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환경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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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난 ‘환경과 건강’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27)] '2017 환경보건 덕수궁길 거리콘서트' 현장을 가다
  • 2017.11.04 14:30
  • by 강찬호 기자
백도명 서울대환경보건대학원 교수(왼쪽)가 전자파 부스 안내를 맡아 진행하면서, 시민들의 궁금증에 답했다.

11월2일 오전 10시. 덕수궁 돌담길은 떨어지는 낙엽들로 늦 가을 냄새를 물씬 풍겼다. 곧 비라도 내릴 듯 오전 가을 하늘은 스산하기도 했다. 가을비 예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올 듯 말 듯 날씨다.

오락가락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 준비로 바쁜 일손들이 있다. 10시경 예정된 행사 부스는 이미 설치되어 있었고, 전시물 후반부 작업이 한창이었다. 곧 모든 행사 준비 세팅이 완료되는 상황이었다.

2017 환경보건 덕수궁길 거리콘서트

이날 행사의 공식명칭이다. 서울시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환경운동연합, 일과건강, 여성환경연대, 초록교육연대, 태양의학교, 행복중심동북생협,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서울시아토피천식교육정보센터, 화장실문화연대 등이 함께했다.

 ‘환경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라는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캐치프레이즈’처럼,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환경 및 보건 관련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거리콘서트를 진행하고, 부스운영, 전시회를 진행했다.

거리콘서트는 11시부터 진행됐다. 환경보건 운동에 열심인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진행사회를 맡았다. 현악4중주, 클라리넷, 오카리나 등 다양한 미니공연(연주)가 펼쳐졌다. 공연과 공연 사이에는 환경보건 이슈들을 주제로 이야기 마당이 진행됐다. ‘가습기살균제와 시민건강’을 주제로는 안종주 박사와 피해자인 강은씨, ‘석면과 시민건강’을 주제로는 안종주 박사와 과천 관문초 한정희씨, ‘미세먼지와 시민건강’을 주제로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맡아 진행했다. 안종주 박사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 ‘빼앗긴 숨’의 저자이고, 석면 관련 책도 썼다. 한겨레신문 출신 언론인이다. 강은씨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 중증 천식을 앓고 있으며 피해 인정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한정희씨는 지난 여름방학 학교석면 공사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학교와 지역에서 대책활동을 하고 있는 학부모이다.

환경보건 이슈를 주제로 거리 이야기 마당이 진행됐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가습기살균제 천식 피해자 강은씨, 안종주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왼쪽부터)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안 박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참사이고 비극이며, ‘단군이래 최대 환경비극’이라고 규정했다. “7백만이 사용하고, 5,60만이 병원에 간 것으로 추정되고, 사망을 포함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 이들이 6천여명이다. 엄청난 비극이다. 사실 막을 수 있었는데 법,제도가 허술했고, 기업이 생명과 안전보다는 눈 앞에 이익에 몰두해 발생된 비극이다. 국민들을 실험동물처럼 대한 사건이다.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라는 현대문명과 함께 나온 쌍둥이다. 이것이 집단 살인마, 미생물을 죽이라고 한 살생물제 제품이 역습을 해서 사람을 죽인 세계 최대 바이오사이드 사건이다.”

최예용 소장은 60년대 일본 미나마타병, 60년대 독일 탈리도 마이드 참사, 84년 인도 보팔참사 등 세계적인 환경참사와 견줄 수 있는 사건이라며, 10월27일 현재 피해규모가 5,884명이고, 이 중 사망자가 1,267명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씨는 중증천식을 앓고 있고, 치료 받은 지 18년째이고, 계속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감기처럼 증상이 왔고, 비염, 축농증 증상도 있었고, 어느 날은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근무해 건강한 상태로 입사했는데, 가습기살균제 사용 이후 건강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천식약을 복용하면서 수면 장애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정부에서 최근에 천식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천식이 여러 원인으로 발생되는 만큼 인정이 되기까지 1년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천식 원인을 두고 의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제기됐고, 건강보험공단의 자료 이용에도 애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살균제가 천식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증거가 없는 한 인정해야 하고, 기업이 그것을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종주 박사도 "원인을 제공한 기업이 입증하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 코너에 마련된 시민참여 부스. 환경이 건강해야 내 몸도 건강하다라는 취지로 의견을 작성해 보았다.

과천 관문초 학교석면 사례를 이야기한 한정희씨는 석면공사 후에도 석면 조각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었고, 이후 문제가 불거지면서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들과 함께 다시 시료를 채취했는데도 계속 검출되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 건으로 올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증언도 했다.

안종주 박사는 “조각이 발견된 것이라면, 규정대로 공사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석면은 공사 후 조그만 조각이 있어도 안 되고, 바닥이나 벽면 등에 석면먼지라도 남아 있으면 안 된다. 공사 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기에 먼지를 부유 시키고 특수필터가 장착된 도구로 공기를 흡입하고 필터로 걸러낸 후 특수 현미경으로 관찰 후 없을 경우 학생들을 입실 시킨다”고 말했다. 

최예용 소장은 “과천의 학교가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 전국 2만여개 학교가 유사하고, 1만3천개 학교가 여전히 석면 사용 학교이다. 2009,2010년부터 석면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과거 사용 석면이 여전히 남아 있어, 일급 발암물질 석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문제가 된 해당학교의 교직원, 학생 등에 대해 장기적으로 건강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공연, 콘서트와 별도로 체험부스와 전시회가 종일 진행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생활화학용품 전성분 공개로 제2의 옥시를 막자’며 거리 서명을 받았다. 생활화학제품 팩트 체크가 필요한 4가지 이유를 홍보하며,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 추방 캠페인을 전개했다.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에 원료와 성분을 공개하도록 요청하는 일, 위험한 화학물질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관리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제품을 찾는 일, 유해화학물질로 만든 위해우려제품의 위해성 평가를 요청하는 일, 제품의 안전성을 기업이 입증하고 이를 정부와 소비자에게 신고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팩트 체크가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참여는 간단하다. 팩트 체크가 필요한 제품의 표시사항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환경운동연합 팩트체크팀에게 보내주면 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석면 등 전시물이 돌담길을 따라 설치되었다.

일과건강은 ‘비밀은 위험하다’라는 구호를 들고, ‘노동자, 주민, 소비자 알권리 공동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캠페인은 민주노총,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본부, 알권리보장을위한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과 건강은 ‘우리동네위험지도 2.0’ 앱을 개발해 전국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이 앱을 통해 우리동네의 위험물질이 어느 곳에, 어느 수준으로 놓여 있는지 파악하고, 지역 수준에서 예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와 함께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어린이집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 없는 안전한 제품 판매,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재질과 성분이 표기된 제품을 취급해 달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위 경우처럼 행사 참여단체들은 부스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여성환경연대는 면 생리대, 일회용품 줄이기를 위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알렸다. 행복중심생협은 환경호르몬으로 안전한, 유해물질없는 생활재 사용을 안내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이 사건을 알리는 전단지 배표, 한국환경석면네트워크는 석면 전시를 통해 석면의 위험성을 알렸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석면 문제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거리 전시회를 개최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노출된 전자파의 위험을 알리는 부스도 운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백도명 공동대표(서울대환경보건대학원 교수)는 전자파 부스를 운영하면서, 헤어 드라이기의 전자파가 어느 정도인지를 직접 ‘전자파 측정기’를 통해 측정해보였다. 이 부스를 찾는 많은 시민들이 어렴풋이 알던 전자파 노출의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면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 교수는 헤어 드라이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지만 사용할 경우는 가능한 멀리 떨어트려서 사용할 것을 권했다. 시민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핸드폰의 전자파 노출에 대한 높은 관심도 보였다.

이 행사는 11월2일(목)부터 11월4일(토)까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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