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지향' 기업가정신이란? "우리는 길을 잃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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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지향' 기업가정신이란? "우리는 길을 잃을 수 있어야 한다"
30일 '2023 H-온드림 데이' 개최, H-온드림 펠로우 11기 15개 팀 사업 발표 및 시상 진행
  • 2023.08.31 18:39
  • by 노윤정 기자
▲ 30일 열린 '2023 H-온드림 데이'에서 수상한 팀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 30일 열린 '2023 H-온드림 데이'에서 수상한 팀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2023 H-온드림 데이'가 열렸다. 지난 2012년 시작된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임팩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투자하는 프로그램으로, 'H-온드림 데이'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펠로우 팀의 사업을 소개하고 시상하는 행사다. 사업 관계자 및 일반 참가자 총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H-온드림 11기 펠로우 팀 중 15개 팀이 각 조직의 사업을 소개했으며,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진행되는 강연과 토론 시간 또한 마련되어 임팩트 스타트업의 기업가정신, 가치와 철학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공유했다.
 

▲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라이프인
▲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라이프인

기조 강연은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가 '사회를 혁신하는 기업가의 정신'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제 대표는 "우리가 생각하는 임팩트 투자는 우리 시대의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운을 떼며 "우리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는 결국 큰 시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문제의 크기를 시장의 크기로 바꾸어 낼 수 있는 창업가가 우리가 찾고 있는 창업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인비저닝파트너스가 창업가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큰 시장을 향해 가는가"이다.

또한 제 대표는 투자 심사 위원으로 참여한 곳에서 "개발도상국의 초기 창업가들은 꿈을 크게 꾸는 일이 자신에게 허락되어 있는지 모르기도 한다. 좋은 질문을 던져서 실제로 그 사람 마음속에 있는 DNA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던 경험을 반추하며 "투자자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이 마주하고 있는 많은 문제와 시장과의 싸움들에서 큰 꿈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며 "하지만 그 틀을 깨는 생각은 단순히 양적인 확장이 아니라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질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 대표는 임팩트 투자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모든 투자의 본질은 진자 운동 같다고 생각한다. 돈이 움직이면 세상에 연쇄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쇄반응을 잘 예측해서 이 돈을 어떻게 더 큰 돈으로 돌아오게 할지 생각하여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임팩트 투자의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연쇄반응이 좋은 것이기를 기대하고 목표하고 바라면서 투자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환경, 사회, 시장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고, 서로 간의 연결점 안에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며 '연결점'을 인지함으로써 기회를 미리 포착하는 것이 임팩트 투자와 임팩트 스타트업 창업의 본질에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 고령화, 계층 교육의 양극화, 일의 패러다임 변화 등 빠르고 극심하며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당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 대표는 "우리는 길을 잃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사회혁신을 향해 가는 기업가정신의 가장 근간에 있는 용기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리베카 솔닛의 저서 '길 잃기 안내서' 속 구절을 인용하며 "수많은 문제들이 이제까지 우리가 해 온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고, 기존에 존재하는 해결법과 사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방법은 길을 잃어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라며 "우리가 하는 일들에 답이 보이지 않고 막막하게 여겨진다면, 그 자체로 우리가 의미 있는 문제를 풀고 있고 커다란 시장을 향해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힌트일 수 있다. 그래서 길을 잃은 상태가 의미 있는 출발점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회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기업가정신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왼쪽부터) 신현상 한양대학교 교수, 김영덕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 양경준 크립톤 대표, 김정태 MYSC 대표. ⓒ라이프인
▲ (왼쪽부터) 신현상 한양대학교 교수, 김영덕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 양경준 크립톤 대표, 김정태 MYSC 대표. ⓒ라이프인

패널 토론에서도 'H-온드림의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하여 임팩트 스타트업 창업가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갔다. 이날 토론에는 김영덕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 양경준 크립톤 대표, 김정태 MYSC 대표가 패널로 참여하고, 신현상 한양대학교 교수가 모더레이터로서 진행을 이끌어갔다.

패널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질문은 "각자가 정의하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이며 왜 지금 시대에 기업가정신이 중요할까?"였다. 김정태 대표는 포식자에게 먹히는 원숭이와 그 원숭이에게 매달려 있는 새끼 원숭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창업은 망하는 것이 운명이다. 창업가들은 망하는 것에 달라붙어서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달려가는 사람들"이라며 "이 사진을 보고 (불가능에 매달리는) 저런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창업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경준 대표는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의 짐가방 사진을 보여준 뒤, 이 사진이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가 말한 세 가지 의미란 ▲액셀러레이터는 창업가의 러닝메이트로서 항상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기업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창업가들이 프라이탁 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실용성 높은 가방의 디자인처럼 현실 감각, 실제 사회에 미치는 임팩트가 중요하다 등이다.

김영덕 대표는 그릇 안에 담긴 지구 모습을 묘사한 인공지능(AI) 사진을 제시하고 수많은 사회 문제를 지구에, 기업가를 그릇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자기 그릇에 대해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의 기업가정신을 키우고 큰 그릇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합한 문제를 찾아서 그것에 집중하는 기업가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두 번째 질문은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조직과 기업가의 요소"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에 김영덕 대표는 "임팩트가 먼저인지 사업이 먼저인지를 따져볼 때, 나는 사업이 먼저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좋은 의도를 갖고 시작한 사업이 실제로 고객에게 소개되고 사회적 효과를 만들려면 사업으로서 성공해야 한다"며 "사업적인 완성도와 사업 자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조금 더 집중하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양경준 대표의 경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해당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해법인가 ▲자본시장에서도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 등을 투자 및 지원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로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김정태 대표는 "버스나 택시를 탄다고 할 때 차는 최신인데 운전기사의 분위기 때문에 주저하게 될 때도 있지 않나"라며 "비즈니스 모델은 계속 발전시키면 변할 것 같은데, 운전기사(기업가)는 변화시키기가 정말 어렵지 않나. 그래서 내가 그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답변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H-온드림 11기 펠로우 팀들의 사업 발표도 이루어졌다. 우선 인큐베이팅 트랙 펠로우 팀 중에는 ▲다이노즈: 1대1 맞춤 육아 친구 매칭 서비스·동네 기반 커뮤니티·공동육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육아크루' 앱 개발 ▲그린컨티뉴: 버려지는 선인장 잎으로 친환경 가죽 제작 및 여러 브랜드의 제품화 진행 ▲소셜밸류랩: 누구나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캠페인(소셜 액션)을 실행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반 소셜액션 플랫폼 '베이크' 론칭 ▲나눔비타민: 결식아동의 불편한 식사 인프라 해소를 위해 급식카드 가맹점 데이터 취합·식당 예약 서비스·식당 여건에 맞춘 가맹점 자율 참여 지원 등을 제공하는 '나비얌' 앱 개발 ▲MFM: 방글라데시 타이거새우 부산물을 활용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어 현지 주민들 삶의 질 개선·탄소 배출 비용 절감·취약계층 일자리 창출·현지 재투자로 가치사슬 강화·방글라데시 국제개발에 협력적 기여 등의 사회적 가치 창출 등 총 5팀이 발표를 진행했다.

액셀러레이팅 트랙 펠로우 팀 중에서는 총 10팀이 사업 발표에 참여했다. △캥스터즈: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신체 운동 프로그램 등을 담은 헬스케어 솔루션 '휠리엑스' 제공 △얼리페이: 매일 정산·배달 대행 매출 정산·매출 데이터 분석을 통한 리포트 작성 등을 제공하여 자영업자들의 안정적 매장 운영 지원 △로쉬코리아: 고령층을 위한 온라인 여가 커뮤니티 및 오프라인 교류 제공 등을 통해 '행복한 노년기' 지원 △코스모스랩: 친환경 물배터리 제조를 통해 리튬이온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 및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해결 △나이비: 음원 정산금 분석 등을 통해 독립 뮤지션을 위한 투명한 금융 서비스 제공 △돌봄드림: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DTP(Deep Touch Pressure)에 주목한 스마트 돌봄 조끼 '허기'(HUGgy) 개발 △어반컴플렉스: 청년·신진·장애인 아티스트의 전시 및 IP(지적재산권) 활용한 콘텐츠 제작 등 지원 △더데이원랩: 탄수화물을 활용한 고분자 기술로 이산화탄소 저감·플라스틱 유해물질 미검출·10도가량의 토양 및 해양에서 분해 등의 임팩트를 구현한 플라스틱 대체 소재 개발 △더플래닛: 콩의 비린내, 알레르기 유발 및 소화 저해 요소 등을 제거한 종자를 활용해 식물성 단백질 소재와 식품 개발 △포어시스: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폐기물 관리 및 해당 폐기물을 자원순환 방식으로 산업화하는 통합 시스템 제공 등, 각 팀이 운영하는 사업의 성장세 및 가능성, 그를 통해 창출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에 관해 이야기했다.

발표가 끝난 이후에는 시상식이 진행됐다. 올해 처음 신설된 'H-온드림 어워드'(지난 10년간 선발된 스타트업 중 사회혁신 기업가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도전 정신과 헌신을 보여준 기업가에게 수여)상은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H-온드림 6기 펠로우)에게 돌아갔으며, 11기 인큐베이팅 트랙에서는 ▲대상: MFM ▲최우수상: 다이노즈·그린컨티뉴·소셜밸류랩·나눔비타민 ▲H-온드림데이상: 패션에이블, 액셀러레이팅 트랙에서는 ▲대상: 더데이원랩 ▲최우수상: 코스모스랩·캥스터즈 ▲우수상: 포어시스·더플래닛 ▲H-온드림데이상: 윤회 등의 부문에서 시상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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