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은 대법원 판결대로 산재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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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은 대법원 판결대로 산재 인정해야
반올림 제13차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
  • 2017.11.01 15:07
  • by 공정경 기자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제13차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반도체·전자회사 생산공정에서 일하다 백혈병, 희귀성난치질환 등을 앓고 있는 피해자 5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집단 산업재해 신청서를 접수했다.

2007년 6월 故황유미씨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반올림에서 산재 신청한 수는 94명이다. 이 중 12명만이 산재인정이 됐고 35명이 불인정을 받았다. 불인정자 중 25명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10명이 산재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반올림에 제보된 직업병 피해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가 263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계열사 전체로는 사망자 118명 포함 320명이다. 가장 많은 제보는 백혈병, 악성 림프종 등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암과 희귀난치성질환이다.

반올림은 “기업 다음으로 두 번째로 변하지 않은 곳이 근로복지공단이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발암물질 등이 충분하게 노출됐다는 증거가 부족하거나 병의 발병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불승인을 남발해왔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그러한 불승인 이유가 잘못됨을 지적했지만, 노동부 산재보험 재심사위원회는 과거와 똑같은 이유로 불승인을 남발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가 피해자 5명의 산재신청서류 접수증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대법원(8월 29일 2015두3867 판결)이 제시한 지침을 보면 다음과 같다. ▲희귀질환의 경우 의학적 과학적 연구결과가 충분치 않은 이유로 인과관계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 ▲사업주의 협조거부나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유해요소 파악이 어려운 경우 노동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작업 환경상 여러 유해요소가 존재할 경우 질환의 발병에 그 요소들이 복합적, 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비록 노출허용기준 이하의 저농도라 할지라도 상시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에게 현대의학으로도 그 발병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희귀질환이 발병한 경우 전향적으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며 “그것이 공적보험으로서의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본래 목적과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정은규씨를 대리하고 있는 이상규 노무사는 “산재신청을 하려면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골육종(뼈암)에 걸린 정은규씨를 수술했던 서울대병원과 인하대병원 담당의사에게 소견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는데 담당의사 모두 다 약속이나 한 듯이 소견서 작성을 거절했다. 자기들은 의학적으로 골육종이 산재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소견서 작성의 거절 사유다. 소견서에는 산재를 판단하는 칸도 없고 단지 재해자가 어떤 질병에 걸렸고 그 질병을 언제 진단을 했고 지금까지 어떻게 치료를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할지 계획 등을 쓰는 것이다. 인하대병원에서는 담당의사에게 진단서라도 발급해 달라고 했더니 산재신청을 하기 위한 진단서라면 그것도 발급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며 “산재는 단지 의학적인 사유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 산재의 기본적인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을 비롯해 근로복지공단은 각 병원에 산재관련 소견서를 내는 취지에 관해 설명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처리의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10년 근무하다 2016년 11월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이화정씨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납과 검은 분진에 노출됐다. 장갑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로 먼지가 풀풀 날렸으나 마스크조차 지급되지 않다가 퇴사 직전인 2014년에야 지급됐다. 이화정씨는 “혼자서는 설거지 하기도 힘들고 덜덜 떨려서 서 있기도 힘들다. 혼자 활동을 못 하니까 남편도 일을 그만두고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병원비니 생활비니 들어가는 게 많다. 산재신청을 한 이유는 가족들에게 미안해서다. SK하이닉스는 1500만원 보상지원해준다 했는데 1000만원만 주고 나머지 500만원은 치료를 잘 받고 있는지 보고 나중에 준다고 한다. 산재가 인정돼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는 “현장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썼는지 알고 싶다. 삼성은 항상 직원에게 가족이라고 말했다. 나는 삼성을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가족에게 이럴 수 있냐”라고 분노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피해자들은 입사 당시 건강검진에서 어떠한 이상도 없었고 가족력도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이 스스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제대로 바뀌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부분이 대법판결 취지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16년 산재보험료 감면자료(개별실적요율 적용)에 따르면, 최다 감면 기업 1위는 삼성이다. 2015년에는 1,009억원, 2016년에는 1,055억 8,700만원을 감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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