움, 1023일을 기억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반올림 농성 마침 문화제'가 열렸다.


7월24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삼성전자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의 중재방안을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이에 서명했다. 삼성직업병 문제는 삼성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기가 어렵다. 삼성직업병 문제가 급물살을 타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자 7월25일 반올림은 천막농성을 마치기로 했다.

반올림이 농성을 왜 시작됐는지 2013년으로 돌아가 보자. 2013년 7월 23일 조정위의 1차 권고안이 나왔다. 반올림은 권고안을 환영했다. 권고안에는 삼성전자반도체를 넘어 더 많은 공익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제3의 독립적인 기관을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권고안이 나오자 한국산업보건학회를 비롯해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삼성전자가 권고안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노암 촘스키도 서명에 동참하면서 권고안이 수용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권고안의 세부안을 조정하기 위해 모인 8월 회의 자리에서 삼성이 보류 요청을 했다. 보류 요청을 받아 10월 7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9월 3일 삼성전자가 독단적으로 보상을 발표하며 2015년 12월 31일까지만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피해자들을 압박했다. 그래도 반올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10월 7일 삼성전자와 다시 만났다. 그 자리에서 삼성은 더 이상의 조정을 거부했다. 걱정이 현실이 됐다. 삼성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한 반올림은 이날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맨바닥에서 자기 시작한다. 그렇게 농성은 시작됐다.

시간이 흘러 2016년 1월 조정위는 삼성에 재발방지대책에 국한된 '원포인트 합의'를 끌어낸다. 하지만 배제 없는 보상과 제대로 된 사과에 대한 합의는 좀처럼 진행할 수 없었다. 천막농성 100일 200일 300일 400일...조정은 기약 없이 표류했고...500일 600일 700일 800일 900일 1000일.

반올림 공유정옥 활동가

교섭단 실무를 담당한 반올림 공유정옥 활동가는 이번 합의가 결코 급작스럽게 이뤄진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갑자기 이렇게 진행된 거 너무 놀랍지 않으냐고 하는데, 사실 100번은 조금 안 되게 문을 두드리는 시도들이 있었다. 국회,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종교계가 음지에서 양지에서 어떻게든 삼성을 다시 대화의 자리에 나오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이번에도 잘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황상기 아버님, 김시녀 어머니, 혜경씨, 반올림 상임활동가들에게 번번이 전할 때마다 사실 하늘이 계속 무너지고, 농성이 500일 600일 700일을 넘길 때마다 초조했다.

설마 1000일까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000일이 왔다. 반올림농성 1000일, 우리는 삼성을 포위했다. 800여명의 연대자가 모여 삼성전자 건물을 빙 둘러쌌다. 문을 두드려도 안 열어주니까 문을 깨버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차마 이름을 다 부르지 못할 정도의 많은 분이 노력했고 셀 수 없는 두드림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낸 결과다."
 

미디어뻐꾹 이병국씨(왼쪽)가 피해자 한혜경씨(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누구도 취재하지 않을 때 반올림 현장에 항상 함께한 미디어뻐꾹 이병국씨는 하루라도 빨리 농성장을 접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해결의 첫 관문을 잘 통과해서 기쁘면서도 걱정이 교차한다. 농성장의 여름과 겨울은 굉장히 힘들다. 50명 정도의 농성장 고정 지키미들이 있지만 교대할 인원도 충분치 않았다. 황상기 아버님, 김시녀 어머니, 한혜경씨, 반올림 상근활동가, 농성장 고정 지키미들은 좀 쉬어야 한다.”

이날 문화제에 함께한 김시녀씨(상단 왼쪽) 의 춘천 친구들이 한혜경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시녀씨가 연대자를 부둥켜안으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있다.

피해자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에게 집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씻고 자고 싶다. 그리고 사우나 좀 오래오래 하고 싶다. 마침내 농성장을 접었다. 이 농성장을 접기가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을 거다. 어쨌든 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노력 덕분이다. 그저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반올림 이상수 활동가(왼쪽)과 공유정옥 활동가(오른쪽)

반올림 이상수 활동가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농성장 짐만 5~6톤 정도 날랐다. 휴가를 가고 싶은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보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두 달 후에 나올 조정위의 권고안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까지 조정위에 충분히 전달했다. 1차 권고안을 보았고 그 이후 지난한 과정에서 조정위는 ‘이제 그만할래?’가 아니고 ‘어떻게 이 문제를 풀면 좋겠냐, 어떡하면 당신들이 덜 고통 받을까?’라고 늘 물었다. 조정위를 믿는다. 7페이지의 합의요청서에 제대로 사과하고 배제 없이 보상하라고 자세히 썼다. 괜찮은 중재안이 나올 거로 기대하며 기다리겠다.”
 

피해자 한혜경씨(오른쪽)와 김시녀씨(왼쪽)가 발언을 하고 있다.

피해자 한혜경씨는 아쉬운 생각이 먼저 든다고 한다.

“사람들을 못 보니 솔직히 너무 아쉽다. 농성할 동안 연대를 진짜 잘해주셨다. 연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그냥 얼굴 비치고 커피믹스 몇 개 가져와서 같이 타 먹으면 나도 좋고 상대방도 좋은 거다. 그냥 그런 게 좋아서 여기까지 왔다.”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연대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삼성이 자신의 잘못을 하나씩 매듭지어야 떳떳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합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누가 보더라도 삼성 이미지가 나빠지니까 더는 나 몰라라 할 수 없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많이 병들고 죽는데도 끝까지 책임 회피하면서 10년 넘게 버티다가 이제야 미흡하게나마 해결하려는 것에 정말 섭섭하고 원망스럽다. 정부 역시 삼성직업병 문제에 지금까지 뭘 했냐고 묻고 싶다. 삼성 노동자들이 각종 화학약품으로 병들고 죽어 가는데 삼성반도체 공장에 제대로 된 근로감독과 처벌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나? 정부가 노동자 문제에 소홀한 점 너무너무 섭섭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와 김시녀씨가 손을 맞잡으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참석했다. 한 시간 정도 함께 있다가 먼저 자리를 떠나는 이 지사에게 한 마디 요청했다.

“나도 산재 장애인이다. 부자가 999석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의 한 석을 빼앗아 1000석을 만들고 싶은 게 심리라고 하지만 소수의 작은 만족을 위해 노동자들의 생명, 안전, 노동의 결과를 빼앗는 것은 반문명적이라 생각한다. ‘과연 이게 인간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특히 삼성이라는 거대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이 힘없고 목숨까지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너무 무심하지 않은가라고 계속 생각했다. 이번이 노동문제 해결의 작은 시발점이라고 보고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반올림은 문화제에 참석한 모든 연대자에게 '최고의 연대상'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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