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당 4억이 넘는 삼성서초타운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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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당 4억이 넘는 삼성서초타운에서 만난 사람들
반올림 농성 646일, 그 현장을 찾아가다
  • 2017.07.18 11:29
  • by 공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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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일이 지나고

646일 되던 날 (7월 13일)

삼성반도체 피해자 반올림 농성장에 청년 6명이 찾았다. 반올림에서 6주간 인턴생활 할 청년인턴 4명과 로스쿨인턴 2명이다. 1평당 4억이 넘는 삼성서초타운 앞, 그 비싼 농성장에서 삼성반도체 피해자와 인턴 6명이 만났다.

"대학신문사에서 반올림과 가습기 살균제를 취재했는데 그 인연으로 지원했습니다."

"평소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이 많은 데 가진 게 몸 밖에 없어서...몸으로 하는 건 뭐든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사회보장법 정도밖에 배우지 않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현장에서 실무적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반올림 황상기 대표(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와 피해자 한혜경 씨 어머니 김시녀 씨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다.

"반올림이 먼저 시작했지만, 학생자원봉사자들이 다 도와줘서 널리 알려졌어요."

"노동조합이 없어서 삼성이 막나가니까 반올림이 음해한다고 해요. 삼성 마음대로 안 되는 건 반올림밖에 없어요."

"장기농성에 동지 없다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여기 농성장도 보세요. 오이, 방울토마토 같은 식물도 잘 크고 얼마 전부터 새끼 고양이도 찾아와 같이 살고 있어요. (웃음) 삭막한 아스팔트만 보다가 여기 있는 식물들 보고 있으면 눈이 시원합니다."

반올림과 삼성반도체와 싸움이 10년이 넘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UN인권조사위원회가 방문할 때도 빼놓지 않고 찾아오고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는 반올림이다.

"처음에는 화학약품 안 쓴다고 했어요. 저보고 미친놈이라 하더라고. 그러다가 안전한 화학약품을 쓴다고 하면서 암과 관련 없다고 했고... 이렇게 10년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사망자만 79명이에요. 안전감독도 안 하고 정부가 자기 역할을 못 하니까 진흙탕 싸움입니다."

황상기 씨는 삼성의 오너를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다. 삼성이 정부를 몇 번을 갈아치웠는데 문재인 정부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른 정부와 다를 바 없을 거라 우려한다.
 

반올림 황상기 대표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클린룸에서 일하면 암에 걸린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회사에서 유미 모르게 암보험을 들어놨더라고. 처음에 유미가 병 걸렸을 때 회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00에 전화하면 진단비 200만 원 받을 테니 거기에 전화하라고. 애들이 거기서 일하면 암에 걸린다는 걸 알아서 미리 암보험에 가입해 놓은 겁니다."

"삼성에 들어가려면 성적도 좋아야 하고 건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취업해서 받은 교육이 뭔 줄 아세요? 너희들은 매미다, 하면서 나무에 매달려 맴맴 하라고 하고 물에 빠뜨려 앉았다 일어섰다 같은 교육만 시켰대요. 안전교육은 한 번도 시킨 적이 없다고 해요. 그리고 건강검진 후에 회사에서 그 결과를 본인에게 얘기를 안 해줘요."
 

피해자 한혜경 씨(오른쪽)와 어머니 김시녀 씨(가운데)


삼성에서 10년 동안 엔지니어로 일했던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덧붙인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는 위험하다고 쓰지 않겠다고 한 물질을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자산업회사들이 실제로 모르고 썼느냐, 위험이 드러날 가능성을 알면서 썼느냐의 문제인데, 당사자도 모르게 암보험까지 가입해놨다는 건 이미 그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죠. 미국에서 사고가 많이 나니까 후진국에 팔아넘기는 겁니다. 사람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죠. 위험의 세계화입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가 이야기한다.

"산재신청 하려면 피해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작업장에서 사용한 화학물질이 무엇인지 노동부에 정보공개 신청을 하면 '물' 뭐 이런 것만 공개하고 중요한 유해물질은 다 가리고 줘요. 작은 기업은 다 공개하면서 삼성 꺼는 기업의 영업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대요. 국민을 위한 노동부, 노동자를 우선해야 할 노동부가 왜 삼성의 영업비밀을 우선하죠?"

"얼마 전 삼성 기흥공장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간암으로 사망했어요. 기흥공장에서 그날그날 부품을 보내주면 공업용 아세톤 원액에 몇십만 톤에 넣어 불렸다가 또 공업용 아세톤으로 세척하는 일을 했어요. 공업용 아세톤은 이미 생식독성 확인 물질입니다. 방독마스크 필터 5~10개를 갈아도 커버가 되지 않는 독성이라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부품이 도착하면 먼저 사진을 찍는데, 부품이 담아있는 봉투를 뜯으면 부산물이 날리고 너무 독해서 사진기가 부식된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기흥공장에서 영세업체로 위험의 외주화가 계속 이루어지는 거죠."

"비소, 방사능, 벤젠, 포름알데히드 같은 화학물질은 보호구를 착용해도 노출됩니다. 화학물질 자체를 대체해야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화학물질규제연구소에서 이번에 이런 발표를 했어요. 노출 기준 이하 관리는 잘못됐다. 노출 기준 이하로 규제한다고 병이 적게 걸린다는 믿음은 깨졌다. 화학물질을 사용하면서 병에 적게 걸리게 하는 모든 방법은 실패했다. 화학물질을 대체해야 한다."

화학물질 자체를 대체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이상수 상임활동가가 답한다.

"납이 유해하니까 EU에서 납을 쓴 제품은 납품받지 않겠다고 결정했어요. 그러자 사업체들이 납을 안 쓰는 납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모두가 국가가 강력하게 개입해야 하고, 실제로 행사되게끔 정부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한마디씩 한다.

"노동자안전을 정부에게 얘기하면 불편해하고 시민안전과 비교하면 노동자안전이 뒷전인 정부가 아쉽다."고 이종란 노무사가 말한다.

"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데, 회사 자료만 보고 역학조사를 하거나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황상기 씨가 덧붙인다.
 


이종란 노무사가 산재보험의 문제점에 대해 간략히 얘기한다.

"제재와 순수보험 혼합형인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굉장히 후져요. 그러다 보니 산재를 은폐하려는 효과가 납니다. 산재 인정을 안 해주려고 만들어진 제도 같아요. 근로복지공단이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의 고객은 노사 둘 다라고. 산재는 폭넓게 인정하고 사업자 관리는 다르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에 관해 몇 번 토론회도 했는데, 산재보험 제도 바꾸기 운동을 해야 해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이니만큼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삼성이 왜 이렇게 피해자 인정을 안 할까? 묻자 이상수 상임활동가가 말한다.

"반올림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반올림의 성과가 삼성전자 해외 공장 사고 발생 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해외 공장으로 여파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삼성이 그렇게 막으려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종란 노무사가 또 다른 의견을 얘기한다.

"아무리 그 여파로 해외공장까지 보상을 해준다 해도, 올 2분기 삼성전자 매출이 60조 원이고 영업이익이 14조 9억 원이에요. 그중 반도체 영업이익이 8조 원에 달하고요. 인텔을 추월했어요. 그 정도 실적을 내면서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너 체제가 가진 이념의 폐단이 아닌지..."
 

마지막으로 피해자 한혜경 씨가 어렵게 한마디 한다. 한혜경 씨는 삼성 LCD 공장에서 6년 가까이 일했다. 2005년 9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언어구사능력과 시력, 신체적 움직임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자기 몸은 자기가 아끼자, 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무조건 삼성에 나가서 일하다 이렇게 됐어요.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해요. 자기들(삼성)은 얼마나 잘났기에, 잘나도 그렇지 나를 이렇게 만들어놨는데...이렇게 하면 안 돼요."

한혜경 씨는 실업계고 학교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년 노동인권,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하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리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어려운 여건이지만 반올림이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23)를 시작으로 2017년 김기철씨(31)가 백혈병으로 79번째 사망했다.


간담회 후 인턴 두 명에게 간단한 소감을 물었다.

"평소에 담론의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언론이 삼성에 우호적이니 농성하기가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인턴 김미영 씨

"아까 한혜경 씨 말에 울컥했어요. 기업은 몰라도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우리 공동체가 기본적인 역할도 하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픕니다." - 인턴 진채린 씨

 

농성장에는 지난 5월 7일 반올림과 더불어 민주당이 체결한 정책협약서가 커다랗게 걸려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인한 이 협약서를 붙여놨어도 삼성은 여전히 한마디 말도 없다고 한다.

지금 입은 반올림 반팔 단체 티셔츠가 긴 팔로 바뀌기 전에 삼성과 정부는 실질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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