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기본소득제' 도입을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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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기본소득제' 도입을 고민하다
아젠다 2050, '한국형 기본소득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 개최...기본소득 도입과 대안을 놓고 토론
  • 2017.12.20 13:47
  • by 이진백 기자

사회불평등 해소를 위한 기회인가, 과도한 복지정책인가. 최근 복지 관련 화두 중 하나가 바로 '기본소득'(Basic Income)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훗날 우리는 상상도 하지 못한 기술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게 세간의 인식이다. '혁명'은 혁명으로 그치지 않는다. 기술 개발은 필연적으로 인류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향후 기술 발달이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가계 소득이 나날이 줄고 있어서다. 

'기본소득제'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해 직업군이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를 맞아 각종 사회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기술 발달에 대한 일종의 안전망 장치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미국 알래스카와 네델란드, 핀란드 등 서구여러 나라에선 기본소득을 제도화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입법 연구 모임 '아젠다(Agenda) 2050'은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기본소득 보장제도 도입과 관련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Agenda 2050 김세연 의원(바른정당)은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비해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사회적 쟁점을 알아보고,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토론회의 의미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각국의 기본소득 실험이 한국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이란 주제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한수 연구위원이 발제를 진행했다. 

김세연 의원이 좌장을 맡았으며, 박선권 입법조사관(국회입버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황승현 과장(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 박기성 교수(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기본소득'은 노동의무나 요구 등의 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현금 소득 개념이다.

최한수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는 경제적 하위계층 소득뿐 아니라 중상위 계층의 근로소득도 줄고 있다. 이는 현존하는 각종 재분배의 기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를 보완할 방법으로 기본소득제를 제시했다.

최 연구위원은 발제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소개했다. 첫 번째는 '기본소득은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제도인가? YES', 두 번째는 '기본소득 하에서 빈곤층은 제일 상위의 수혜자가 될 것인가? NO, 다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은 우리사회가 복지사회로 나아가는 전략에 최선의 대안인가?'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최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이 갖고 있는 효율성과 현금지급이 갖고 있는 혁신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제는 효율적이고 혁신적 제도"이지만, "기본소득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제도가 아닌 특정한 문제점을 교정하기 위한 여러 제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소득 하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있다. 기본소득제도가 차상위 계층과 중위 계층에게는 유리한 제도"이지만, "보편적 복지제도는 선별복지에 비해 그 수혜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부담률이 40%면 1인당 연 40만원의 기본소득이 가능하다"며, "(40%의 국민 부담률하에) 선별 복지를 유지한다면 더 큰 혜택을 저소득층과 중위 소득자에게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선권 입법조사관은 "기본소득은 복지 혜택에 따른 대가나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며 "일자리가 AI(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었을 때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 우려하는 상황에서 재산의 보유 여부,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개인에게 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 입법조사관은 "보편적 사회보험이나 선별주의적 공적부조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사회와 전통적인 가족형성이 전제될 때 작동되는 이상형"이라며 "기본소득으로 전환가능한 기존의 사회보장(영유아 양육 지원정책 등)과 그렇지 못한 사회보장에 대한 논의가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황승현 과장은 "기본소득제가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비용과 세금 인상 등 재정적 문제와 기존 사회보장제도나 조세제도를 재구조화하는 문제 등이 걸려 있다. 또한 기본소득제로 인해 노동자들의 노동 의욕이 감소될 수 있고, 일부계층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문제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OECD 35개국 중 32개국이 도입하고 있는 아동수당에서 소득 상위 10%에게는 지급을 제외하는 국가들에서 기본소득을 세계 최초로 도입할 수 있겠냐"며 제도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황 과장은 "핀란드나 네덜란드와는 그 목적도, 기대효과도 다르다. 그들은 근로동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나 아니면 복잡하고 충분한 수준의 현금지급 제도를 정리하려고 기본소득을 실험한다. 해외의 실험결과로는 우리나라와 동일한 효과가 나온다고 보기 힘들다"며 "한국적 상황에서의 실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박기성 교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제 보다 일정 수준의 소득세 면세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소득세를 내고 그 이하는 음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통해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안심소득제(safety income system)'가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며 국민경제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연소득 5,000만원을 소득세 면세점(exemption plus deductions)으로 정하고 그 이하는 면세점과 가구소득 간 차이의 40%를 정부의 보조금으로 받는 '안심소득제'를 제안했다.

그는 123조 원에 달하는 보건·복지·노동분야 중앙정부 사업예산 중 안심소득제로 대체가 가능한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노동, 주택, 근로·자녀장려금 등을 폐지하고 약 50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안심소득제를 도입하면 강한 근로 유인을 제공하게 되어 노동공급 및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국민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음소득세 개념에 기초한 안심소득제야말로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국가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교수는 이와 못지않게 중요한 이점은 행정비용의 절약과 예산 누수의 최소화라고 강조했다. 생계, 주거, 자활급여와 관련하여 수급권자 및 부양의무자를 판정하기 위한 각종 조사와 수급자 관리, 자활 사업 관리 등 여러 행정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복지 혜택 전달 과정에서 생기는 횡령, 착복, 각종 비리 등 누수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의 소득세를 부과·징수하는 국세청 자료 및 행정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행정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실험은 계속되는 중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또한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역시나 주요한 근거는 재정적인 부담이다.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와 조세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해야만 한다. '기본소득'의 '유토피아'가 구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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