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포텐] 세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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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포텐] 세상의 시작
  • 2024.05.10 12:00
  • by 포포포 매거진 에디터 Mindi.na

포포포 매거진은 '엄마의 잠재력을 주목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2019년에 창간한 매거진이다. 포포포 POPOPO는 connecting PeOple with POtential and POssibilities의 약자로 가능성, 그중에서도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아직 조명되지 않은 누군가의 잠재력과 서사를 발굴하고 함께 연대해 나가는 여정을 지면으로 기록해 나가고 있다. 라이프인은 7개국 포포포 매거진 에디터의 글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 브랑쿠시 1924년, 브론즈, 길이 28.5cm, 네덜란드 크뢸러-뮐러 미술관
▲ 브랑쿠시 1924년, 브론즈, 길이 28.5cm, 네덜란드 크뢸러-뮐러 미술관

지금 우리가 보는 <태초> 혹은 <세상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이 조각은 언뜻 보면 달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요. 표면도 매끈매끈하고 밋밋하지요. 이쯤 되면 고개가 갸웃해져요. 제목을 잘못 붙인 게 아닐까 하고… 지금의 우리가 보기에는 무척 평범하고 무성의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형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작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많이 들여 여러 차례 실험을 했어요.

지금의 브랑쿠시는 우아하게 절제된 기하학적 형태와 정교한 끝손질을 특징으로 하는 청동상과 대리석상으로 유명한 조각가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에요. 가난한 시골 출신의 그는 가축을 돌보는 목동으로 일하며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나무로 제작했는데, 나무 조각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이후 미술에 입문하게 되었어요. 1904년 7월 프랑스 파리 도착 후 다음 해 루마니아 교육성의 장학금으로 프랑스 국립 미술학교에 입학해서 열심히 작업하던 중, 티베트의 성자 밀라레빠의 자서전을 읽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그 이후, 브랑쿠시는 사실적인 세부 묘사에서 벗어나 대상의 근원을 표현하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 결과, 단순한 선을 통해 추상에 가까운 조각으로 나아가게 된 거죠.

 

▲ 잠자는 뮤즈
▲ 잠자는 뮤즈
▲ 프로메테우스
▲ 프로메테우스
▲ 신생 New Born
▲ 신생 New Born

1910년에 제작된 <잠자는 뮤즈>는 단순하게 표현된 여인이 누워 있는 얼굴 조각 모습을 하고 있고, 이후 1911년 제작된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얼굴에 있는 눈코입의 표현들이 군더더기 없이 더 단순해지고 1915년 <신생 New Born>에 이르러서는 구체적인 신체 표현이 완전히 사라져요. 이 경우엔 얼굴 모양의 조각 한쪽에 평평하게 깎인 부분을 보며 그저 '으앙' 울음을 터트린 갓난아기의 이미지를 상상해 볼 수 있을 뿐이지요. 그러던 것이 <태초>에 와서는 아예 모든 세부 묘사가 사라지고 완전히 달걀형의 형태만 턱 하니 남았어요. 브랑쿠시는 모든 존재는 그 본질로 축소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몬드리안이 사실적인 사과나무에서 시작하여 점점 단순화하다가 종국에는 추상회화에 이르렀던 것처럼요.

 

통상적으로 임신 기간을 40주라고 합니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정말이지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지요. 말로만 듣던 입덧도 하게 되어 이전엔 무심코 지나쳤던 냄새들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데 거기에 무성의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남편 때문에 속이 상하기도 하고, 아주 나중에는 뒤뚱거리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고. 이렇게 배가 부르지 않았던 때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지루하고 힘들고 지치기도 하고.

그런데 마음을 바꿔서, 내게 새롭게 주어진 시간이라 생각하고 무엇이든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가는 시간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태중에 있는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에게 뭔가 소중하고 의미 있는 걸 심어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요. 사람마다 우선시하는 것이 다르기에 태교 방법도 다양하지요. 시간이 날 때마다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기도 하고 동화를 읽어주기도 하고 또 부지런히 영어 공부를 하거나 성서를 읽어주거나 아기용품을 부지런히 만들거나 등등. 전 매주 한 편의 그림을 골라 그림 태교 편지를 썼었어요. (『그림 읽어 주는 엄마의 감성 태교 미술관』)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과정은 아기에게도 좋았겠지만, 제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해 주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안해 봅니다. 내 생애 가장 독특하고 놀라운 경험을 하는 이 시기, 짧게라도 기록해 볼 것을요. 아기에게 쓰는 짧은 글도 좋고 나 스스로에게 남기는 일기도 좋을 것 같아요.

 

자, 이렇게 각자의 방법대로 이 시간을 지나면 우리는 드디어 인생의 첫 단계에 있는 새로운 생명과 마주하게 되지요. 바로 아기의 탄생!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지게 될까? 뱃속에서 꼬물대던 아기를, 초음파 사진에서만 보던 아기를 직접 만나면 새삼스레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요. '정말 이런 아기가 내 뱃속에 있었던 거야?'하고. 마치 온 세상에 유일무이하게 새롭게 태어난 아기인 것처럼 그저 신기하고 놀랍기만 한 내 아기의 탄생.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요? 감히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의 부모님이 그리고 나와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새로운 세상의 시작. 너무나 작고 연약한, 그렇지만 무척이나 순수하고 순결한 그런 존재를 마주하며 조용한 탄성이 나옵니다. 우리처럼 불완전한 존재가 저 순백의 소중하고 귀한 존재를 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아기의 필요에 맞게 잘 돌보고 선한 길로 잘 이끌어주고 보듬어줄 수 있을까? 온갖 생각이 교차하는 이 순간,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겸손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중얼거리게 됩니다. "내 아기에게 생명을 주신 이시여. 제가 이 아기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돌봐줄 수 있도록, 그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잘 키워줄 수 있도록 힘과 지혜와 용기를 주세요."

 

브랑쿠시 Constantin Brancusi (1876-1957)

루마니아의 농촌 마을에서 소작농 니콜라에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일반적인 정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일곱 살 때부터 목동으로 일했습니다. 그 시절 나무와 돌에 조각하는 법을 배웠던 그는 이후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한 제조업자의 지원으로 크라이오바 공예학교에 입학하고 훗날 프랑스에서 미술을 배우게 됩니다. 모딜리아니, 로소, 아폴리네르를 비롯한 전위적 작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면서도, 루마니아의 민속예술과 아프리카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집요하게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세계를 이뤄냈습니다. 화가 모딜리아니가 그의 조언을 받아 조각을 시도하기도 하였지요. 점차 추상으로 나아간 그의 작품은 현대 조각의 흐름에 거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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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민디'란 뜻. 복잡한 서울에서 나른한 오후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고전미술의 아름다움을 흠모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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